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A 꼴찌 굴욕 딛고
2025 캡틴 맡은
SSG 김광현
“처음이라 부담되지만
성적+건강 둘다 잡겠다”
지난달 1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선 정규리그 144경기로도 순위를 가리지 못한 프로야구 SSG와 KT의 5위 결정전(타이브레이커)이 열렸다. 8회초까지 3-1로 앞서가던 SSG는 8회말 멜 로하스 주니어에게 통한의 역전 스리런포를 얻어맞았다. 마운드를 지키던 ‘구원 투수’ 김광현(36)은 고개를 떨궜다. SSG는 이날 3-4로 패해 포스트시즌 진출이 좌절됐다.
당시 김광현을 중간 투수로 투입한 것을 두고 많은 말들이 나왔다. 투수 기용과 결과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감독에게 있다. 그러나 승부처에서 결승 홈런을 내준 김광현도 비난 여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오태곤은 당시 상황을 누구보다 안타까워한 후배다. 그는 “(김)광현이 형에게 정말 고생했다고 말하고 싶다. 자기 어깨와 몸 상태를 희생해가며 던진 것”이라며 “팬분들이 선수의 의지를 봐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조심스럽게 전했다.
김광현은 KT와 운명의 타이브레이커 사흘 전인 9월28일 대전 한화전에 선발 등판해 5.1이닝 2실점 역투를 펼쳐 팀의 6-2 승리를 이끌었다. 당일 97구를 던진 김광현은 단 이틀 휴식 후 KT전에 구원 등판했다. 오태곤은 이 과정을 지켜보며 팀을 우선하는 베테랑의 희생 정신을 느꼈다고 한다. 김광현은 2025시즌 SSG의 새로운 주장으로 이 같은 의지를 이어간다.
김광현은 지난 1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처음이라 많이 부담되지만 감독님, 코치님, 프런트, 선후배 그리고 팬 여러분과 잘 소통하는 주장이 되겠다”며 “팀에 대한 어떠한 질책도 달게 받겠다. 성적과 건강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열심히 뛰겠다”고 주장 선임 소식을 알렸다.
추신수가 은퇴하며 주장직을 이어받은 김광현은 평소에도 후배들을 잘 챙긴다. 비활동기간이던 올해 1월엔 일본 오키나와에 미니 캠프를 차려 후배 투수들과 함께 훈련했다. 항공료는 각자 부담했지만, 숙박과 식사 등 체류비는 김광현이 책임졌다. 2024시즌 종료 후엔 함께 고생한 투수, 포수들과 함께 제주도로 여행을 다녀왔다.
김광현은 메이저리그(MLB)에 진출했던 2시즌(2020~2021년)을 제외하곤 2007년 SK(현 SSG)에 입단한 이래 인천에서만 선수 생활을 한 ‘원클럽맨’이다. SSG의 간판 투수였을 뿐 아니라 한국야구의 전성기를 함께했던 왼손 투수다. 그러나 올해는 31경기(162.1이닝) 12승10패 평균자책 4.93으로 에이스다운 투구를 하지 못했다. 올시즌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 20명 가운데 평균자책 순위 꼴찌다.
30대 후반에 접어들며 전성기에서 내려왔지만, 김광현은 여전히 SSG 토종 선발 가운데 가장 믿음직한 투수다. 그가 성적과 건강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면 SSG의 다음 시즌 전망도 밝아진다. 주장으로는 처음 맞는 시즌, 김광현이 남다른 마음가짐으로 2025년을 준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