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이엔씨 미디어그룹 제공
“어머니의 마지막 작품이 많은 분들이 웃을 수 있는 영화라서 다행이에요”
21일 오전 신현준은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스포츠경향에 이렇게 말했다. 故 김수미의 유작 ‘귀신경찰’은 김수미의 아들 노릇을 하던 신현준에게도 의미가 남다르다.
영화 ‘귀신경찰’은 돈벼락 한 번 못 맞고 때 아닌 날벼락 맞은 이후 하찮은 능력을 갖추게 된 경찰이 그의 가족과 예기치 못한 사건에 얽히며 사건이 벌어지는 패밀리 코미디다. 신현준은 벼락을 맞은 경찰 민현준으로 분했으며 구수한 욕설 연기를 펼치는 故 김수미와 ‘모자’ 케미를 선보인다.
“어머니가 따숩고 귀여운 영화를 만들어보자고 하셨어요. 계속 생각을 하다가 어느날 유튜브에서 벼락을 맞아서 능력이 생기는 내용을 봤어요. 그때부터 번개를 맞아서 초능력을 가지고 엄마와 아들과의 관계 속에서 가족애를 들 수 있는 영화를 구상했고요. 관객분들이 생각하는 엄마와 저의 코드가 있는데, 그 코드를 넘지 않는 선에서 만든 영화가 ‘귀신경찰’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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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준은 실제로도 故 김수미를 엄마라 불렀다. 과거 고인과 ‘맨발의 기봉이’(2006), ‘가문의 영광’(시즌 2~4)에서도 모자 관계로 호흡을 맞췄던 만큼, 각별한 아들의 마음이 느껴졌다.
“엄마가 이런 걸 만들어보자고 해서 시작했는데, (이제) 어머니가 안 계세요. 그래서 제가 더 열심히 홍보하고, 영화를 즐기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습니다. 영화를 처음으로 보여드릴 때 어머니 헌정 영상을 만들기 위해 소스를 찾기 시작했는데, ‘집사부일체’에서 어머니가 ‘만약 내가 죽으면 즐겁게 징글벨 노래 부르는 것처럼 즐겁게 보내달라’고 하셨더라고요. 너무 가슴이 아팠습니다”
김수미는 지난해 10월 향년 75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당시 갑작스럽게 전해진 그의 비보는 온 국민을 큰 충격과 슬픔에 빠지게 했다. 그러나 이는 김수미와 오랜 시간 인연을 쌓아온 신현준에게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통화를 했을 때 괜찮으셨어요. 어머니가 리시안셔스를 좋아하시는데, 평소 컬러풀하게 해드리다가 이번에는 하얀색으로 보내드렸어요. 어머니가 전화로 ‘현준아 꽃 너무 예쁘다’라고 하시는데 엄마랑 수없이 통화하면서도 처음 듣는 목소리였고, 힘들어보였어요. ‘엄마 괜찮아요?’라고 물었더니 ‘그래 현준아. 나 괜찮아. 곧 보자. 아들 사랑한다’고 하신 게 마지막 통화였어요. 추석에도 저희 애들 보고 싶다고 하셔서 사진도 보냈는데 그게 마지막이 될 줄 몰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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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미는 영화에 ‘가족애’를 담기 위한 확고한 방향성을 제시했다. 그 결과 ‘귀신경찰’에는 김수미의 손때와 아이디어가 가득 담겨있다. 그러나 고인은 끝내 영화의 완성본을 직접 보지 못했다.
“어머니는 완성본을 못 보셨어요. 그게 너무 안타깝습니다. 극 중 제가 딸 아이 때문에 우는 롱테이크 장면이 있었는데 투자사 측에서는 제외를 하자고 이야기를 했어요. 그런데 수미 어머니께서 ‘우린 가족 영화다. 자꾸 코미디로 몰고 가면 안 돼. 따스한 가족애도 있어야 해’하셔서 그 장면을 넣었죠. 어머니도 그 장면을 좋아하시고, 보셨던 분들도 가족애가 있어서 좋다고 말씀해주셨어요. 엄마 생각이 맞았던 거였죠”
신현준과 ‘귀신경찰’ 측은 따뜻한 가족애를 원한 고인의 뜻을 따르기 위해 선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들은 지난 16일 ‘귀신경찰’ 유료 관객 티켓당 200원의 기부를 확정지었다고 밝혔다. 기부 금액의 100원은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들에게, 100원은 연세의료원 소아청소년 환자치료비로 전달될 예정이다.
“어머니가 잘 되면 뭐라도 하자고 말씀하셨어요. 어머니가 함께해 줄거고 보고 계실거고, 어떻게 하면 기뻐하실지 생각했습니다. 사실 아주 솔직하게 그냥 저의 진심은 제가 이 영화에 관련되고 엄마가 출연하고 그런 걸 떠나서 어머니의 마지막 선물같은 영화를 봐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제일 큽니다”
김수미의 유작 ‘귀신경찰’은 오는 24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