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X로버트 패틴슨 ‘미키17’…내달 28일 전세계 최초 개봉

봉준호 감독(오른쪽)과 배우 로버트 패틴슨이 20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미키 17’ 기자간담회에서 ‘K-하트’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상업영화서 보기 힘든 캐릭터
유머 잃지않는 세계관도 좋아
촬영 현장은 완전 새로운 경험
봉 감독 작품중 내 ‘최애’ 찜
불쌍함-기괴함 1인2역 연기
처음부터 패틴슨 떠올려
배우도 이상한데 끌렸나봐
성장영화로 볼 수도 있을것
“영화 ‘미키17’은 농담처럼 말하길 ‘발 냄새 나는 SF물’입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SF영화지만 인간 냄새 가득한 인간적인 SF 영화예요. 로버트 패틴슨이 연기한 ‘미키’라는 힘없고 불쌍한 청년의 이야기인데, 극한의 노동자 계급이라 자연스럽게 계급 문제도 스며들 수 있고, 불쌍한 ‘미키’가 힘든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가는지 성장 영화 같은 면도 있어요. 그런 면을 본다면 재밌지 않을까 싶습니다.”(봉준호 감독)
봉준호 감독과 할리우드 배우 로버트 패틴슨이 함께한 ‘미키17’이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죽는 게 직업인 익스펜더블 ‘미키’(로버트 패틴슨)의 짠내 나는 분투기와 색다른 미장센으로 또 하나의 문제작 탄생을 예고했다. 봉 감독은 늘 그러하듯, 이번에도 영화계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갈 수 있을까.
20일 오전 서울 용산구 CGV아이파크몰에서 진행된 영화 ‘미키17’ 기자간담회에서는 봉준호 감독, 로버트 패틴슨이 참석해 작품에 대한 여러 질문에 응답했다.
‘미키17’은 위험한 일에 투입되는 소모품(익스펜더블)으로, 죽으면 다시 프린트되는 ‘미키’가 17번째 죽음의 위기를 겪던 중, 그가 죽은 줄 알고 ‘미키 18’이 프린트되면서 벌어지는 예측불허의 이야기다. ‘미키7’이란 소설에서 콘셉트를 따와 보다 더 확장된 ‘미키’의 삶을 그린다.
이날 봉준호 감독과 로버트 패틴슨은 서로에 대한 인상과 작업기를 소탈하게 들려줬다. 봉 감독은 캐스팅 이유를 묻자 “로버트 패틴슨은 ‘배트맨’ 같은 슈퍼히어로물도 찍었지만 사프티 형제의 ‘굿 타임스’ 같은 뛰어난 미국 인디 영화에서도 놀라운 연기를 보여줬다. 연기를 굉장히 잘해서 관심이 꾸준히 있었다”라며 “‘미키17’에서 1인 2역을 해야 하는 터라 약간 멍청하고 불쌍한 17의 느낌과 기괴한 카리스마를 뿜어내는 18까지 소화해야 했다. 그 둘이 다 되는 사람은 누굴까? 처음부터 로버트 패틴슨을 생각했고 캐스팅 과정도 아주 순조롭게 진행됐다. 본인도 아주 이상한 걸 하고 싶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로버트 패틴슨 역시 “이런 캐릭터를 찾기가 쉽지가 않다. 거대 규모의 영화에서 보기 힘든 캐릭터고, 감독이 유머를 잃지 않는 게 매력적이었다. ‘스타워즈’처럼 보이는 세트장에서 진지하게 촬영하다가 가볍고 유머러스한 장면도 찍는 SF물은 흔치 않았다. 용감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출연 이유를 설명했다.
또한 봉준호 감독에 대한 존경심도 나타냈다. 그는 “현재 봉준호 감독 같은 감독은 전 세계 4~5명밖에 없는 것 같다. 모든 배우가 같이 일하고 싶어하는 감독”이라고 말했다. 이어 “봉 감독 영화를 보면 세계관이 특별하다. 그리고 말이 된다. 개인적이고 감정적인 선을 건드리기도 한다”며 “봉준호 감독의 여러 작품 중 ‘미키17’이 내가 제일 좋아하는 영화가 될 것 같다”고 작품에 대한 애정을 나타냈다.
로버트 패틴슨은 봉준호 감독 현장에 대한 감탄도 잊지 않았다. 그는 “보통 배우라면 연기를 더 새롭게 이끌어주는 감독과 일하고 싶어한다. 사냥하듯 그런 감독들을 찾아다닌다”라며 “봉준호 감독 영화가 그 가운데 눈에 띈다. 나도 이 정도의 작업 스타일을 가진 감독을 본 적 없다. 익숙했던 것과 굉장히 달랐기 때문”이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어 “굉장히 체계적이고 세심하다. 그래서 예측한 것보다 촬영 횟수가 적었다. 아주 짧게 촬영을 했는데, 몇 주 지나니 나도 익숙해지고 자유를 느꼈다. ‘이 현장 최고다’란 말이 절로 나왔다. 현장 편집도 아주 잘 만졌고, 그걸 보여줘서 좋았다”고 만족감을 표현했다.
봉준호 감독은 쑥스러워하면서도 “한국에서 현장 편집을 대부분 하지 않나. 미국은 의외로 그렇게 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설국열차’ 때부터도 외국 배우들이 굉장히 신기해하더라”라고 화답했다.
봉 감독과 로버트 패틴슨의 상상력과 노력이 담긴 ‘미키17’은 전 세계 최초로 오는 2월 28일 국내서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