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탁구가 정상을 밟으려면 만리장성을 무너뜨려야 한다. 세계 최강의 선수들이 즐비한 중국은 여전히 굳건한 장벽이지만, 넘지 못할 상대는 아니다. 2년 연속 준우승으로 마감한 혼성 팀 월드컵은 그 희망을 확인한 무대였다.
한국은 지난 8일 중국 쓰촨성 청두에서 막을 내린 ITTF 혼성 팀 월드컵 결승에서 중국에 1-8로 졌다. 첫 대회였던 지난해 중국을 만나 아깝게 준우승에 그쳤던 역사가 올해도 반복됐다.
세계 무대를 호령하고 있는 최고의 선수들로 대표팀을 구성한 중국은 이번 대회 본선에서 압도적인 저력을 자랑하고 있다. 각 매치의 게임 접수 합계로 먼저 8점이 따내는 팀이 승리하는 이 대회 본선부터 결승까지 64점을 쌓는 동안 단 9점만 내준 것이다.
그나마 한국이 중국과 본선 첫 대결에서 4점, 그리고 결승에서 1점을 따내면서 중국을 위협할 수 있는 도전자 입지를 재확인했다. 한국은 본선 7경기(6승1패·2위)와 4강 그리고 결승까지 토너먼트까지 총 9경기에서 중국을 상대로만 두 차례 패배했을 뿐 나머지 경기에선 모두 승리했다.
남녀 선수들이 한 단체전에서 혼합복식과 남녀복식, 복식 등 모든 종목을 치르는 새로운 형태에서 잘 적응했다는 평가다.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복식(금메달), 올해 파리 올림픽 혼합 복식(동메달) 등에서 모두 성과를 일궜던 신유빈(대한항공)을 중심으로 대회를 풀어갔지만, 나머지 선수들도 진가를 발휘했기에 가능했다.
특히 10대인 오준성(미래에셋증권)과 김나영(포스코인터내셔널)이 자신보다 강한 선수들을 상대로 선전한 것이 반갑다. 오준성은 중국과 본선 맞대결 남자 단식에서 세계랭킹 1위인 왕추친을 상대로 0-3으로 졌지만 첫 게임과 3번째 게임에서 듀스까지 가는 접전을 펼치면서 주목받았다. 오준성은 10월 아시아선수권대회 8강에서 왕추친을 3-1로 꺾으며 동메달을 목에 건 바 있다. 파리 올림픽 훈련 파트너로 참가했던 김나영도 세계랭킹 1위인 중국의 쑨잉사를 상대로 1-2로 졌지만 첫 게임 듀스 접전을 12-10으로 승리해 기대감을 높였다. 한국 탁구는 최근 이태성 신임 회장이 취임하면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4년 뒤인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선 파리를 뛰어넘는 성과에 도전하는 게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