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데뷔했거나 까마득한 베테랑이거나. 키움 선수단의 연령 그래프가 양극단으로 쏠린 U자형이 돼 가고 있다.
올해 스토브리그에서 키움의 행보는 독특하다. 즉시 주전으로 투입할 수 있는 에이스를 영입하는 대신 타 구단 출신 방출 선수만 세 명을 품었다. 강진성(31)과 김동엽(34)에 이어 장필준(36)까지 영입했다. 세 선수 모두 데뷔한 지 10년이 넘은 30대 선수다.
키움은 외부 선수 영입에 그치지 않고 내부에서도 고참 선수를 붙잡았다. 올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획득한 최주환(36)과 최대 4년 비FA 다년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FA 자격 획득까지 1년이 남은 포수 김재현(32)을 6년 다년계약으로 잡았다. 경기 내·외적인 안정성 강화를 위한 구단의 선택이었다.
키움의 전력 충원은 극과 극을 달린다. 베테랑 선수를 적극적으로 들여오는 한편 젊은 선수를 선발하고 육성하는 데에 힘을 쏟는다. 이지영과 김휘집 등 기존의 주전급 선수를 타 구단에 내주고 신인 드래프트 선발권을 받은 키움은 올해 드래프트에서 가장 많은 14명의 선수를 뽑았다.
키움은 정작 즉시 전력으로 활용할 수 있는 주전급 중견 선수 영입에는 소극적이다. 오히려 유출이 더 크다. 올해만 해도 국가대표 유격수 김휘집을 NC로 보냈다. 2루수 김혜성은 이번 겨울 메이저리그로 떠날 예정이다. 키움은 지난해 시즌 도중인 7월 최원태를 보내는 대신 LG로부터 이주형을 트레이드로 데려와 당시 부상 이탈 중이던 이정후의 빈자리를 채웠다. 올해는 아직 이와 같은 영입 움직임이 없다.
발굴과 육성에 초점을 맞추는 키움의 스타일은 의외의 효과를 내기도 한다. 지난해 SSG에서 방출된 후 2차 드래프트에서 키움에 선발된 최주환은 올해 키움의 주전 1루수로 활약하며 제2의 야구 인생을 살고 있다. 2024 드래프트에서 키움에 1라운드 지명을 받은 신인 김윤하는 올해 7월부터 선발 로테이션을 꾸준히 돌며 차세대 선발 인재로 눈도장을 찍었다.
키움은 최근 2년 연속 리그 최하위를 기록했다. 내부에서든 외부에서든 새로운 에이스가 등장하지 않고서는 극적인 반등을 이뤄내기 어렵다.
키움 관계자는 “팀에 젊은 선수가 많은데 그 선수들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베테랑 선배들의 모습을 보고 배울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선수단의 신구 조화를 맞추기 위해 고참·중고참급 선수를 영입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젊은 선수를 뽑고 고참 선수를 영입하는 건 전부 팀을 완전체로 만들기 위한 과정의 일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