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준호가 지난해 9월11일 수원시체육회관에서 중국축구협회 영구 제명 징계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국제축구연맹(FIFA)이 중국축구협회의 ‘손준호 영구 제명 전 세계 확대’ 요청을 기각하면서 손준호가 그라운드에 복귀할 길이 열렸다. 중국에서는 중국 축구협회의 성급함과 준비 부족을 질타하며 더 큰 후폭풍을 우려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는 24일 “이날 오전 FIFA로부터 손준호의 징계 조치를 전 세계로 확대해달라는 중국축구협회의 요청이 기각됐음을 알리는 공문을 받았다”며 “손준호에게도 이 사실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앞서 중국축구협회는 ‘비(非)국가공작인원 수뢰죄’ 혐의로 중국 공안의 수사를 받아온 손준호에게 지난해 9월 10일 영구 제명 징계를 내렸다. 중국축구협회는 당시 “사법기관이 인정한 사실에 따르면 전(前) 산둥 타이산 선수 손준호는 정당하지 않은 이익을 도모하려고 정당하지 않은 거래에 참여, 축구 경기를 조작하고 불법 이익을 얻었다”며 “손준호의 축구와 관련된 어떠한 활동도 평생 금지한다”고 발표한 뒤 이 내용을 대한축구협회에 전달했다. 이와 함께 중국축구협회는 손준호의 영구 제명 징계를 FIFA와 아시아축구연맹(AFC)에 보고했다.

손준호가 지난해 9월11일 수원시체육회관에서 중국축구협회 영구 제명 징계 관련 기자회견을 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문재원 기자
손준호는 2023년 5월 중국 상하이 훙차오공항을 통해 귀국하려다 공안에 잡혀 형사 구류 상태로 랴오닝성 차오양 공안국의 조사를 받았다. 손준호는 승부 조작 가담이나 산둥 이적 과정에서 금품이 오갔을 가능성을 강하게 부인했고, 약 10개월 동안의 구금 생활을 끝낸 뒤 지난해 3월 석방돼 6월 수원FC 유니폼을 입고 K리그1로 복귀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중국축구협회가 손준호에게 영구 제명 징계를 내리자 수원FC는 손준호와의 계약을 해지했다. 이런 가운데 FIFA 징계위원회는 손준호의 영구 제명 징계를 전 세계로 확대해달라는 중국축구협회의 요청을 기각한 뒤 이를 대한축구협회에 통보했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징계의 국제적 확대 요청이 기각됨에 따라 해당 징계는 일단 중국 내에서만 유효하게 됐다”며 “손준호는 K리그 팀은 물론 중국 리그를 제외한 해외리그에서도 선수 등록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밝혔다.

손준호. 프로축구연맹 제공
손준호 측은 FIFA의 결정이 나오자 “손준호의 몸 상태는 계속 괜찮았다”며 “국내 팀 우선으로 (복귀를) 고려 중이다. 설 연휴가 지난 후에 결정될 것 같다”며 K리그 복귀 가능성을 언급했다.
사태가 이렇게 흘러가자 중국 언론에서는 중국축구협회를 비판하고 나섰다. 중국 포털 소후닷컴은 26일 “FIFA는 중국축구협회에 (손준호의 비위 혐위를 확실히 입증할)후속 자료 제출을 요구했지만 협회는 그들의 결론을 뒷받침할 만큼의 충분하고 강력한 증거를 추가하지 않았다”면서 “축구협회의 성급함과 준비 부족이 결국 이런 민망한 결과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손준호가 축구계에 복귀할 길이 열리면서 비슷한 혐의로 이미 강력한 징계를 받아 퇴출된 중국 선수들이 축구계 복귀를 타진할 경우 큰 혼란이 일 것을 우려하고 있다. 소후닷컴은 “중국축구협회는 이번 사건에서 교훈을 얻어 내부 관리를 강화하고, 위반 처리의 엄격성과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