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준 NC 감독이 지난 3일 선수단 시무식을 마친 뒤 인터뷰하고 있다. 연합뉴스
야구선수 이호준은 ‘잘 풀리는 인생’의 상징이었다. 역사적인 기록을 남기진 않았지만 레전드로 불릴 만큼 준수한 성적과 순탄한 자유계약선수(FA) 계약, 행복한 가정생활까지 더해 팬들이 ‘인생은 이호준처럼’이라고 농담 같은 수식어를 달아줬다. 처음부터 슈퍼스타는 아니었지만 꾸준하고 성실하게 노력해 변화하며 존경받는 선배로 마무리한 선수 인생에 대한 칭찬이 담겨 있다.
코치 이호준도 성공적이었다. NC에서 은퇴하고 코치로서 지도자 경력을 쌓은 뒤 LG로 옮긴 뒤에는 팀 타격 1위의 우승 팀 코치가 되었다. 구성 좋은 LG 타선을 이호준 코치가 완성시켰다. 지난해 수석코치로 LG와 마지막 시즌을 마치고 NC 사령탑으로 새 출발하는 올해, 감독 이호준은 큰 도전에 나선다.
이호준 감독이 이어받은 NC 선수단 전력은 객관적으로 큰 기대요소를 찾기 어렵다. 구단이 그동안 크게 투자한 비싼 선수들이 타선에 모여 있지만 마운드가 허허벌판이다. 지난해까지 3년 동안 NC에서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는 드루 루친스키, 에릭 페디, 카일 하트까지 3명이다. 그해 에이스로 뛰고 바로 팀을 떠난 외국인 투수들뿐이다. 올해는 외국인 투수도 둘 다 새로 영입해 현재로서는 보장된 선발 투수가 한 명도 없다.
신민혁이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아 개막을 함께 하기 어려워 NC는 지난해 3승12패를 기록한 이재학과 올해 선발로 새 도전하는 김영규에게 희망을 걸고 있다.
이호준 NC 감독이 지난해 10월31일 취임식에서 유니폼을 입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NC는 지난해 9위를 했다. 61승2무81패로 승률 0.430에 그쳤다. 이 중 하트(13승)와 신민혁(7승)의 이탈만으로도 지난해 승수 3분의 1이 사라진다.
지난해 NC는 초반 반짝 했지만 미끄러지기 시작했고 줄부상으로 타선의 축이 완전히 무너지면서 경기력이 붕괴됐다. 하트 같은 특급 투수를 보유하고도 급추락한 데는 핵심 타자들의 부상이 큰 영향을 미쳤지만 이 시대 야구에서는 어느 정도 버틸만한 마운드를 갖고 출발하지 않는 이상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없다는 사실을 2024년 NC 역시 보여줬다.
국내 선발이 사실상 전멸인 NC 마운드 사정은 지난 3년 간 비슷했다. 그 와중에도 2022년 6위, 2023년에는 4위로 플레이오프까지 올라가는 돌풍을 만들어내자 올시즌에도 2023년의 기적을 기대하는 분위기가 NC를 둘러싼다.
NC는 꽤 오랫동안 불안했던 마무리도 올해는 결국 교체한다. 이호준 감독과 새 코치들은 스프링캠프를 통해 기존 불펜 투수들 중 새 마무리를 찾아내야 한다. 선발과 마무리까지, 이번 FA 시장에는 화제의 투수들이 많았으나 정작 전력상 보강할 구역이 가장 넓은 NC는 외부 영입은 손대지 않고 스토브리그 문을 닫았다. 타 구단들이 일주일 이상씩 당겨 22~23일에는 출발하는 해외 스프링캠프도 NC는 전처럼 30일, 가장 늦게 미국 애리조나로 떠난다.
NC가 지난해와 달라진 것은 사실상 코칭스태프뿐이다. 시즌 전 모습이 지난해 롯데와 비슷하다. 이미 명장 반열에 오른 베테랑 사령탑 김태형 감독도 지난해 롯데를 맡아 사령탑만 쳐다보는 구단의 시선에 큰 짐을 지고 첫 시즌을 치렀다. 그러나 김태형 감독도 가진 전력의 한계를 바로 이겨내지는 못했다.
이호준 감독은 올해 리그 유일의 초보 사령탑이지만 고참 시절의 모습과 코치로서 보여줬던 리더십, 성과로 인해 기대를 받고 있다. “힘차게 해보겠다”고 말하지만 상당한 부담을 지고 첫 시즌을 준비해야 하는 분위기다. 사령탑 데뷔 시즌, 야구 인생 가장 거친 도전에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