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C 공인 ‘일벌레’, 더 열심히 뛰겠다

입력 : 2025.01.17 07:40

유승민 대한체육회장 당선 기자회견

유승민 대한체육회장 당선인이 16일 서울 중구 플레이저 플레이스 센트럴 호텔에서 열린 ‘제42대 대한체육회장 당선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유승민 대한체육회장 당선인이 16일 서울 중구 플레이저 플레이스 센트럴 호텔에서 열린 ‘제42대 대한체육회장 당선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올림픽 金보다 힘들었다…기쁨보다 책임감 커
역대 가장 부지런한 일꾼 될 각오 끝냈다

당선 뒤 수많은 축하·격려에 바쁘던 와중
故최숙현 선수 아버지 문자에 정신이 ‘번쩍’
체육회 선거·종목 단체장 인준 등도 공정하게
체육계 스스로 건강하게 변하도록 준비할것

“‘정말 부지런한 일꾼이었다, 체육인들을 위해 한 몸 불태웠다’는 평가를 받고 싶다.”

유승민 대한체육회장 당선인(43)은 당선된 기쁨에 젖어 있지 않았다. “어느 때보다 어려운 상황이다. 고민이 많이 되고 책임감이 더 무겁게 느껴진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유 당선인은 16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열린 제42대 대한체육회장 당선 기자회견에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으로 일하면서 ‘하드 워커’라는 평가를 받았다”며 “대한체육회장으로서도 일 잘하는 회장으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

유 당선인은 지난 17일 회장 선거에서 유효투표 1209표 중 417표(34.5%)를 얻어 379표(31.3%)를 얻는 데 그친 이기흥 현 회장을 따돌렸다. 유 당선인은 “모두 대이변이라고 했고 나도 끝까지 긴장을 늦추지 못했다”며 “내가 지금까지 거친 과거보다 두 배, 세 배 더 최선을 다해 역대 회장 중 가장 부지런한 일꾼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유 당선인은 이번을 포함해 인생에서 세 차례 역전극을 썼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는 세계 최강 왕하오(중국)를 꺾고 탁구 남자 단식 금메달을 따냈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는 IOC 선수 위원 선거에 출마해 부지런하고 진정성 있게 움직이면서 전체 2위로 당선됐다. 유 당선인은 “상대로 보면 왕하오가 가장 강했고 당시 결승에 올라간 것만으로도 잘했다는 말을 들었다”며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을 따지면 이번 체육회장 선거가 가장 힘들었다”고 말했다. 유 당선인은 “많은 분들이 나를 ‘기적의 사나이’라고 불러주셨다”며 “체육회장으로서 체육을 바꾸는 기적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유 당선인은 당선 후 이틀 동안 바쁜 시간을 보냈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장관·장미란 차관과 만나 현안을 논의했고 정치인, 기업인 뿐만 아니라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 등 국제스포츠계 고위층으로부터도 축하 인사를 받았다. 유 당선인은 “학교체육, 지방체육, 체육과 정부간 신뢰 회복 등에 대해서 많은 대화를 나눴다”며 “정치인, 기업인들에게 정책 수립, 후원 확보 등도 협조를 이미 요청했다”고 말했다. 유 당선인은 “이기흥 회장과도 전화로 이야기를 나눴다”며 “특유의 목소리로 ‘잘혀’라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유 당선인은 “체육계 발전은 나 혼자 힘으로 못한다”며 “나와 경쟁한 후보들을 포함해 모든 체육인들의 말을 많이 듣고 함께 바꿔나가겠다”고 답했다.

이틀 동안 받은 연락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트라이애슬론 고 최숙현 아버지의 문자였다. 유 당선인은 “아버지가 ‘대한민국 체육이 건강하게 올바르게 가도록 노력해달라’는 문자를 보내왔다”며 “그걸 보고 내가 잠시 잊고 있는 부분이었다는 생각이 들면서 부끄러웠다. 나쁜 환경에 체육인들이 노출되지 않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유 당선인은 “대한체육회가 많은 조사 등을 받으면서 자존감이 낮아졌고 동기도 약해졌다”며 “다양한 조직 구성원이 다양한 목소리를 내주길 바란다. 그걸 통해 변화를 당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변할 준비를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무너진 학교체육과 실업체육, 침체된 엘리트 체육을 살려야한다”며 “다양한 종목들이 균형 있게 발전하려면 뿌리가 필요하다. 관련 기관을 하나씩 찾아다니며 제약을 풀어보겠다”고 덧붙였다.

유 당선인은 개인적 욕심을 내지 않았다. 그는 “무보수 명예직인 체육회장 대우는 그대로 유지돼야 한다”며 법인 카드를 쓰지 않겠다는 취지로 말했다. 기존 체육회장 선거 방식에 대해서는 “현장 중심 행정을 하려고 하면 투표방식부터 온라인 등 현장 소리를 듣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며 선거 제도를 손볼 의사가 분명함을 피력했다.

대한체육회장은 종목 단체장 회장 인준권을 가진다. 대한축구협회, 대한배드민턴협회도 선거를 통해 회장을 뽑으면 체육회 인준을 받아야 한다. 유 당선인은 “체육회 시스템이 그리 허술하지 않다”며 “회장 인준은 종목 사활이 걸린 부분이다. 여론에 휩쓸리지 않고 공정하고 정확하고 투명하게 판단하겠다”고 답했다. 유 당선인은 끝으로 취재진을 상대로 “내가 잘못하거나 현실에 안주하면 심하게 꾸짖고 채찍질도 해달라”며 “지금 체육인들 자존심이 크게 떨어져 있다. 체육계가 앞으로 좋은 성과를 내면 칭찬도 해달라”고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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