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슬링 AI 이미지 | CHATGPT 4o
대기업 레슬링팀 창단을 미끼로 벌어진 사기극의 피해자들은 “대책이 없다”고 한숨을 내쉰다. 대기업 자회사가 신생팀을 창단한다는 말에 사표를 던진 지도자와 재계약을 포기한 선수 대부분 갈 곳이 없는 처지다.
사기극의 전말이 해를 넘기고 드러나는 바람에 이미 정원이 찼다. 일부 국가대표 선수만 다른 팀에서 영입 제안을 받았을 따름이다.
이번 사기극을 폭로한 박진성 전 창원시청 코치는 “스스로 목숨을 끊은 가해자 A씨의 사기 수법이 대단하지는 않았지만 모두가 넘어갔다”고 탄식했다.
A씨는 한 정치인이 지역 연고의 대기업을 설득해 레슬팀을 창단한다는 소문을 냈다. 지역에서 레슬링 대회가 열릴 때마다 자리를 빛내는 정치인이라 귀가 솔깃할 만 했다. 그리고 A씨는 지도자와 선수를 개별 접촉해 스카우트했다. 누구나 이름만 들으면 고개를 끄덕일 대기업에서 기존 연봉의 2배를 지급한다니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지도자와 선수, 사무장 등 일부에게 입단을 전제로 한 로비 비용을 뜯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코치는 “나 같은 경우는 돈은 주지 않았다”면서도 “사무장으로 뽑힌 분들은 수천만원을 준 것으로 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절차상 의심가는 구석은 있었지만, 전형에 맞는 서류를 제출하니 대기업 이름으로 합격 문자가 날아왔다. 또 A씨가 소개한 대기업 본부장이라는 분과 통화까지 했다”고 말했다.
모두 거짓이었다. 자신을 대기업 본부장이라 주장한 또 다른 사기꾼이 합격 문자까지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합격 문자를 보낸 뒤에는 스카우트 사실을 비밀로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부 피해자가 약속했던 신생팀과 계약이 세 차례(12월 27일·1월 4일·1월 14일)에 걸쳐 연기되자 해당 대기업에 직접 질의를 하면서 사기 사실이 드러나게 됐다. A씨는 지난 17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박 코치는 “이번 사건에서 가장 안타까운 것은 서로 스카우트된 사실을 숨긴 것”이라며 “어떤 지도자는 이미 두 번째 계약이 연기된 1월 5일 사기라는 사실을 알았다. 이 사실을 모두가 알았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 같다. 최소한 선수들은 갈 곳을 찾을 수 있었을 텐데 이번 사태가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번 사기극의 피해자들은 대한레슬링협회에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박 코치는 “내가 나선 것은 이번 사기극을 제대로 파헤치자는 의지였다. 다른 피해자들도 변호사를 선임하면서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