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경택·곽규택, 엄주원·엄태영…탄핵정국 연예계 ‘연좌제’ 논란

입력 : 2024.12.11 15:21
영화 ‘소방관’의 곽경택 감독(왼쪽)과 동생인 국민의힘 곽규택 의원. 사진 스포츠경향DB·국민의힘 홈페이지

영화 ‘소방관’의 곽경택 감독(왼쪽)과 동생인 국민의힘 곽규택 의원. 사진 스포츠경향DB·국민의힘 홈페이지

극심한 혼란의 시기. 항상 시대의 위기는 개인 또는 가족의 위기와 겹쳐졌다. 이번도 비슷하다. 탄핵정국으로 사회가 혼란스러워지자 일부 위정자들을 위한 분노가 별 관계가 없는 가족에게까지 미치기 시작했다.

가장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것은 지난 4일 개봉한 영화 ‘소방관’이다. ‘친구’ ‘암수살인’ 등을 연출한 곽경택 감독의 영화인 ‘소방관’은 2001년 서울 홍제동 화재 참사 사건 당시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화재 진압과 전원 구조라는 목표를 갖고 투입된 소방관들의 상황을 다룬 작품이다.

영화의 소재가 되는 홍제동 화재 사건에서는 총 6명의 소방관이 목숨을 잃었다. 곽 감독이 연출을 맡은 영화는 2020년 9월 촬영이 끝났지만, 개봉은 무려 4년이 밀렸다. 주원, 유재명, 이유영, 김민재, 오대환, 이준혁, 장영남 등이 출연했다.

곽경택 감독의 영화 ‘소방관’의 한 장면. 사진 바이포엠스튜디오

곽경택 감독의 영화 ‘소방관’의 한 장면. 사진 바이포엠스튜디오

영화는 연출을 맡은 곽경택 감독에게 탄핵정국의 불똥이 튀었다. 곽경택 감독의 동생은 국민의힘 곽규택 의원으로 제22대 부산 서구·동구 현역 의원이다. 지난 7일 진행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 표결에 불참했던 곽 의원은 다른 104명의 의원들과 함께 큰 곤란을 겪고 있다.

곽 감독은 22대 총선 선거 당시에도 동생인 곽 의원을 지원해 선거유세에도 적극적으로 동참했다. 이후 곽 의원이 탄핵 표결에 불참하자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소방관’을 ‘내란 영화’로 지칭하며 보이콧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소방관’은 티켓 한 장 당 119원을 국립소방병원에 기부하기로 했으나 영화를 보지 않고 직접 기부를 하겠다는 의견도 형성되고 있다.

이미 ‘소방관’은 앞서 주연인 곽도원의 음주운전으로 타격을 받았다. 곽도원은 ‘소방관’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개봉을 미룬 후 그 일자를 타진하던 2022년 9월 제주도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158%의 만취 상태로 운전하다 신호를 기다리던 중 잠이 든 채로 발견됐다.

영화 ‘소방관’에 출연한 배우 곽도원. 사진 스포츠경향DB

영화 ‘소방관’에 출연한 배우 곽도원. 사진 스포츠경향DB

그는 결국 기소돼 도료교통법 위반으로 지난해 6월 벌금 10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고, KBS에서도 한시적으로 출연정지를 당했다. 곽경택 감독은 최근 ‘소방관’ 제작보고회에서 “솔직한 제 심정을 말하면 아주 밉다. 밉고 원망스럽다”며 속상한 심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 이슈가 끝나지도 않은 시점에서 정작 감독 본인이 ‘연좌제’ 분위기의 논란에 휩싸였다. 현재 개봉 중인 영화에 대해 제작사나 배급사 쪽은 관련 언급을 삼가며, 사태의 추이를 면밀히 지켜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봉 일주일을 넘긴 작품은 현재 100만 관객을 향해 가고 있다.

가족의 탄핵투표 불참으로 곤경에 처한 이는 또 있다. 바로 MBC 엄주원 아나운서다. 그는 최근 일부 누리꾼들로부터 SNS(사회관계망서비스) DM(다이렉트 메시지) 등으로 입장표명을 재촉받기도 했다.

MBC 엄주원 아나운서(왼쪽)와 그의 아버지 국민의힘 엄태영 의원. 사진 MBC·국민의힘 홈페이지

MBC 엄주원 아나운서(왼쪽)와 그의 아버지 국민의힘 엄태영 의원. 사진 MBC·국민의힘 홈페이지

엄 아나운서는 국민의힘 소속 엄태영 의원의 장남이다. KBC 광주방송을 거친 엄 아나운서는 2016년 MBC에 입사해 20년이 넘게 재직했지만 최근 큰 곤란에 빠졌다. 엄태영 의원은 14·15대 제천시장을 지내고 충북 제천시·단양군에서 재선한 현역의원이다.

엄 아나운서는 누리꾼들의 입장 요구에 지난 8일 SNS에 글을 올려 “평생의 업보로 받아들이고 살아왔기 때문에 연좌제 운운하지 않겠다”며 “다만 개개인의 입장은 다른 걳이고 치열하게 토론하되 결정과 책임은 각자의 몫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아버지와는 달리 탄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동의하는 의견을 내놨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그에 따른 탄핵 시도로 정국이 요동치면서 연예계에서도 연예인이나 유명인사들의 입장과 관련해 갈등이 극명해지고 있다. 일부 누리꾼들은 입장 표명을 하지 않는 연예인들에게, 또 일부는 한쪽의 입장을 옹호하는 연예인들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리고 있다.

이 와중에 탄핵표결과는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국민의힘 현역의원들의 가족까지 ‘연좌제’의 분위기로 곤란을 겪고 있다. 일부 누리꾼들은 연좌제가 근대 구습의 상징으로 현대에는 쓰이지 않는 점을 들며 현역의원들 가족에 대한 비난은 자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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