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태용 전 인도네시아 대표팀 감독. 게티이미지코리아
인도네시아 축구협회가 신태용 감독의 경질 사유로 전술과 리더십 문제를 언급했지만, 실제로는 네덜란드 출신 귀화 선수들과의 소통 문제가 더 큰 원인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12일까지 현지 매체 보도를 종합하면 일부 네덜란드 귀화 선수들이 신 감독의 지도 방식에 대해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출했다.
영자 일간지 더자카르타 포스트는 “신태용 감독이 네덜란드 귀화선수들과 언어 장벽과 문화 차이를 극복하지 못했다”며 “귀화선수 중 한 명이 신태용 감독의 지도방식에 대놓고 불만을 드러내 불화를 겪었다”고 전했다.
인도네시아 프로축구팀 페르세바야 수라바야의 아즈룰 아난다 최고경영자는 현지방송 NTV와의 인터뷰에서 “신태용 감독은 영어와 인도네시아어를 구사하지 못해 의사소통이 가장 큰 문제였다”며 “한국어를 쓰는 감독, 영어를 쓰는 귀화선수들, 인도네시아어를 쓰는 현지 선수들 사이에서 여러 단계의 통역이 필요해 의사소통이 매우 복잡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신태용 감독은 2019년 12월부터 약 5년간 인도네시아 대표팀을 이끌어왔다. 계약 기간이 2027년까지 남아있었지만, 에릭 토히르 축구협회장은 지난 6일 계약 해지를 발표했다. 토히르 회장은 메트로TV 유튜브 채널과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10월 중국전 패배 이후 평가를 거듭한 결과”라며 “소통과 전략, 신뢰 등의 문제가 있었다”고 밝혔다.
네덜란드 출신 귀화 선수들에 대한 팬들의 비난은 거세지고 있다. 특히 신 감독에게 대놓고 항명한 것으로 알려진 네덜란드 에레디비시 소속 트벤테의 메이스 힐허르스에게 비난의 화살이 집중된다. 힐허르스는 현지 축구전문매체 세팍볼라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신태용 감독을 한 번밖에 만나지 못해서 잘 모른다”며 “이번 경질과 11월 A매치 불참에 관한 소식들은 모두 거짓말”이라고 부인했다.
한편 토히르 회장은 “대표팀은 매주 경기를 치르는 클럽팀이 아니다. 3일 정도 모여 훈련하고 경기를 치르기 때문에 전술적 이해와 지식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네덜란드 출신 파트릭 클라위버르트 감독을 선임했다. 하지만 클라위버르트의 지도자 경력이 신 감독에 크게 못 미쳐 선임 배경에 대한 의문만 커진다.
클라위버르트는 선수 시절 바르셀로나 등 세계적인 명문 클럽을 거친 전설적인 공격수였지만, 지도자로서는 피파랭킹 90위권인 퀴라소와 튀르키예 클럽 아다나 데미스포르를 이끌다 성적 부진으로 조기 경질되는 아픔을 겪었다. 소셜미디어에서는 ‘클라위버르트 아웃’ 해시태그가 확산하고 있으며, 인도네시아 축구팬 단체 ‘세이브아워사커’의 창립자 아풍 위다디는 “신태용 감독을 교체하려면 더 나은 감독을 데려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인도네시아는 2026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C조에서 일본, 호주에 이어 3위를 달리고 있다. 오는 3월 호주, 바레인과의 경기를 시작으로 중국, 일본과의 4경기가 남아있는 상황에서 자동 진출 또는 4차 예선을 통한 본선행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있다. 이런 중요한 시기에 감독을 교체한 축구협회의 결정을 두고 많은 이들이 ‘성급했다’는 반응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