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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립식 가족’ 배현성 “언젠가 평범한 가족 갖겠죠?”

입력 : 2024.12.12 13:00
JTBC 드라마 ‘조립식 가족’에서 강해준 역을 연기한 배우 배현성. 사진 어썸이엔티

JTBC 드라마 ‘조립식 가족’에서 강해준 역을 연기한 배우 배현성. 사진 어썸이엔티

배우 배현성은 맑은 눈망울로 단아한 청춘을 주로 이야기하는 배우다. 그런데 그의 출연작들을 잘 살펴보면, 의외로 잘 갖춰진 가정 배경이 없다. 물론 부모의 부재가 흠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는 유독 작품에서 제대로 된 가족을 가진 적이 없다.

tvN ‘우리들의 블루스’에서는 편부가 있었고, JTBC ‘기적의 형제’는 부모 없이 형제만 존재했다. 넷플릭스 ‘경성크리처 2’에서는 고아로 마에다(수현)에게 입양된 양아들이었다. 비슷한 시기 공개된 ‘지옥’에서도 죽었다 부활한 엄마 박정자(김신록) 대신 다른 사람에 길러졌다.

그런 그는 이번에 또 한 번 독특한 가족을 경험했다. 이름부터가 독특한 ‘조립식 가족’이다. JTBC 드라마였던 이 작품에서 그는 강해준 역을 연기했는데, 어린시절 엄마에게서 버려졌다 엄마의 맞선남이었던 윤정재(최원영)의 아들로 10년을 길러졌다.

JTBC 드라마 ‘조립식 가족’에서 강해준 역을 연기한 배우 배현성. 사진 어썸이엔티

JTBC 드라마 ‘조립식 가족’에서 강해준 역을 연기한 배우 배현성. 사진 어썸이엔티

“이 친구가 겉으로 보기에는 밝고 웃음이 많은 친구지만, 속에는 아픔이 많은 친구예요. 겉으로 슬픔을 드러낸다기보다는 밝게 웃으며, 오히려 보시는 분들에게는 안쓰럽고 불쌍한 느낌을 주는 친구죠. 밝아서, 더 애처로운 느낌이 있어요.”

아버지에게 잘 보이기 위해 시작한 농구와 사투리. 오롯이 배현성의 도전과제가 됐다. 게다가 기구한 사연의 캐릭터답게 눈물도 많이 쏟았다. 첫 촬영이 시작된 지난해 가을 이후 거의 1년을 배현성은 ‘조립식 가족’에 자신을 쏟았다.

“‘경성크리처 2’ 촬영이 지난해 9월 촬영이 끝났고, 12월 ‘조립식 가족’ 촬영에 들어갔어요. ‘경성크리처’ 승조와 해준이는 캐릭터가 거의 반대라 머리부터 잘랐죠. 승조는 맑은 얼굴이지만 잔인한 성격이고, 해준이는 그렇지 않거든요. 농구와 사투리도 빨리 배우면서 준비했어요.”

JTBC 드라마 ‘조립식 가족’에서 강해준 역을 연기한 배우 배현성. 사진 어썸이엔티

JTBC 드라마 ‘조립식 가족’에서 강해준 역을 연기한 배우 배현성. 사진 어썸이엔티

2020년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장홍도로 이름을 알린 배현성은 tvN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박지환의 아들, 18세의 나이로 아빠가 되는 정현 역을 연기해 주목받았다. 이후 ‘가우스전자’ ‘기적의 형제’까지 부드럽게 귀티 나는 분위기를 살렸지만 ‘경성크리처 2’에서는 괴물이 되는 나진이 스며들어 잔인해지는 승조를 연기했다. 크게 배역이 180도 바뀌는 기분은 배현성에게도 나쁘지 않았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밝은 역할이 편한 건 맞아요. 하지만 편하고 할 수 있는 것만 할 수 없잖아요. 성장할 수 없을 것 같았어요. 승조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성장을 해보고 싶었어요. 어둡고 저와 반대되는 이미지가 있다면 기꺼이 하고 싶었죠.”

실제 배현성은 ‘조립식 가족’ 젊은 배우들이 그렇듯 내향적인 성격이었다. 황인엽, 정채연과 함께할 때는 가장 막내였지만 두 형과 누나가 잘해줘 금세 친해졌다. 세 사람이 매니저도 없이 영화를 보러 갔다 서울 잠실 롯데월드에 놀러 간 이야기는 유명해졌다. 배역으로도 살갑고, 다정한 연기를 많이 한 그는 실제로도 그런 성격이다.

JTBC 드라마 ‘조립식 가족’에서 강해준 역을 연기한 배우 배현성. 사진 어썸이엔티

JTBC 드라마 ‘조립식 가족’에서 강해준 역을 연기한 배우 배현성. 사진 어썸이엔티

“가족과 따로 살고 있어서 많이 바쁘지 않다면 하루에 한 번 이상 전화는 꼭 해요. 사이좋게 지내고 있지만, 이번 작품을 하면서 엄청 친한 사이라도 대화를 잘하고 소통을 해야 한다고 느꼈어요. 슬픈 일이 있더라도 ‘좋은 게 좋은 거지’ 싶은 마음에 가족에게 말을 안 할 수도 있잖아요. 슬픈 일이 있더라도 가족과 나누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연기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그는 따로 스트레스를 안 받는 타입이지만, 배우로서 살아가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어떤 연기를 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에 자주 빠진다. 그가 가족들의 이야기에 끌리는 이유 그리고 가족의 이야기를 다루는 작품에 많이 나오는 이유는 물론 연출자들이 그의 맑은 눈에서 사연을 찾기도 하기 때문이지만 그의 욕심에서도 비롯된다.

“가족 이야기를 하면서 감정을 공유하고 표현하는 게 재미있어요. 가족극이라 슬프지만, 행복한 이야기도 많고요.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결국 매력이 되는 것 같아요. 드라마 막판에는 우는 장면이 많았는데, 물론 힘들지만 촬영하고 나면 뿌듯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죠.”

JTBC 드라마 ‘조립식 가족’에서 강해준 역을 연기한 배우 배현성. 사진 어썸이엔티

JTBC 드라마 ‘조립식 가족’에서 강해준 역을 연기한 배우 배현성. 사진 어썸이엔티

2023년을 마무리하면서 바쁘게 지내게 해달라는 소원이 이루어진 2024년 한 해였다. 그는 새해에는 슬픈 로맨스도, 재난물도 청춘물도, 모두가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사극도 해보고 싶다. 내성적인 성격으로 표현이 쉽지 않은 시절도 보냈지만, 점점 자신의 연기로 누군가가 감정에 빠져들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그렇게 기쁠 수 없다.

“이제 저도 평범한 가족을 한 번 만날 수 있겠죠? 아직도 칭찬에는 약한 편이라 쑥스럽고 부끄럽지만 제 연기를 칭찬하는 분들이 많아지도록 더 열심히 해야겠다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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