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경X인터뷰

또 한 번 ‘수상한 그녀’ 진영 “제가 10년 전으로 돌아간다면요…”

입력 : 2025.01.23 07:59
KBS2 드라마 ‘수상한 그녀’에서 대니얼 한 역을 연기한 배우 진영. 사진 매니지먼트런

KBS2 드라마 ‘수상한 그녀’에서 대니얼 한 역을 연기한 배우 진영. 사진 매니지먼트런

‘한 배우가 나이를 먹으면서 어떤 작품의 한 배역을 하고 시간이 지나 또 다른 배역을 한다. 그리고 언젠가 다시 작품이 만들어지면 더 많은 나이의 배역도 할 수 있다.’

이런 꿈같은 상황을 위해 하나하나 전진하는 배우가 있다. 바로 진영(본명 정진영)이다. 그는 2014년 황동혁 감독의 영화 ‘수상한 그녀’에서 극 중 오말순(나문희)의 손자 반지하 역으로 출연했다. 10년 후 방송을 시작한 KBS2 드라마판 ‘수상한 그녀’에서는 10년 전 이진욱이 연기했던 한승우 역할의 변주 캐릭터 대니얼 한을 연기했다.

언젠가 이 작품이 또 어떤 형태로든 리메이크가 된다면 지금 드라마판에서 인교진이 연기했던 최민석 역할이나, 아예 나이가 더 들면 오말순의 상대역 박갑용(영화에선 박수현) 역도 해볼 수 있다. 그런 상상을 해보자 진영은 벌써부터 벅차오르는 표정이었다.

KBS2 드라마 ‘수상한 그녀’에서 대니얼 한 역을 연기한 배우 진영. 사진 매니지먼트런

KBS2 드라마 ‘수상한 그녀’에서 대니얼 한 역을 연기한 배우 진영. 사진 매니지먼트런

“만약 10년 뒤에 또 섭외가 들어온다면…. 생각만 해도 너무 좋을 것 같아요. 한 작품을 세 번 할 수 있는 것은 배우로서 행복한 일이잖아요. 정말 인정받은 느낌이 날 것 같아요. 혹시 제 지금 역할을 하려는 배우가 계신다면 ‘영화의 이진욱 형님 캐릭터를 참고하세요’라고 말할 것 같아요.(웃음)”

진영은 드라마에서 노년의 오말순에서 갑자기 20대가 된 오두리(정지소)에게 관심을 갖고, 그가 아이돌 가수로서 성장하는 데 도움을 주는 프로듀서를 연기한다. 영화에서 한승우는 방송사 PD로 오두리를 발굴하는 캐릭터였는데, 조금 더 러브라인을 추가해 각색했다.

KBS2 드라마 ‘수상한 그녀’에서 대니얼 한 역을 연기한 배우 진영 출연장면. 사진 스튜디오브이플러스

KBS2 드라마 ‘수상한 그녀’에서 대니얼 한 역을 연기한 배우 진영 출연장면. 사진 스튜디오브이플러스

“처음 섭외가 왔을 때는 당연히 망설일 수밖에 없었어요. 비교가 될 수 있잖아요. 이진욱 선배님은 존경하는 분이고, 작품에서의 여유 역시 멋있다고 느꼈거든요. 하지만 영화와 드라마의 역할은 다르고, 제 스타일로 바꿔서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도전하게 됐습니다.”

실제 프로듀서는 그룹 B1A4에서도 비슷한 역할을 해본 적이 있기에 접근이 상대적으로 수월했다. 10년 전 반지하 역할로 연기선배였던 나문희와 심은경의 호흡을 놀랍게 바라보던 그는, 지금의 김해숙, 정지소에게도 경외감을 느꼈다.

2014년 개봉한 황동혁 감독의 영화 ‘수상한 그녀’에서 반지하 역을 연기한 진영 출연장면. 사진 CJ엔터테인먼트

2014년 개봉한 황동혁 감독의 영화 ‘수상한 그녀’에서 반지하 역을 연기한 진영 출연장면. 사진 CJ엔터테인먼트

“네 분 모두 정말 잘하시죠. 영화 때는 사실 저도 배워가던 단계라 무조건 기댈 수밖에 없었어요. 이번에도 김해숙 선배님과 (정)지소씨에게 기대를 많이 했는데 감탄을 했어요. 인기가 있는 작품이었고 알려진 캐릭터였는데 선을 넘지 않으면서도 자신을 표현해주시는 모습에 ‘과연 나는 같은 역할을 했다면 저렇게 했을까’ 생각하게 됐죠.”

황동혁 감독과의 인연도 다시 떠올랐다. ‘수상한 그녀’ 영화에서 그를 발굴한 황 감독은 지금은 넷플릭스 히트작 ‘오징어 게임’ 시리즈의 감독이다. 실제 이진욱은 ‘수상한 그녀’ 영화의 인연으로 ‘오징어 게임 시즌 2’에 출연하기도 했다.

KBS2 드라마 ‘수상한 그녀’에서 대니얼 한 역을 연기한 배우 진영 출연장면. 사진 스튜디오브이플러스

KBS2 드라마 ‘수상한 그녀’에서 대니얼 한 역을 연기한 배우 진영 출연장면. 사진 스튜디오브이플러스

“지금도 감독님과 친하게 지내고 있고요. 멋진 감독님이시지만 개인적인 교류라, 작품에 있어서 저를 써주시란 바람을 가지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바라기 시작하면 관계를 잃을 수 있다고도 봐요. ‘오징어 게임’은 감독님도 기획단계에서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는데, 팬의 입장에서 작품이 나올 때마다 응원의 메시지도 보내드려요. 세계적으로 잘 되니까 저도 행복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2011년 B1A4의 멤버로 데뷔한 진영은 2013년 tvN 드라마 ‘우와한 녀’로 연기겸업을 시작했다. 아이돌 가수의 후광을 갖고 연기 데뷔 때부터 주요역할을 하는 여느 아이돌들과 다르게, 진영은 바닥부터 자신을 다져왔다. 2007년 ‘최강! 울엄마’에서도 단역, 2012년 MBC ‘천 번째 남자’에서도 조연이었다.

“원래 배우가 꿈이라 중3 때부터 충주에서 주말에 버스를 타고 서울을 다니며 연기 레슨을 다녔어요. 보조출연 경험도 많았고, 단역도 많이 했고요. 뒷모습만 나올 때도, 얼굴이 반 잘려 나올 때도 있었지만 그때는 얼굴이 더 나갔으면 하는 열망으로 연기를 했던 것 같아요. 서서히 얼굴이 나오면, 대사를 하고 싶고 또 그러다 보니 역할을 하고 싶었죠. 제게 이번 작품은 그 성장을 부쩍 체감시켜주는 작품이었어요.”

KBS2 드라마 ‘수상한 그녀’에서 대니얼 한 역을 연기한 배우 진영. 사진 매니지먼트런

KBS2 드라마 ‘수상한 그녀’에서 대니얼 한 역을 연기한 배우 진영. 사진 매니지먼트런

배우로 주로 활동하지만, 가수로서의 성장을 잊지 않는다. 어떤 형식이 될지 모르겠지만 2025년에는 꼭 새 앨범을 내겠노라고 팬들과 약속하기도 했다. 마치 ‘수상한 그녀’의 오말순처럼, 신비한 능력이 있어 시간을 과거로 돌릴 수 있다면 진영은 어떤 선택을 할까. 차근차근 다져온 그의 오늘이기에 그에게 요행을 바라는 마음 따위는 없다.

“10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전 ‘수상한 그녀’를 여전히 재미있게 촬영할 것 같아요. 다시 돌아가도 하고 싶은 작품이고, 조금 더 돌아가더라도 이 직업을 택했을 것 같습니다. 어릴 때부터 꿈이 연예인이었거든요. 제겐 사실 선택의 여지가 없어요. 늘 많은 분들과 호흡하고 기쁨을 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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