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우석 “尹 비상계엄 선포, ‘왜 했지?’ 의아해했죠”

입력 : 2024.12.08 15:26 수정 : 2024.12.08 15:32
양우석 감독.

양우석 감독.

영화계가 온통 시국에 대한 걱정 뿐이다. 지난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이 기습적으로 선포되고 155분여간 대치 끝에 해제되기까지 계엄군과 국회의원, 시민들의 몸싸움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는 국민들은 그 누구도 제대로 잠을 이룰 수 없을 정도로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민주주의란 무엇인가’에 관한 영화 ‘변호인’으로 천만 관객을 이끌었던 양우석 감독도 마찬가지였다. 최근 신작 ‘대가족’으로 ‘스포츠경향’과 홍보인터뷰를 하기 직전, 하필이면 계엄 사태가 발발하면서 그 역시도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고.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후 자정을 넘긴 4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도착한 무장군인들이 국회본청 진입을 시도하자 국회 직원 등이 격렬하게 저항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후 자정을 넘긴 4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도착한 무장군인들이 국회본청 진입을 시도하자 국회 직원 등이 격렬하게 저항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메일을 체크하던 중 계엄이 발생했다고 연락을 받았어요. 만우절인가, 농담하는 줄 알았죠. 그런데 뉴스를 보니 진짜였어요. 제가 알기론 국회의원 정족수 1/2 이상이 동의해버리면 그 자리에서 해제인데, ‘(윤석열 대통령이)이걸 왜 했지?’ 의아하더라고요. 주변에서도 굉장히 걱정하길래 ‘이건 어차피 3일 안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원래대로 돌아올 일이다’라고 했죠. 간단하잖아요? 계엄이라는 게 행안부 소속 공무원으로 해결될 수 없는 일을 손이 부족하니까 공무원 혹은 공무원에 준하는 군인 등을 불러 질서를 유지하게 하는 건데, 화산 폭발 같은 일은 없었잖아요. 그래서 3일 안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돌아온다고 했는데, 3일보다 짧게 걸렸더라고요. 그건 예상 못했습니다. 하하.”

영화 ‘변호인’ 한 장면.

영화 ‘변호인’ 한 장면.

양 감독은 ‘변호인’과 ‘강철비’ 1, 2, 그리고 뒤이어 ‘대가족’을 내놓는 이유도 한국 현대사 흐름에 맞춰 소개했다.

“‘변호인’을 기획할 당시엔 IMF 때 청소년기를 보낸 친구들이 막 사회에 나오는 시기였어요. 무조건 사회에 살아남으려면 순응해야한다는 생각이 강할 때였는데, ‘변호인’은 ‘법조인이 법을 안 지키는 사람에게 법을 지켜라. 잘못된 건 항의할 줄 알아야한다’는 게 로그라인이었거든요. IMF 세대가 무조건 순응하지 말고 부딪혀서 싸워 이겨내라는 뜻으로 기획이 되었죠. ‘강철비’를 기획할 땐 국제 관계가 핵을 둘러싸고 민감해지는 시기였는데, 남북은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자의로 전쟁도 못하고 통일도 못하는 상황이었어요. 우리의 지정학적 정리를 하지 않으면 위험하다는 마음으로 영화를 만든 거고요. 요즘 화두는 ‘가족’이에요. 가족을 꾸리기에 너무 힘든 세대가 됐으니까요. 진짜 가족이란 연대감, 공감, 응원을 해줄 수 있는 관계라는 생각으로 ‘대가족’을 만들었죠.”

영화 ‘대가족’ 포스터.

영화 ‘대가족’ 포스터.

10년 간 시대의 화두가 될 수 있는 이야기를 쓰자는 그의 목표는 어느 정도 달성한 듯하다. 앞으로 10년의 계획을 묻자 심오한 이야기를 던졌다.

“K콘텐츠 업계는 팬데믹 시대와 거대해진 OTT 플랫폼 여파로 비즈니스 시스템 자체가 무너졌어요. 영화 한 편이 OTT로 한달이면 넘어가기 때문에 극장을 찾을 필요가 없게 된 거죠. 이대로 두면 증발해버릴 수도 있어요. 그래서 남은 10년은 콘텐츠업계를 위해 한국만의 독특한 장르와 비즈니스 시스템 구축을 위해 일하려고 합니다. K콘텐츠가 글로벌화되는 상황에서 살아남으려면 그런 원천적인 고민이 필요하니까요.”

‘대가족’은 오는 11일 개봉한다.

박수, 공유 영역

댓글 레이어 열기 버튼

기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