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를 호령했던 1992년생 동갑내기들의 운명이 엇갈리고 있다.
계약 만료를 눈앞에 두고 한 명이 웃을 준비를 마쳤다면, 나머지 한 명은 아쉬움 속에 하루 하루를 보낸다. 전자는 무함마드 살라흐(32·리버풀), 후자는 손흥민(32·토트넘)이다.
스포츠전문매체 ‘디애슬레틱’ 영국판은 지난 9일 살라흐가 자유계약선수(FA) 신분을 얻기 전에 새로운 계약을 제안받았다고 보도했다. ‘미러’ 역시 리버풀과 살라흐가 2년 재계약 합의에 도달했다고 전했다.
현지 언론 보도를 살펴보면 살라흐와 리버풀의 동행은 확정적이다. 내년 5월 계약이 만료되는 살라흐가 현재 리버풀에서 받고 있는 주급 35만 파운드(약 6억4000만원)를 고스란히 유지하면서 계약 기간을 2년 더 연장하는 조건이다.
사실 살라흐는 내년 여름 새 유니폼을 입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리버풀이 30대 중반에 가까워지고 있는 그와 재계약을 꺼렸기 때문이다. 살라흐는 지난달 사우스햄프턴전이 끝난 직후 믹스트존에서 “이번 시즌이 끝나면 팀을 떠날 가능성이 높다. (리버풀로부터) 아직 공식적인 제안을 받지 못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런데 살라흐의 발언 직후 팬심이 요동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살라흐가 이번 시즌 정규리그에서만 13골(1위) 8도움(2위)으로 맹활약하고 있는 상황에서 리버풀이 반드시 붙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결국, 양 측의 협상이 한 달 사이에 빠르게 진행돼 마지막 사인만 남게 됐다.
살라흐의 변화는 지지부진한 손흥민의 협상 소식과 비교된다. 토트넘 캡틴인 손흥민은 지난 9월 공식기자회견에서 “구단과 아직 (재계약과 관련해) 아무런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고 밝힌 뒤 별다른 재계약 소식이 들리지 않는다. 손흥민의 기존 계약에 포함된 1년 연장 옵션 발동이 유력하다는 보도에 힘이 실린 것이 전부다. 지금 같은 흐름이라면 손흥민은 2026년 토트넘을 떠나야 한다.
손흥민이 살라흐와 같은 대우를 받지 못하는 것은 재계약 시점에서 다른 활약을 보여주는 게 영향을 미쳤다. 손흥민은 이번 시즌 햄스트링 부상으로 한 달 넘게 그라운드를 떠난 여파가 부진으로 이어지면서 4골(27위) 4도움(7위·이상 정규리그 기준)에 그치고 있다. 12경기 밖에 뛰지 않았기에 어쩔 수 없지만 에이징 커브가 의심될 수 있는 상황이다. 손흥민은 지난 시즌 정규리그에서만 17골을 넣었다. 손흥민이 최근 3경기에서 결정적인 득점 찬스를 잇달아 놓치면서 불안감은 더욱 커졌다.
손흥민을 더욱 안타깝게 만드는 것은 재계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도 경질 위기에 놓였다는 사실이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손흥민이 부진할 때마다 감쌌지만 토트넘의 성적 부진으로 순위가 11위까지 밀려나자 “계약 상황에 신경을 쓸 틈이 없다”며 선을 긋고 있다. 손흥민도, 포스테코글루 감독도 힘겨운 겨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