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KBL 부천 하나은행의 김정은. WKBL 제공
WKBL에서 두 1987년생 베테랑이 시간을 거스르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부천 하나은행의 김정은과 인천 신한은행의 이경은이 각자 자리에서 여전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다만 낮은 팀 순위에 활약이 묻힐 뿐이다.
김정은은 지난 2일 삼성생명전에서 통산 8141득점을 기록하며 정선민 전 국가대표 감독의 기록을 넘어섰다. 2011~2012시즌 올스타전에서 현 부산 BNK 김정은 감독과 함께 공동 MVP를 차지했던 그의 플레이는 여전히 건재하다.
힘을 이용한 포스트 플레이와 빠른 스피드를 활용한 돌파, 안정적인 외곽슛까지 갖춘 그는 공격에서 다재다능한 면모를 보여준다. 지난달 29일 신한은행전에서는 19점, 12리바운드의 더블 더블을 기록하며 팀의 6연패 탈출을 이끌었고, 지난 8일 청주 KB전에서도 8점, 11리바운드로 리바운드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며 승리에 힘을 보탰다.
특히 외국인 선수도 막아내는 강력한 수비력은 팀 전체 수비력 향상에 도움을 줬다. 그의 합류 이후 하나은행은 평균 실점을 10점 가까이 줄였다.

WKBL 인천 신한은행의 이경은. WKBL 제공
동갑내기 이경은 역시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며 신한은행의 희망이 되고 있다. 이번 시즌 3점 성공률 40.4%로 리그 1위를 달리고 있는 그는 지난 2일 KB전에서 27점을 몰아치며 개인 커리어 하이를 경신했다.
이경은의 가장 큰 무기는 정확한 외곽슛과 노련한 경기 운영 능력이다. 신지현과의 호흡을 통한 투톱 플레이는 팀 공격의 중심축이 되고 있다. 높은 농구 지능을 바탕으로 한 패스 게임은 다른 선수들의 득점 기회를 만들어내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구나단 감독의 건강 이상으로 인한 시즌 초반 감독 공백이라는 악재 속에서도 이경은은 흔들림 없이 팀을 이끌어가고 있다. 지난 5일 하나은행전에서 보여준 14점, 6리바운드, 8어시스트의 트리플 더블급 활약은 그의 존재 가치를 잘 보여주는 경기였다. 특히 100% 3점 슛 성공률을 기록하며 팀의 3연패 탈출을 이끌며 베테랑의 진가를 여실히 보여줬다.
하지만 두 베테랑의 눈부신 활약에도 소속팀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하나은행은 부산 BNK에서 진안을 영입해 양인영,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트리플 포스트를 구축했다. 높이를 보강했지만 마땅한 볼핸들러가 없어 골 밑으로 패스 공급이 여의치 않아 높이에서 강점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 김정은의 포스트 플레이가 제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만드는 주된 요인이 되고 있다.
신한은행 역시 주축 선수들의 잇따른 부상으로 최상의 전력을 갖추지 못한 채 시즌을 보내고 있다. 우리은행에서 영입한 포워드 최이샘과 아시아쿼터 1순위 타니무라 리카는 번갈아 가며 전력에서 빠지면서 이경은의 어깨를 무겁게 한다.
신한은행은 전체 6개 팀 중 5위, 하나은행은 최하위로 처졌다. 리그 최고 3점 성공률과 통산 최다득점 신기록이 팀 성적으로는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