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하정우, 사진제공|바른손이앤에이
배우 하정우가 건조한 눈빛으로 돌아온다. 영화 ‘브로큰’(감독 김진황)서 동생 죽음의 진실을 찾아나서는 조폭 출신 ‘민태’로 분해 김남길과 호흡을 맞춘다. ‘클로젯’(2020) 이후 5년만의 재회다. 워낙 절친한 사이라 다음 작품에서 또 만날 수 있다면 어떤 장르를 하고 싶냐는 질문에 ‘BL(Boy Love)’라고 답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가능성은 있는 거잖아요. 사실 그 영상 찍을 땐 사전에 약속하지 않고 저 혼자 말한 건 맞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김남길도 ‘나쁘지 않네’라고 집 가서 생각했을 수도 있어요. 실제 김남길은 열정적이고 먼저 나서는 스타일이라 제니퍼 로페즈 같은 느낌이 나거든요. 전 흑인 문화를 좋아해서 비욘세 스타일이고요. 하하.”
하정우는 최근 진행된 스포츠경향과 인터뷰에서 ‘브로큰’ 촬영기와 결혼에 대한 생각 등 여러 이야기를 들려줬다.

배우 하정우, 사진제공|바른손이앤에이
■“‘브로큰’에서 옛 얼굴이 보인다? 그런 말 많이 들었어요”
‘브로큰’은 시체로 돌아온 동생과 사라진 그의 아내, 사건을 예견한 베스트셀러 소설까지, 모든 것이 얽혀버린 그날 밤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끝까지 달려가는 민태(하정우)의 분노의 추적을 그린 영화다. 시사 직후 ‘추격자’ ‘황해’에서 보여준 메마른 옛 얼굴이 보인다는 평이 쏟아졌다.
“저도 이 작품에서 옛 얼굴이 보인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아마도 제가 연기한 최근 캐릭터들은 잘 세팅되어 있었다면 ‘민태’는 그렇지 않아서 그런 것 같아요. 또 현자에선 카메라가 어디에 있든 의식하지 않았고, 심플한 지문 디렉션만 안고 연기했어요. 현장 자체가 거칠었기 때문에 그 거친 현장에 적응하려고 했어요.”
그는 이번 작품을 연출한 김진황 감독에 대한 흥미로 출연을 결정했다고 했다.
“김 감독의 전작 ‘양치기들’을 만들고 이후 스탭이 궁금했어요. 만나서 얘기를 들어보니까, 직접 경험한 것들이 이 시나리오에 녹아들어있더라고요. 이 인물을 바라보는 태도 자체가 흥미로웠다고요. ‘민태’란 캐릭터가 얌전하고 고분고분한 느낌이 아니라 날 것 같은 분노가 용암처럼 부글부글 끓는 게 느껴졌거든요.”
지금보다 7~8kg 더 찌운 상태로 임해 ‘자연인’다운 느낌을 강조하려고 했다.
“몸무게도 그렇고, 경락도 받지 않고 살았어요. 그런데 반응이 좋으니, 제 이런 모습을 대중이 좋아하는 건가 싶은 생각도 드네요. 하하. SNS에 올린 멋진 사진보다 이상한 사진에 댓글과 좋아요가 더 많이 달리는 걸 보면서 ‘내가 생각한 것과 세상이 날 바라보는 시선이 다르다는 걸 요즘 느끼고 있어요.”

배우 하정우, 사진제공|바른손이앤에이
■“조카 보면, 저도 결혼하고 싶어져요”
그는 최근 SNS를 개설, 팬들과 소통하고 있다.
“오래전부터 팬들이 SNS는 언제 하냐고 요청이 있었어요. 팬카페를 자주 가지 못하니 SNS로 소통하자 싶은 생각도 들었고요. 처음엔 게시물만 올리면 소통이 될 거라 생각했는데, 댓글을 한두번 달기 시작하니 재밌더라고요. 기상천외한 댓글을 보고 대댓글을 다니 많이들 좋아해주고요. 진작 소통할 걸 싶기도 하고요. 요즘은 영화를 홍보해도 다 각자만의 알고리즘을 통해서 바라보는데 내 팬들만큼은 내가 지금 어느 영화를 하고 어떤 홍보를 하는지 잘 알 수 있게끔 SNS서 소통할 수 있으니 좋은 것 같아요. 대댓글도 보는 사람의 기분까지 고려하면서 적당한 선을 지키려고 하고 있고요.”
배우 뿐만 아니라 연출가, 화가 등 여러 직업을 동시에 이어나가는 원동력도 궁금했다.
“미혼이라서 가능한 거죠. 하하. 작년엔 시간 여유가 있어서 그림을 그릴 수 있었고 전시를 할 수 있었고요. 연출작 ‘로비’를 끝내고 이제 후반작업이 거의 마무리되어가고 있는데, 후반작업에 공을 더 많이 들이고 있어요. 에너지를 집중해야겠다고 생각해서 지난해 상반기엔 어떤 스케줄도 잡지 않고 후반작업에 집중했고요. 그림을 그리면서 가을 전시를 준비했었죠. 그러면서 차기연출작 ‘윗집사람들’을 준비했고요. 미혼이니까 이걸 할 수 있었겠죠?”
결혼에 대한 관심은 없을까. 그는 조카를 보면 결혼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고 했다.
“아이를 낳고 싶기도 하거든요. 근데 제 동생이 육아하는 걸 보니 장난이 아니더라고요. 애 낮잠 재우는 것도 힘들던데요. 그래서 나도 결혼해서 아이를 낳기 전에 철저하게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뭘 준비해야하는지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고요.”
‘브로큰’은 5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