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샌프란시스코 이정후가 13일 인천공항 출국장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제점은 찾았다. 잘 수정만 하면 된다.”
샌프란시스코 외야수 이정후(27)가 13일 미국으로 떠났다. 불운했던 지난 시즌을 뒤로하고 희망의 2년 차를 준비한다. 험난한 지구 경쟁을 뚫어내고, 4년 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노리는 샌프란시스코로서도 이정후의 부활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정후는 지난해 37경기 158타석밖에 소화하지 못했다. 표본은 작지만, 살펴볼 가치는 충분하다. 짧았던 데뷔 시즌 이정후가 남긴 기록은 극단적이었고, 한편으로 불운했다. 이정후가 건강하게 풀시즌을 치를 경우 반등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전망 역시 지난해 기록에서 비롯한다. 표본이 쌓이면 쌓일수록 불운은 희석되고, 평균으로 수렴하기 마련이다.
한국에서 뛴 7년 동안 이정후의 인플레이 타구 타율(BABIP)은 0.355였다. 지난해 메이저리그(MLB)에서는 0.273이었다. 수비 수준 차이나 타구질 등을 감안해도 차이가 너무 크다. 강정호, 김하성 등 선배 코리안리거들과 비교해도 낙폭이 크다. 강정호의 BABIP는 한국에서 0.330, 미국에서 0.294였다. 김하성은 한국에서 0.311, 미국에서 0.281을 기록했다. 낙차가 없지 않지만, 이정후만큼 차이가 크지 않았다. MLB에서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한 김현수의 경우 한국에서 0.325, 미국에서 0.322로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타구운이 나쁘다 보니 기대지표와 비교해 실제 성적도 좋지 않았다. 지난해 이정후는 기대타율 0.278, 기대장타율 0.404였는데 막상 성적은 타율 0.262, 장타율 0.331이었다. 팬그래프는 “이정후의 기대장타율에 비해 실제 기록은 0.073 낮았다. 150타석 이상 기록한 타자 410명 중 4번째로 차이가 컸다”고 전했다.
BABIP는 인플레이 타구 중 안타로 연결된 비율을 뜻한다. 이정후가 올 시즌 BABIP를 어느 정도만 회복한다면 그 효과도 크다. 방망이에 공을 맞히는 능력만큼은 MLB에서도 최정상급이라는 것을 지난 시즌 짧은 기간에도 증명을 해냈기 때문이다. 부상 전까지 이정후의 콘택트%는 91.5였다. 100번 스윙하면 90번 이상 공을 맞혔다는 뜻이다. MLB 전체에서 이정후보다 이 비율이 높은 선수는 루이스 아라에스와 스티븐 콴 둘 뿐이다. 리그를 대표하는 교타자들이다.

이정후. 게티이미지
지난해 이정후를 향한 우려 중 하나는 뜬공이 너무 적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KBO에서 이정후의 땅볼/뜬공 비율은 0.9 수준이었는데, 지난해 37경기 동안은 1.37까지 올라갔다. 그만큼 뜬공은 줄고 땅볼이 늘었다는 얘기다.
이정후는 뜬공과 관련한 질문에 “크게 의식하지는 않는다. 문제점만 수정하면 공은 잘 뜰 것”이라고 답했다. 장타를 치려면 당연히 뜬공이 많아야 하지만, 좌타에 주력이 좋아 이 또한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이정후가 기록한 안타 38개 중 6개가 내야안타였다.
MLB닷컴은 앞서 올 시즌 샌프란시스코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선수로 이정후를 꼽았다. 이정후가 몸값에 걸맞은 성적만 보여준다면 샌프란시스코 역시 포스트시즌을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평가다. 절친한 김하성의 선례가 이정후에게도 하나의 모범이 될 수 있다. 빅리그 첫해인 2021년 김하성은 타율 0.202에 그쳤지만, 적응 후 맞이한 2번째 시즌에서는 0.251까지 끌어올렸고 확실한 주전으로 자리매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