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SK 최원혁과 오재현이 지난 21일 안양 정관장과의 경기에서 이긴 뒤 기뻐하고 있다. KBL 제공
내부에 적이 있다. 전희철 서울 SK 감독이 3연패 이후 닷새의 휴식기를 패인 분석에 쏟아부은 뒤 내린 결론이다. SK는 뼈를 깎는 체질개선 끝에 연패의 수렁에서 탈출하는 데에 성공했다.
SK는 격동의 겨울을 보내고 있다. 11월부터 9연승을 달리며 지는 법을 잊은 듯 질주하다가 서서히 무너지며 3연패에 빠졌다. 지난 15일에는 ‘S-더비’ 라이벌인 서울 삼성에 패했다. 2년간 S-더비에서 12연승을 달려 온 SK이기에 패배의 타격감이 더 컸다.
SK는 3연패 이후 찾아온 긴 휴식기를 즐기지 못했다. 이번 시즌 SK의 모든 경기 영상에서 1만 7000컷 이상의 클립을 따서 패인을 분석했다. 전력분석원들이 사흘 밤낮을 지새워 추출한 영상을 바탕으로 혹독한 비디오 미팅이 이뤄졌다. 잘 된 경기와 그렇지 않은 경기의 영상을 비교하니 선수들도 직관적으로 개선점을 깨우칠 수 있었다.
전 감독은 지난 21일 안양 정관장과의 경기 전 “비디오 분석을 한 결과 연승 초반과 5~6연승을 넘어가면서부터의 플레이 성향이 크게 차이 났다”라며 “5연승 이후부터는 이기적인 플레이와 수비에서의 처지는 동작이 눈에 띄게 보였다”라고 말했다. 전 감독은 이타적인 플레이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팀이 하나가 되기 위해서는 각자 희생하는 부분이 있어야 하는데 ‘내부의 적’이 가장 큰 문제였다”라고 말했다.
이는 연패 전부터 전 감독이 우려한 부분이기도 하다. 전 감독은 10연승을 눈앞에 두고 있던 지난 10일 부산 KCC와의 경기 전 “선수들이 궂은일을 안 하려 하고 자기 욕심이 많다”라며 “리바운드와 어시스트가 적어지는 부분에 대해 잔소리를 했다”라고 말했다. “선수들의 정신력이 조금씩 흔들리고 자만하는 것 같다”라고 걱정하기도 했다. 이날 SK는 결국 10연승을 달성하지 못한 채 연패에 빠져들었다.

서울 SK 자밀 워니가 지난 21일 안양 정관장과의 경기에서 정관장 클리프 알렉산더에게 스크린을 걸고 있다. KBL 제공
SK는 연패 기간 10점 이내의 점수 차로 졌다. 울산 현대모비스, 삼성과의 경기에서는 4쿼터에 동점을 만들고도 막판 수비 집중력 부족으로 승리를 빼앗겼다. SK의 주 무기인 스틸 속공을 상대 팀으로부터 그대로 당하며 공격 동력마저 잃었다.
전 감독은 정관장과의 경기에서 연패를 끊은 뒤 “운이 아닌 집중력으로 이겼다”라며 “선수들이 그동안의 훈련과 미팅을 통해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와 줘서 고맙다”라고 말했다.
정관장전에서 18득점 9리바운드 5어시스트를 기록한 오재현은 “3연패까지 할 줄은 몰라서 휴식기가 너무 힘들었다”라며 “더는 무너지면 안 된다는 생각에 휴식기에 운동보다 미팅을 많이 했다”라고 말했다. 오재현은 “비디오 미팅에서 선수 각자의 이기적인 플레이 영상을 30~40분씩 봤다. 그러다 보니 오늘은 양보하는 플레이를 많이 했다”라며 “개인플레이로 득점해서 이겨 봤자 팀 분위기가 올라가지 않는다. 오늘 같은 플레이가 많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