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트넘 손흥민(왼쪽)이 9일 홈에서 열린 리버풀과의 카라바오컵 4강 1차전에서 동료 로드리고 벤탄쿠르가 부상으로 쓰러진 뒤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다. Getty Images코리아
‘캡틴’ 손흥민(33·토트넘)의 품격은 달랐다. 자신에게 인종차별 발언을 했던 로드리고 벤탄쿠르의 부상을 누구보다 걱정했다.
손흥민이 선발로 나선 토트넘이 리그컵(카라바오컵) 준결승 첫 경기에서 프리미어리그(EPL) 선두 리버풀을 잡고 결승행의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토트넘은 9일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25 카라바오컵 준결승 1차전 홈 경기에서 후반 41분 루카스 베리발의 결승 골에 힘입어 1-0으로 이겼다.2007-08시즌 이 대회에서 정상에 오른 것이 각종 대회를 통틀어 마지막 우승인 토트넘은 17년 만의 트로피를 향해 전진을 이어 나갔다.
이번 시즌 EPL에서 5골 6도움을 기록 중인 손흥민은 리그컵에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8강전에 이어 2경기 연속 골을 노렸으나 공격 포인트를 작성하지 못한 채 후반 27분 티모 베르너로 교체됐다.

토트넘 손흥민이 9일 리버풀과의 컵대회 4강 1차전 도중 모하메드 살라와 대화하고 있다. Getty Images코리아
선발 미드필더 벤탄쿠르가 경기 초반 부상으로 뛰지 못하게 되면서 브레넌 존슨으로 교체되는 변수 속에 토트넘은 리버풀과 공방전을 벌인 끝에 후반 41분 터진 한 방으로 승리를 따냈다. 후방에서 길게 넘어온 크로스를 솔란케가 페널티 지역 안으로 파고들며 따내 중앙으로 연결했고, 베리발이 침착하게 오른발로 마무리했다.
리버풀은 토트넘(9개)보다 훨씬 많은 슈팅 14개를 기록하고 유효 슈팅도 토트넘보다 3개 많은 7개를 남겼으나 모두 무위에 그쳤다. 토트넘 데뷔전을 치른 신예 골키퍼 안토닌 킨스키가 엄청난 선방쇼를 펼치며 맹활약했다.
전반 6분 토트넘의 코너킥 상황에서 헤더를 위해 몸을 날렸다가 그대로 그라운드에 쓰러진 뒤 일어나지 못해 실려 나갔던 벤탄쿠르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의식은 있는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안지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감독은 경기 후 “당연히 우려하고 있다. 그래도 현재 상황을 고려하면 괜찮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했다. 벤탄쿠르는 지난해 8월 레스터 시티와의 프리미어리그(EPL) 1라운드 경기에서도 공중 공 경합 과정에서 상대 선수와 충돌해 의식을 잃은 전력이 있다.

손흥민 인스타그램 캡처
손흥민은 경기 후 소셜미디어(SNS) 메시지로 “선수들의 경기력에 자랑스럽고, 응원도 엄청났다. 할 일이 남았고 2차전이 다가오지만, 우리의 모든 생각과 힘은 벤탄쿠르와 함께한다”며 쾌유를 빌었다.
벤탄쿠르는 지난해 6월 자국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 진행자로부터 ‘손흥민 유니폼을 구해달라’는 질문을 받자 손흥민과 관련한 인종차별적 발언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이후 7경기 출장 정지와 1만 파운드의 벌금을 부과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