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하성. 게티이미지
탬파베이가 김하성(30)을 영입했다. 의외의 결과다. 그간 디트로이트, 샌프란시스코, 토론토 등이 김하성의 새 구단 후보로 꼽혔다. 탬파베이는 좀처럼 언급되지 않았다.
탬파베이는 대표적인 스몰 마켓 구단이다. 김하성과 맺은 ‘1+1년’ 2900만 달러 계약도 탬파베이 입장에서는 작은 규모가 아니다. 구단 역사를 통틀어 총액 기준 3번째 FA 계약이다. 2022년 잭 애플린과 3년 4000만 달러, 2018년 찰리 모턴과 2년 3000만 달러 다음이다.
이번 계약으로 김하성은 단숨에 팀 내 최고 연봉자가 됐다. 김하성이 올해 1300만 달러를 받고, 2루수 브랜든 로가 1050만 달러를 받는다. 1·3루를 보는 얀디 디아즈가 1000만 달러로 그다음이다. 탬파베이 선수 중 연봉 1000만 달러 이상은 이 셋이 전부다.
탬파베이 입장에서 적지 않은 돈을 김하성에게 쏟아부은 셈이다. 김하성이 지난해 부상 여파로 최소 5월까지는 경기에 나서지 못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 과감한 움직임이다.
탬파베이가 김하성을 영입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생각할 수 있다. 전력강화가 첫 번째, 팀 최고 유망주를 위한 시간 확보가 두 번째다.
탬파베이는 지난해 유격수 포지션에서 리그 최저 수준 공격 생산성을 보였다. 호세 카바예로가 타율 0.227, 테일러 월스가 0.183에 그쳤다. 팀의 미래라던 완더 프랑코가 2023년 성범죄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MLB 퇴출 위기에 몰렸고, 탬파베이는 그 공백을 메우는 데 실패했다.
김하성을 영입하면서 탬파베이는 일단 유격수 고민을 털어냈다. 건강하게만 돌아온다면 기존 유격수들보다 공격에서 훨씬 더 큰 역할을 해줄 선수다. MLB 2년 차인 2022시즌부터 김하성은 3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때렸고, 해당 기간 타율 0.250에 OPS 0.721을 기록했다.
MLB닷컴은 “수술 여파로 건강과 송구 능력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지만, 김하성 영입은 해볼 만한 선택이었다”고 평가했다. 중견수 조니 델루카, 포수 대니 얀센에 이어 유격수 김하성을 영입하면서 센터라인 보강에 성공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김하성을 영입하면서 탬파베이는 유망주 카슨 윌리엄스(22)가 성장할 수 있는 시간 또한 확보했다. 윌리엄스는 MLB닷컴 기준 유망주 랭킹 팀 내 1위, 리그 전체 9위의 대형 유격수 자원이다. 지난해 AA리그 115경기에서 20홈런을 때렸다. 윌리엄스가 완벽한 상태로 빅리그에 올라올 때까지 1~2년을 김하성이 버텨주는 게 탬파베이가 그리는 시나리오다. 만약 윌리엄스가 예상보다 빠르게 성장해 올라오더라도 큰 문제는 없다. 김하성이 내야 전 포지션을 최고 수준으로 소화할 수 있는 만큼 어렵잖게 교통정리를 할 수 있다.
김하성은 이번 시즌 종료 후 옵트아웃을 선언할 수 있는 권한을 받았다. 김하성이 복귀 후 맹활약해 옵트 아웃을 선언하는 것도 탬파베이 입장에서 나쁘지 않다. 김하성이 퀄리파잉 오퍼(QO) 대상이기 때문이다. 김하성이 QO를 거절하고 다른 구단과 계약하면 탬파베이는 1~2라운드 사이 드래프트 지명권을 받을 수 있다. 스몰마켓 탬파베이에 상위 라운드 드래프트 지명권 한 장의 가치는 특히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