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2024 골든글러브 시상식에는 총 네 명의 외국인 선수가 ‘황금장갑’을 품에 안았다. 외야수 부문에 빅터 레이예스(롯데), 멜 로하스 주니어(KT), 투수 부문에 카일 하트(NC), 그리고 1루수 부문에 오스틴 딘(LG)이 수상의 기쁨을 누렸다. LG 해결사 오스틴은 외국인 수상자들 가운데 유일하게 시상식에 직접 참석했다.
외국인 선수 대부분은 시즌이 끝나면 고향으로 떠나 다음 스프링캠프 전까지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보통은 연말 시상식에서 외국인 선수가 상을 받으면 소속팀 코치 등 관계자들이 대리 수상을 한다. 특히 12월에 열리는 골든글러브 시상식에 외국인 선수가 자리를 빛내는 건 굉장히 드문 일이다. 오스틴은 지난 2019년 투수 부문 황금장갑을 받은 조쉬 린드블럼(당시 두산)에 이어 4년 만에 골든글러브 시상식에 참석한 외국인 선수다.
오스틴은 2박3일 일정으로 지난 12일 입국했다. 13일 시상식에 참석한 뒤 14일 미국으로 돌아간다. 이번 한국행은 오로지 골든글러브 시상식에 참석하기 위한 것이다. 더 정확히는 팬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오스틴은 시상식 전 취재진과 만나 “올해 초 팬들에게 골든글러브 후보에 오르면 시상식에 참석하겠다는 약속을 했다”며 “그 약속을 지키고 싶었고, 아내에게 허락받고 한국에 왔다”고 이야기했다.
오스틴은 수상이 확실하지도 않은데도 팬들과의 약속을 가벼이 여기지 않고 한국에 왔다. 1루수 부문은 이번 시상식 격전지 중 한 곳이었다. ‘타점왕’ 오스틴과 ‘홈런왕’ 맷 데이비슨(NC)이 격돌했다. 오스틴은 올시즌 140경기 타율 0.319, 32홈런, 132타점, OPS 0.957의 성적을 거뒀다. 데이비슨은 131경기 타율 0.306, 46홈런, 119타점, OPS 1.003을 찍었다. 오스틴도 “50대 50으로 생각한다”며 “받든 못받든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자신을 낮췄다.
오스틴은 이날 리그 최고의 1루수로 다시 한번 우뚝 섰다. 오스틴은 총 288표 가운데 193표(득표율 67%)를 받아 데이비슨(83표·득표율 28.8%)을 여유 있게 제치고 2년 연속 황금장갑을 거머쥐었다. 오스틴은 “이 상은 팀 동료들과 코치들이 없었다면 받지 못했을 것”이라며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 분들께 고맙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선수로서, 한 사람으로서 계속 발전하라는 의미로 다음 시즌에도 열심히 임하겠다”고 덧붙였다.
2023년 LG 유니폼을 입고 KBO리그에 데뷔한 오스틴은 첫해 팀을 통합우승으로 이끌며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올해도 리그 최고의 1루수로 활약한 오스틴은 다음 시즌에도 LG와 3년째 동행을 이어간다. 오스틴은 우승, 골든글러브, 그리고 다음 목표를 묻는 물음에 “팀을 위해 다리가 부러질 때까지 열심히 뛰어서 LG에서 선수 생활을 마치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고 각오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