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침데기 편견、예능 덕에 날려…이젠 예쁘단 말보다 연기 칭찬 듣고싶어요

배우 송혜교 | UAA 제공
배우 송혜교는 요즘 거침이 없다. 새침하다는 편견 따윈 말 한마디로 날릴 만큼 센스있고 위트 넘친다. 최근 예능 프로그램이나 유튜브 영상에서 보여준 매력 때문에 새롭게 유입되는 ‘덕후’들이 생길 정도다.
“이전엔 절 새침데기로 본 사람들이 정말 많았어요. 자기만 아는 이기적인 여자 같다는 반응도 있었고요. 차가운 이미지로 생각하던데, 이번에 예능을 나가면서 생각지 못한 큰 사랑을 받은 것 같아요. ‘그런 사람이 아니네’라고 생각했나 봐요. 계속 예능 출연할 생각이 있냐고요? 자중해야죠. 예능에서 진짜로 제대로 절 내려놓았다면 아마 다시는 멜로물을 할 순 없을걸요. 하하. 아쉬울 때 끝내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송혜교는 최근 스포츠경향과 인터뷰에서 영화 ‘검은 수녀들’(감독 권혁재)서 만난 전여빈에 대한 애정, 삶에 대한 솔직한 생각 등을 털어놨다.

■“순수한 전여빈, 정말 좋은 배우이자 동생이에요”
‘검은 수녀들’은 강력한 악령에 사로잡힌 소년을 구하기 위해 금지된 의식에 나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송혜교는 구마 의식에 나서는 유니아 수녀 역을 맡아 미카엘라 수녀로 분한 전여빈과 워맨스를 펼친다.
“전여빈이란 너무 좋은 배우이자 동생을 만났다고 생각해요. 이렇게까지 순수할 수 있을까를 너무 오랜만에 느끼게 해준 친구거든요. 연기에 대한 열정도 대단했고요. 평소엔 수줍어하다가 연기 얘기만 하면 열정적으로 돌변하는 그를 보며 배운 점들도 많아요. 또 말을 정말 예쁘게 잘하는 친구라서 그 화법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도 했어요. 좋은 것, 예쁜 것, 그날에 있었던 자신의 마음들을 항상 촬영 끝나면 문자를 보내주는데 문자가 정말 시처럼 예뻐요. 보는 제가 위로됐고요. 전 누군가에게 마음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데 여빈이가 제게 그렇게 해줄 때마다 너무 행복해서 나도 앞으로 그렇게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봐야지 생각하고 있어요.”
첫 오컬트물에 대한 만족도를 물었다.
“전엔 연기보다 ‘예쁘게 나왔나’를 첫 번째로 본 적도 있어요. 예쁘고 싶은 나이였으니까요. 지금은 당연히 바뀌었죠. ‘내가 표현한 게 잘 담겼나?’ 이런 부분을 보는데, 이번 작품에서 구마 씬은 살면서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연기라서 ‘내게 이런 표정이?’ 하는 순간이 있었어요. 만족스러웠죠. 오컬트물이라서 무서운 걸 기대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제가 이 작품에 끌린 건 신념이 흔들린 두 수녀가 아이를 살리기 위해 달려가는 연대였거든요. 무서운 거 못 본다는 제 주변 친구들에게도 오컬트물 입문작으로 보면 괜찮다고 계속 꼬시고 있어요.”
■“사랑하는 김은숙 작가, 편한 언니죠”
그는 차기작으로 노희경 작가의 ‘천천히 강렬하게’로 정했다. ‘그들이 사는 세상’ ‘그 겨울, 바람이 분다’ 이후 세 번째 만남이다.
“저에게 노희경 작가는 항상 지혜로운 길로 갈 수 있게끔 인도해주는 좋은 어른이에요. 좋아하는 작가기도 하고요. 함께 했던 두 작품 현장 모두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있기 때문에 노 작가님과 또 한 번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저 자신이 멋있어 보이더라고요.”
OTT플랫폼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와 김은숙 작가에 대한 애정도 표현했다.
“김은숙 작가는 너무나 사랑하는 언니고, 친구처럼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편한 사람이에요. ‘더 글로리’ 역시 제겐 또 하나의 터닝포인트 였는데요. 멜로물을 이어오다가 연기적인 표현에 있어서 한계를 느끼던 시점에 ‘더 글로리’를 만나서 연기가 다시 재밌어졌거든요. 장르에 대한 관심도도 높아졌고요. 어떻게 보면 용기와 연기에 대한 재미를 동시에 얻은 시기였고, 다시 열심히 시작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어요.”
오랜 시간 활동을 하며 단단해진 마음의 살성 덕분에 이젠 나이 먹는 것이 두렵지 않다는 그다. “저만 늙는 게 아니라 다 같이 늙는 거잖아요. 물론 얼굴이 보이는 일을 하니 최대한 관리를 해서 세월이 더디게 가게끔 노력은 하지만, 제 모습과 상황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 같아요. 과거나 미래보다 현재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지금 나에게 오롯이 집중하는 걸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