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슬러들은 왜 속았나…대기업 레슬링 창단 사기극

입력 : 2025.01.23 16:59
레슬링 AI 이미지 | CHATGPT 4o

레슬링 AI 이미지 | CHATGPT 4o

대기업 레슬링팀 창단을 미끼로 벌어진 사기극의 피해자들은 “대책이 없다”고 한숨을 내쉰다. 대기업 자회사가 신생팀을 창단한다는 말에 사표를 던진 지도자와 재계약을 포기한 선수 대부분 갈 곳이 없는 처지다.

사기극의 전말이 해를 넘기고 드러나는 바람에 이미 정원이 찼다. 일부 국가대표 선수만 다른 팀에서 영입 제안을 받았을 따름이다.

이번 사기극을 폭로한 박진성 전 창원시청 코치는 “스스로 목숨을 끊은 가해자 A씨의 사기 수법이 대단하지는 않았지만 모두가 넘어갔다”고 탄식했다.

A씨는 한 정치인이 지역 연고의 대기업을 설득해 레슬팀을 창단한다는 소문을 냈다. 지역에서 레슬링 대회가 열릴 때마다 자리를 빛내는 정치인이라 귀가 솔깃할 만 했다. 그리고 A씨는 지도자와 선수를 개별 접촉해 스카우트했다. 누구나 이름만 들으면 고개를 끄덕일 대기업에서 기존 연봉의 2배를 지급한다니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지도자와 선수, 사무장 등 일부에게 입단을 전제로 한 로비 비용을 뜯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코치는 “나 같은 경우는 돈은 주지 않았다”면서도 “사무장으로 뽑힌 분들은 수천만원을 준 것으로 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절차상 의심가는 구석은 있었지만, 전형에 맞는 서류를 제출하니 대기업 이름으로 합격 문자가 날아왔다. 또 A씨가 소개한 대기업 본부장이라는 분과 통화까지 했다”고 말했다.

모두 거짓이었다. 자신을 대기업 본부장이라 주장한 또 다른 사기꾼이 합격 문자까지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합격 문자를 보낸 뒤에는 스카우트 사실을 비밀로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부 피해자가 약속했던 신생팀과 계약이 세 차례(12월 27일·1월 4일·1월 14일)에 걸쳐 연기되자 해당 대기업에 직접 질의를 하면서 사기 사실이 드러나게 됐다. A씨는 지난 17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박 코치는 “이번 사건에서 가장 안타까운 것은 서로 스카우트된 사실을 숨긴 것”이라며 “어떤 지도자는 이미 두 번째 계약이 연기된 1월 5일 사기라는 사실을 알았다. 이 사실을 모두가 알았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 같다. 최소한 선수들은 갈 곳을 찾을 수 있었을 텐데 이번 사태가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번 사기극의 피해자들은 대한레슬링협회에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박 코치는 “내가 나선 것은 이번 사기극을 제대로 파헤치자는 의지였다. 다른 피해자들도 변호사를 선임하면서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수, 공유 영역

댓글 레이어 열기 버튼

기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