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아래 같은 세상을 사는 국민인데 누군가는 소신을 당당하게 밝혔고, 누군가는 입을 꾹 다물었다. 전자는 OTT플랫폼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즌2(이하 ‘오겜2’) 황동혁 감독, 후자는 국민의 힘 한동훈 대표와 엮여 화제의 중심에 섰지만 시국에 대한 아무런 발언도 하지 않은 배우 이정재다. 작품의 무게감이 똑같은 두 사람이지만 전혀 다른 태도가 돋보였다.
9일 서울 동대문구 동대문 DDP 아트홀에서 진행된 ‘오징어 게임’ 시즌2 제작발표회에서는 황동혁 감독을 비롯해 시즌1에 이어 또 다시 주연으로 나선 이정재, 이병헌, 임시완, 강하늘, 위하준, 박규영, 이진욱, 박성훈, 양동근, 강애심, 이서환, 조유리 등이 참석해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가장 주목을 받은 건 역시나 이정재였다. 윤석열 대통령의 기습적인 비상계엄 선포 이후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부결까지 불안하게 돌아가는 시국 속에서 이와 유사한 내용의 작품을 전세계 론칭하는 소감은 물론, 고교 동창으로 알려진 ‘깐부’ 국민의 힘 한동훈 대표와 친분, 이른바 ‘한동훈 테마주’로 불렸던 와이더플래닛(현 아티스트유나이티드) 선행매매 등 부당거래 의혹에 대해 수사 중이라는 보도까지 나와 그의 입에 눈과 귀가 집중됐다.
그러나 그는 시국 관련 질문에 관해선 입을 꾹 다물었다. 누군가의 통제 속 생존 게임을 벌여아하는 줄거리와 지금의 현실이 맞닿아있어 관련 질문도 나왔지만 황동혁 감독만이 답을 했을 뿐 ‘시즌1’과 ‘시즌2’를 책임지고 있는 ‘얼굴’ 이정재는 마이크를 건네받지 않았다.
황동혁 감독과 대비되는 행보였다. 황동혁 감독은 앞서 단순한 작품 소개에 있어서도 현실을 잊지 않았다. 그는 시즌1과 시즌2의 차별성에 대해 “‘게임을 그만둘 것인가’에 대한 찬반투표가 매 게임 중요하게 작용한다. 요즘 투표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현재 시국 상황들뿐만 아니라 미국 대선도 얼마 전에 끝나서 맞닿은 부분이 재밌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세계가 점점 갈라지고 분열되고, 서로 선을 긋고 적대시되는 갈등이 심화된다는 생각이 든다. 국내 사회 내에서 갈등이나 국가 간 전쟁도 그렇지 않나. ‘오겜’ 안에서도 서로 갈라서고 분열하며, 적대시하는 인간들의 모습을 보면서 현실세계와 ‘오겜’ 세계가 무척이나 닮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거다. 우리 주변과 이 세상을 다시 한 번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으면 한다”고 말했다.
혼란한 시국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도 가감없이 답했다. 황 감독은 “이런 시국에 ‘오겜’이 공개하게 돼 마음이 많이 무거웠다. 여기 있는 모든 이(출연진)가 그 계엄 발표를 믿을 수 없었고 새벽까지 TV로 지켜봤다.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투표도 생중계로 지켜봤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말도 안 되는 일로 국민이 우울감을 갖고 연말을 보내야한다는 게 화가 나고 불행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윤 대통령이)자진 하야가 됐던 탄핵이 됐던, 책임을 져서 온 국민에게 행복하고 서로 도움이 되고 축복이 되는 연말을 돌려주길 바란다. 조속히 해결하라”고 강조했다.
앞서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은 한동훈 대표가 이끄는 국민의 힘 의원들의 집단 불참으로 부결,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폐기됐다. 이를 지켜보던 국민들은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지금까지 전국에서 탄핵 요구 집회를 이어나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동훈 대표와 고교 동창이며 지난해 이른바 ‘갈비회동’을 가진 게 알려지면서 화제가 된 이정재가 한마디도 꺼내지 않았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또한 기자간담회도 시국에 관한 질문이 나온 직후 황급히 종료돼 모두를 의아하게 했다.
최근엔 한 매체가 금융당국이 이정재 등이 인수한 와이더플래닛(현 아티스트유나이티드) 선행매매 등 부당거래 의혹에 대해 수사 중이라며 특정세력이 인수 계획을 미리 파악하고, 해당 주식을 일부러 정치 테마주로 부각시킨 정황이 확인됐다고 보도하기도. 와이더 플래닛은 지난해 이정재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고교 동창인 것이 알려지면서 ‘한동훈 테마주’로 분류돼 주가가 10배가량 폭등하기도 했다.
소속사 측은 “과거 와이더 플레닛은 금융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아티스트 컴퍼니와 이정재는 조사 대상이 아니다”라면서도 “이정재는 와이더 플레닛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당시 정보유출이나 선행 매매와 같은 불법적인 행위와는 전혀 관계가 없으며 이정재와 아티스트 유나이티드가 받고 있는 오해를 해소할 수있도록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한편, ‘오징어 게임’ 시즌2는 복수를 다짐하고 다시 돌아와 게임에 참가하는 ‘기훈’(이정재)과 그를 맞이하는 ‘프론트맨’(이병헌)의 치열한 대결, 그리고 다시 시작되는 진짜 게임을 담은 이야기다. 오는 26일 전세계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