결국은 김연경, 결국은 흥국생명이다. 여자배구 흥국생명이 ‘리버스 스윕’으로 IBK기업은행을 꺾고 개막 12연승, 1·2라운드 전승을 달렸다.
흥국생명은 5일 인천 삼산체육관에서 열린 2024~2025 V리그 여자부 홈 경기에서 IBK기업은행을 세트스코어 3-2(21-25 22-25 25-20 25-16 15-9)로 꺾었다. 첫 두 세트를 무기력하게 내줬지만, 이후 전혀 다른 경기력으로 세 세트를 내리 따냈다.
1·2세트를 다 내줄 때만 해도 흥국생명의 이번 시즌 첫 패가 유력해 보였다. 천신통과 빅토리아, 상대 외국인 듀오에게 많이 혼이 났다. 천신통의 토스워크에 블로커들이 좀처럼 따라붙지 못했고, 전후위를 가리지 않는 빅토리아의 공격을 제대로 막지 못했다.
그러나 3세트 들어 경기 양상이 일변하기 시작했다. 흥국생명의 수비가 앞서 두 세트와 달리 안정을 찾았다. 1·2세트 내내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던 IBK기업은행의 속공에도 대처하기 시작했다. 수비가 안정되자 결국 체급에서 흥국생명이 앞섰다. 3세트와 4세트를 쉽게 따냈다.
마지막 5세트, 리버스 스윕을 노리는 흥국생명과 전열을 재정비한 IBK기업은행이 초반 일진일퇴 공방을 벌였다. 육서영이 연달아 공격을 성공시킨 IBK기업은행이 먼저 리드를 잡았지만, 흥국생명 역시 곧장 균형을 맞췄다.
7-7, 승부처에서 김연경이 결정적인 블로킹에 성공했다. 상대 주포 빅토리아의 오픈 공격을 가로막으며 역전에 성공했다. 흥국생명이 분위기를 가져왔다. 9-9, 다시 동점 상황에서 김연경이 이번에는 퀵오픈으로 재차 득점에 성공했다. 이후 흥국생명은 한번도 실점하지 않고 15-9까지 그대로 내달리며 풀세트 접전 끝에 승리를 따냈다. 이번 시즌 2라운드 12경기를 치르는 동안 첫 두 세트를 먼저 내준 것 자체가 처음이었지만, 기어이 역전에 성공했다.
경기 후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은 “선수들 부상이 많아 훈련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경기 초반 클로킹과 수비가 잘 되지 않았다. 하지만 개선해보자고 했던 부분이 잘 되기 시작하면서 경기를 잘 풀어냈다. 베스트 경기라고 할 수는 없지만 경기 중 좋은 대처로 역전승을 거둬 기쁘다”고 말했다. 팀내 최다 28득점을 올린 김연경은 “초반에 서브로 상대를 압박하지 못했고, 블로킹과 수비가 많이 흔들렸다”며 “어려운 경기였는데 3세트부터 흐름을 찾아와서 다행이었다”고 말했다. 5세트 결정적인 블로킹에 대해서는 “오늘 빅토리아 공격에 타이밍 잡기가 힘들었다. 워낙에 많이 밀어 때려서 맞고 튀는 것도 많았다. 하나는 잡아야 하겠다고 생각했는데, 2번 밖에 막지 못했다. 그래고 마지막 그 공격을 막아서 다행이다. 수비 하나, 블로킹 하나가 중요했는데 그걸 막으면서 분위기가 바뀔 것 같다는 기대감은 있었다”고 말했다. 흥국생명은 IBK기업은행까지 꺾으며 12전 전승, 승점 34점으로 2라운드를 마쳤다. 2위 현대건설과 벌써 승점 7점 차까지 벌렸다.
한편 이날 경기 중 양팀 사령탑끼리 설전이 나왔다. 2세트 중반 아본단자 감독이 심판에게 강하게 항의를 했는데, 김호철 IBK기업은행 감독까지 어느 순간부터 언성을 높이더니 두 감독끼리의 언쟁으로 이어졌다. 아본단자 감독과 김 감독은 경기 종료 후에도 몇 마디를 더 주고 받았다.
김호철 감독은 경기 후 아본단자 감독과 설전에 대해 “경기하다 보면 그럴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웃었다. 김 감독은 “서로 오해한 부분이 있었다. 나는 ‘심판한테 어필한 거지 당신한테 한 얘기가 아니다’라고 했다. 아본단자 감독도 ‘내가 당신 옐로 카드 주라고 심판한테 말한게 아니다’라고 하더라”고 설명했다. 현역 시절 이탈리아 리그에서 활약했던 김 감독은 이날 모처럼 이탈리아어를 썼다. 이탈리아 국적인 아본단자 감독도 이날 언쟁에 대해 어깨를 으쓱이며 “김 감독과 좋은 대화 나눴다. 이탈리아어로 대화할 수 있어서 의사표현을 더 쉽게 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