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자유계약선수(FA) 최원태 영입을 공식 발표한 뒤 연일 베테랑 선수들이 화제에 오른다. LG의 보상선수 지명에 앞서 삼성이 지정하는 보호선수 20인 안에 포함되지 않을 가능성, LG가 실제 지명할 가능성에 대해 무한 상상이 앞서고 있다.
1982년생 불펜 투수 오승환의 이름이 가장 먼저 등장한 데는 개연성은 있었다. 정규시즌 막바지에 크게 부진해 플레이오프와 한국시리즈 엔트리에서 모두 제외되며 팀내 위기에 몰렸다는 점, LG가 내년 전력 구성에 있어 여전히 불펜에 고민을 안고 있다는 점이 배경이 됐다. 이에 이종열 삼성 단장이 보호선수 명단은 ‘비공개’가 원칙임에도 “오승환은 20인에 포함한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오승환 이슈가 소멸되자 박병호에게로 시선이 이동했다. 1986년생 박병호는 지난 5월 KT에서 삼성으로 트레이드 됐다. KT에서 급격히 자리가 축소된 여파로 삼성에 갔고 우타자가 부족하다던 삼성 타선에 어느 정도 힘을 더했다. 그럼에도 ‘20인’으로 한정된 보호선수에 포함하기는 어려우리라는 점, 특히 LG 출신이지만 팀을 옮기면서 홈런 타자로 야구인생이 바뀐 박병호가 LG로 돌아가 커리어를 마무리할지도 모른다는 스토리가 더해져 박병호는 화제의 중심에 섰다.
여기에 선발이었다가 포지션이 애매해진 1987년생 투수 백정현도 거론된다. 백정현도 오승환처럼, 2007년 데뷔 이후 삼성에서만 뛴 ‘원클럽 맨’이다.
모두 40대 전후의 베테랑이라는 점, 그럼에도 ‘한 가닥’ 하는 큰 선수들이라는 점, 그리고 LG의 전력상 필요 공간을 기준으로 상상의 나래가 펼쳐지고 있다. 삼성은 아직 LG에 보호선수 명단을 주지도 않았다. KBO가 지난 8일 최원태의 계약을 공시한 터라 삼성의 보호선수 명단 제출 마감일은 11일이다.
내년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서 보상선수 후보로 풀릴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듣는 것은 선수에게 상당한 고역이다. 지난해 11월 2차 드래프트 당시에는 보호선수 35명에 포함되지 않은 선수 중 김동엽, 우규민의 이름이 사전에 언론을 통해 사실상 노출됐다. 결과적으로 우규민은 KT에 지명돼 새롭게 출발할 수 있었지만 남은 김동엽의 사례를 두고 타 구단에서도 여러 선수들이 안타까움과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번 FA 시장에서 이적 선수가 여럿 나왔지만 최원태 보상선수 후보를 놓고 유독 베테랑들이 줄줄이 거론되는 것은 올해 첫 A등급 이적 사례라 보호 인원이 20명으로 가장 적어서이기도 하지만, 풀리면 지명될 수도 있다고 예상할 만큼 쓸만한 베테랑 선수가 삼성에 여럿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삼성이 올해 특히 젊은 선수들을 중심으로 한국시리즈 준우승까지 성과를 이뤄낸 배경도 있다. 더 이상 유망주가 아니라 팀 주축이 돼버린 젊은 선수들을 구단 입장에서는 더 보호해야 하는 것도 정확한 현실이다.
KBO리그는 1년 전 큰 소란을 겪었다. 우규민이 KT에 지명됐던 2차 드래프트 당시, 한화가 김강민을 지명해 리그가 뒤집혔다. 데뷔 이후 SSG에서만 뛴 프랜차이즈 스타 김강민은 2022년 SSG 우승 당시 한국시리즈 MVP였다. 은퇴를 얼마 안 남겨둔 팀 역사의 상징적 선수가 영광의 우승 이후 불과 1년 만에 35명 안에도 포함되지 않은 충격에 당시 구단 수뇌부의 이상한 운영에 대한 비난의 시선이 더해졌다. 선수를 데려가도 좋다고 풀어놓고는 지명한 한화를 오히려 비난해 구단 간 신경전도 벌어졌다.
삼성의 오승환 파문도 1년 전 김강민 사태의 후유증이라고 할 수 있다. 삼성은 이런 시선을 차단하기 위해 오승환에 대해서는 20인 안에 넣었다고 이례적으로 선언하며 ‘객관적인 예상’을 뒤집었다. 프랜차이즈 스타를 내놓으면서도 ‘설마 지명은 안 하겠지’ 하는 안일한 마인드로 뒷통수를 맞은 실제 사례가 프로야구에도 이미 존재하기에 삼성의 베테랑들은 12월, 때아닌 고초를 겪고 있다. 앞으로도 겨울이면 많은 베테랑들이 같은 상황에 놓일 가능성은 점점 높아진다.
현실적으로, 지명하는 구단 입장에서는 꼭 필요한 부분에 딱 들어맞는 베테랑이 나오지 않는 한, 웬만하면 젊은 선수를 선호하기 마련이다. LG의 선택도 크게 다르지 않을 듯 보인다. 명단을 주고받기도 전에 뜨겁게 폭발해버린 최원태 보상선수 파동은 늦어도 LG의 지명 마감일인 14일까지는 종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