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 자자 했던 최원태의 삼성행이 결정되면서 총 12명의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이 나왔다. 이들의 계약 최대 총액은 525억원이다. 15명이 989억원어치 계약을 해 광풍이 몰아쳤던 2022년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19명이 605억원대를 기록한 2024년 FA 수준이다.
FA 계약은 늘 부익부빈익빈이다. 먼저, 세번째 FA임에도 무려 110억원 계약을 한 최정과 SSG가 전체 규모를 키웠다. 이를 제외하면 11명이 415억원, 그 중에는 10억원 미만 계약을 한 선수도 둘이나 포함돼 있다. 9명이 402억원 계약을 했고 그 중 198억원, 절반이 3명의 몫이다. 한화가 심우준(4년 50억원)과 엄상백(4년 78억원)을 영입하고 삼성이 최원태(70억원)를 데려가면서 합쳐서 198억원을 썼다.
SSG가 프랜차이즈 스타인 최정을 잔류시키기 위해 FA 시장이 열리기도 전에 100억원대 계약을 예고하면서 판이 커지기도 했지만, ‘큰손’ 한화도 이미 예고돼 있었다. 한화는 2023년 채은성(6년 90억원)을 영입하고 2024년에는 안치홍(4+2년 72억원)을 FA 영입한 뒤 류현진을 복귀시키면서 8년 170억원의 역대 최고 계약을 했다. 또 한 번 큰손을 자청하면서 사실상 FA 시장이 열리자마자 KT로부터 심우준과 엄상백을 모두 데려갔다.
심우준의 계약은 2022년 FA 1호 계약이었던 포수 최재훈을 연상시켰다. 당시에도 한화는 FA 시장이 문을 열자마자 최재훈을 5년 54억원에 계약했다. 오버페이 논란과 함께 1호 계약이라 시장의 몸값 기준을 높인다는 시선을 받았다. 실제로 그 뒤 비슷한 나이대의 다른 선수들은 최재훈이 54억원을 받았다는 사실을 기준으로 협상하기도 했다. 결국 그해 FA는 역대 최고 규모를 찍었다.
흔치 않은 20대 FA 유격수지만 이제 막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왔고 경력상 눈에 띄는 바는 없는 심우준을 50억원에 영입한 한화는 다음날 선발 투수 엄상백을 4년 78억원에 영입해 이틀간 128억원을 투자했다. 엄상백은 최근 3년 간 성적이 꽤 좋고 군 복무를 마친 20대 선발 투수라는 장점으로 FA 앞두고 고평가를 받았다. 78억원은 예상보다 큰 규모였지만 심우준의 50억원 계약이 출발점이 되면서 상대적으로 오히려 납득할만한 금액이 되어갔다.
한화는 목표로 찍어놨던 2명을 빠르게 선점하고 시장에서 철수했다. 반드시 잡고 싶었던 선수를 잡기 위해 ‘오버페이’ 논라도 불사한 것이라고 해석됐다. 이후 삼성이 등장했다. 삼성은 사실상 이번 FA 화제의 선수들 협상 과정에 거의 전부 포함돼 있다.
올해 시즌을 앞두고 불펜을 대거 수집했지만 결국 불펜에 고전한 삼성은 불펜 투수 영입을 위해 김원중, 장현식을 노렸다. 김원중은 롯데에 남았고 장현식은 LG로 이적했다. 특히 KIA 필승계투조였던 장현식을 영입하기 위해 삼성이 제시한 총액은 경쟁 구단 중 가장 높았다. 원소속구단인 KIA와 LG도 50억원대에서 경쟁할 수밖에 없었고 결국 LG는 옵션 없이 풀개런티를 해주고도 마지막에 2억원을 더 높여 4년 52억원 전액 보장에 잡게 됐다.
장현식을 놓친 삼성의 시선은 노경은에게로 이동했다. 임창민 등 베테랑을 수집해놓고 오승환이 무너져 고전한 삼성이 40세가 되는 베테랑 노경은을 FA로 영입하려 하는 데 물음표도 달렸다. 노경은도 결국 SSG에 잔류했다. 2+1년 최대 25억원에 계약했다. 계약 과정이 꽤 길었고 그 중간에 삼성이 있었다. 이 단계 즈음부터 타 구단들로부터는 “차라리 잡고 싶은 선수 확 잡고 빠지지 삼성은 찔러만보는가” “몸값만 높여놓고 잡진 않는다” “FA 몸값는 한화가 아니라 삼성이 높이는 것 같다”는 불만도 나왔다.
불펜 투수들을 연달아 놓친 삼성의 다음 시선은 최원태에게로 갔다. 최원태는 원소속구단 LG가 FA 계약으로는 잡지 않겠다는 방침을 드러내 진로가 매우 어두웠다. 엄상백처럼 20대 선발 투수라는 매우 강력한 무기를 가졌지만, 결정적인 경기에서 약했던 최근의 이미지와 이런저런 소문이 약점이 됐다. 그럼에도 매력적인 투수이기에 삼성 외에도 접촉한 구단이 있었다. 그러나 선수측의 객관적이지 못한 눈높이는 더욱 치명적인 약점이 됐다. 여러가지를 감안하고도 접근했다가 원하는 액수를 듣고 한 번에 바로 접은 구단도 있다.
여러 명에게 영입을 시도했지만 이도저도 성공 못한 삼성이 최원태의 유일한 행선지로 남았다. 사실상 경쟁 없는 영입전이었는데도 삼성은 최원태를 4년 70억원에 계약했다. 최원태 측이 당초 원소속구단 LG는 물론 타 구단에 불렀던 액수보다는 뚝 떨어진 금액이다. 그러나 경쟁 구단이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장 논리에 있어 합리적인 계약은 아니라는 평가다. 옵션 12억원이 포함됐지만 달성하기 어려운 조건을 선수가 받아들이는 경우는 흔치 않다. 자금이 없는 것도 아닌데 FA 영입 시도는 번번이 불발되자 이미 삼성 선수로 소문나 모두가 계약 소식만 기다리는 최원태만은 잡아야 하는 상황에서 나온 투자라는 평가도 받고 있다.
FA는 그 시기에 나온 선수를 필요한 팀이 공략해 영입할 수 있는 제도다. 아무래도 획일화된 몸값 기준은 없어 그 ‘시가’를 결정하는 배경이나 환경이 매우 많다. 이번 FA 시장은 최대어는 있어도 ‘특급’이라 불릴만한 선수는 없지만 총액 500억원을 이미 넘었다. 투자는 전적으로 구단 의지다. 오버페이라 불린 계약이 1~2년 뒤 현명한 계약으로 재평가 받을 수도 있다. 한화도, 삼성도 정말 지금 필요한 선수를 데려가기 위해 절실한 노력 끝에 영입했다. 그러나 두 구단의 움직임으로 올해도 FA 시장은 다시 크게 출렁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