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섭게 치고 올라가던 아산 우리은행의 기세가 한풀 꺾였다. 공은 연신 선수들의 손을 헛돌았다.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은 “다들 나사가 빠져 있다”라고 진단했다.
우리은행은 지난 4일 부산사직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부산 BNK와의 원정 경기에서 50-69로 크게 졌다. BNK와 공동 1위에 오를 기회를 날려 버렸다. 2라운드 4승 1패로 상승세를 달린 우리은행이기에 이번 패배가 더 아쉬웠다.
우리은행은 BNK의 변칙 수비에 완전히 공략당했다. 전날 경기 전 박정은 BNK 감독은 “김단비 수비를 기존 일대일 수비에서 다른 방식으로 바꿔 봤다”라며 “수비 매치업도 바꾸고 변칙적으로 헬프 수비를 들어가기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단비 한 명만 막는 게 아니라 김단비로부터 파생되는 공격을 전체적으로 봉쇄하는 전략이었다.
2라운드 경기에서는 박혜진이 김단비의 수비를 도맡았지만 전날 경기에서는 박혜진과 김소니아, 이소희까지 김단비를 막아섰다. 수시로 매치업이 바뀌었고 필요할 땐 여러 명이 트랩 수비로 김단비를 에워쌌다. 직전 BNK전에서 30득점 12리바운드를 기록한 김단비는 17득점 6리바운드에 그쳤다. 김단비는 결국 4쿼터 중반 교체아웃됐다. 우리은행은 4쿼터 종료 18초 전까지 득점하지 못하다가 변하정의 2점 슛이 성공하며 간신히 무득점을 면했다.
우리은행의 패인은 김단비의 부진에만 있는 게 아니었다. 우리은행답지 않은 헐거운 공격이 이어졌다. 패스 미스와 루즈볼이 여러 번 나와 허무하게 공격권을 빼앗겼다. 우리은행은 무려 16개의 턴오버를 당했다. BNK(7개)의 2배가 넘는 기록이다. 3점 슛 성공률은 20%에 그쳤다. 김예진이 4개의 3점 슛을 던져 3개를 성공시켰지만 촘촘한 패스와 어시스트로 무장한 BNK를 이기지 못했다. 스나가와 나츠키, 미야사카 모모나 등 아시아쿼터 일본인 선수들은 이날 존재감이 사라졌다.
우리은행은 이번 시즌 에이스 선수들이 대거 이탈했음에도 돌풍을 일으키며 상위권까지 올라왔다. 김단비가 전 경기에 출장해 평균 37분 9초를 뛰며 23.09득점을 기록하며 팀을 ‘하드캐리’하고 있지만 최근에는 한엄지와 심성영 등의 기여도도 쏠쏠했다. 그러나 전날 경기에서는 김단비를 중심으로 하는 유기적인 플레이가 좀처럼 이어지지 않았다.
위 감독은 전날 경기 후 “각성할 필요가 있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순위가 상위에 있으니까 선수들이 진짜 우리가 상위 팀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라며 “이제 2라운드가 지났을 뿐인데 다들 나사가 빠진 느낌이다”라고 말했다. 위 감독은 “이전 경기들에서 이기면서 자신감이 붙어야 했는데 그게 아니라 오히려 맥을 놓고 경기를 하는 것 같다”라며 “올스타 브레이크가 있으니 이런 부분을 보완하려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