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자유계약선수(FA) 최원태(27)를 영입하자 오승환(42·삼성)에게 불똥이 튀었다. 삼성은 이례적으로 FA 보상을 위한 보호선수 중 한 명을 먼저 ‘공개’하기에 이르렀다.
이종열 삼성 단장은 지난 7일 밤 기자와 통화에서 “명단 정리는 이미 다 하고 왔다. 오승환은 20명에 포함했다. 최종 결재는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종열 단장은 메이저리그 윈터미팅 참가를 위해 지난 6일 미국으로 출국했다. 출국 전 최원태 영입 발표를 완료했고 보호선수 명단도 구단과 이미 상의를 마친 상태다
원래 ‘비공개’인 보호선수 명단에 대해 이종열 단장이 언급한 것은 최원태 영입 이후 삼성이 작성할 보호선수 명단에서 오승환이 제외될 것이라는 추측이 일파만파 퍼졌기 때문이다.
삼성은 지난 6일 최원태와 4년 최대 70억원에 FA 계약을 체결했다. FA 영입 다음은 보상 단계가 이어진다. 그런데 최원태는 FA A등급이다. 보상선수 지명에 대비해 보호선수를 묶는 데 있어 B등급은 25명인 반면 A등급은 20명밖에 묶지 못한다. 삼성은 보호선수 20명을 엄선해야 하고 최원태의 원소속구단인 LG는 그 외 선수 중에서 보상선수를 지명한다.
특히 올시즌 삼성은 LG를 정규시즌에서 3위로 밀어내고 플레이오프에서도 꺾어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했다. 스토브리그의 이 행보가 내년 우승을 위한 것이라면 LG는 삼성의 거대 라이벌이다. LG에 보상선수를 내줘야 하는 삼성으로서는 20명 추리기가 쉽지 않다.
대부분 구단은 보호선수에 베테랑보다는 젊은 선수들을 보호선수로 묶다보니, 매우 전략적으로 20명을 추려야 할 삼성의 상황으로 인해 오승환의 ‘보호’ 여부가 주목받았다.
오직 삼성에서만 뛴 오승환은 보상선수로 나오기에는 너무 파장이 큰 선수다. 보호선수에서 제외된다면 삼성이 강조해왔던 ‘아름다운 마무리’와도 거리가 멀다. 실제 LG로 간다면 절치부심 작정한 오승환이 어떤 활약을 할지도 모를 일이다. 오승환은 올해도 후반부에 부진했지만 27세이브나 거둬들였다.
그럼에도 보호선수를 20명밖에 묶지 못하는 삼성이 명분보다 실리에 무게를 둔다면 오승환을 내놓을 가능성도 있다는 시선이 쏟아졌다. 오승환은 지난 시즌을 마치고 FA 2년 계약을 했지만 올시즌을 마치면서는 한국시리즈 엔트리에서도 제외될 정도로 시즌 막바지에 입지가 좁아졌기 때문이다. 올시즌 여러 모로 보여준 삼성 구단의 기조가 상당히 차갑다는 점에서도 오승환이 20인에서 제외될 가능성은 있어 보였다
그러나 지난해 SSG가 2차 드래프트 보호선수 명단에서 김강민을 제외했다가 한화에 지명되는 바람에 일어났던 엄청난 후폭풍도 리그가 목격했다. 갑자기 오승환에게 시선이 집중되자 결국 삼성이 이례적으로 “오승환은 보호선수 명단에 포함한다”고 선언했다.
삼성이 보상선수를 내줘야 할 상대인 LG는 불펜 고민이 크다. 올시즌 마무리로 뛴 유영찬이 최근 수술받아 내년 시즌 초반 던질 수 없게 되는 변수까지 더해져 내년도 LG 불펜 사정은 안심할 수 없게 됐다. 선택지에 구위 좋은 투수가 있다면 바로 지명할 것으로 보인다.
KBO는 8일 최원태와 삼성의 계약을 공시했다. 이에 따라 삼성은 사흘 뒤인 11일까지 LG에 보호선수 20명 명단을 건네야 하고, LG는 그로부터 사흘 뒤인 14일까지 보상선수를 지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