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는 2년 전 2명의 자유계약선수(FA)를 떠나보냈다. 2022년 시즌을 마치고 외야수 채은성과 포수 유강남이 각각 한화와 롯데로 떠났다.
FA 이적 후에는 보상선수 지명이 따른다. 근래 들어 LG는 계속 보상선수 지명을 통해 불펜 투수를 모았다. 채은성의 보상선수로 한화에서 윤호솔을 데려왔고 유강남을 내준 롯데에서는 김유영을 지명했다.
그 중 좌완 김유영은 올해 요긴하게 기용했다. 부상과 이적, 군 입대 등으로 필승계투조가 갑자기 붕괴된 올해 LG 불펜에서 김유영은 53경기에 나가 47.2이닝을 던졌다. 1승2패 1세이브 6홀드 평균자책 3.78을 기록했다.
LG가 2년 만에 다시 내부 FA를 내줬다. 선발 투수 최원태가 지난 6일 삼성과 계약했다. 일찍이 최원태와 작별을 준비하고 있었던 LG가 이제 삼성에서 보상선수를 고를 차례다. 또 한 번 ‘불펜’이 시선을 끈다.
최원태는 FA A등급이다. 삼성이 묶을 수 있는 보호선수가 20명뿐이다. 당장 올해 1군 엔트리에 포함됐던 선수들 중에서도 상당수를 묶기가 어렵다. 30명이었던 한국시리즈 엔트리를 기준으로 하면 당장 10명이 빠져야 한다. 대형 선수라고 해도 명분을 따지지 않고 보호선수에서 제외할 가능성이 생기는 이유다.
특히 삼성의 야수진은 젊은 선수들 위주로 재편 돼가는 중이다. 마운드도 원태인, 이승현(좌완), 황동재 등이 선발에선 축을 이루고 있다. 삼성 입장에서 보호선수 20명 안에 묶어야 할 선수들이 꽤 많다. 반면 불펜에는 지난 시즌 뒤 수집한 30대 중반 이후의 베테랑 투수들이 꽤 여럿이다. 다만 이들이 사실상 필승조 축을 이루고 있다.
올시즌 삼성은 LG를 정규시즌에서 3위로 밀어내고 2위로 올라선 끝에 플레이오프에서도 꺾고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했다. 스토브리그의 이 행보가 내년 우승을 위한 것이라면 LG는 삼성의 거대 라이벌이다. FA 장현식 쟁탈전에서도 LG에 밀린 삼성은 현재도 불펜 보강은 딱히 못한 상태다. 매우 고심해 보호선수 명단을 짜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LG가 여전히 불펜을 고민한다. 임찬규가 2년 연속 성과를 내며 자리를 잡고 손주영이 선발 한 자리를 충분히 소화할 수 있을 정도로 올라서자 LG는 최원태가 빠진 선발 한 자리에 대해서는 큰 미련을 갖지 않는다. FA 시장에서도 장현식을 불펜투수로는 이례적인 52억원 전액 보장에 영입할 정도로 불펜 보강에 열을 올렸다.
올시즌 마무리로 뛴 유영찬이 최근 수술받아 내년 시즌 초반 던질 수 없게 되는 변수까지 더해져 내년도 LG 불펜 사정은 안심할 수 없게 됐다. 믿을만한 투수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고, 일단 LG로서는 삼성에서 나올 보상선수 지명이 그 기회다. 이번에도 LG가 보상선수로 불펜 투수를 지명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이유다.
유영찬의 수술 소식이 이미 공개되면서 삼성은 라이벌 LG 불펜 사정을 다 파악한 채로 보호선수 명단을 짜게 됐다. 매우 전략적으로 보호선수 20명을 추려야 할 삼성이 과연 LG의 사정을 다 알고도 내놓을 것인지, 오승환이 주목받기 시작하는 이유다.
현재 삼성에는 여러 포지션에 베테랑 선수들이 있다. 불펜에는 더 많은 베테랑들이 있으나 그 중 오승환의 상황은 좋지 않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FA 2년 계약을 했지만 올시즌을 마치면서는 한국시리즈 엔트리에서도 제외될 정도로 입지가 좁아졌다. 그러나 오직 삼성에서만 뛴 오승환은 보상선수로 나오기에는 너무 파장이 큰 선수다. 보호선수에서 제외된다면 삼성이 강조해왔던 ‘아름다운 마무리’와도 거리가 멀다. 실제 LG로 간다면 절치부심 작정한 오승환이 어떤 활약을 할지도 모를 일이다. 오승환은 올해도 후반부에 부진했지만 27세이브나 거둬들였다.
그럼에도 보호선수를 20명밖에 묶지 못하는 삼성이 실리를 중요시할 수밖에 없다면, 오승환을 내놓을 가능성도 있다. 냉정한 최근 삼성 구단 기조로 인해 그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기도 한다. 오승환이 나온다면, 내년 즉시 승부를 위해 LG가 선택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물론 20명밖에 못 묶는 삼성이 내놓을 명단에 더 길게 볼 수 있는 젊은 투수가 있다면 LG의 선택지는 더 넓어진다. 보호선수 추리기가 매우 까다롭다. ‘선택’은 삼성이 먼저 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