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Q 평균득점 꼴찌, 3Q 최고 득점에 4Q 최소 실점…전략적 체력안배로 1위 독주

SK 자밀 워니가 3일 서울 송파구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24-2025 KBL 프로농구 서울 SK 나이츠와 창원 LG 세이커스의 경기에서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KBL 제공
1쿼터만 약하다. 서울 SK는 초반에 뒤처지다가 서서히 승부를 뒤집는 ‘뒷심 농구’로 단독 1위를 질주하고 있다.
이번 시즌 SK는 적수 없는 독주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승률은 0.800, 2위 울산 현대모비스와 무려 6.5게임 차이다. 한 번도 3위 아래로 떨어지지 않은 SK는 2라운드부터 줄곧 정상을 지키고 있다.
부동의 최강팀 SK이지만 모든 경기에서 쉽게 이기는 건 아니다. 오히려 경기 초반에는 리드를 잡지 못하고 힘겹게 뒤쫓아가다가 후반 클러치 상황에서 승기를 잡는 경우가 많다.
이는 SK의 쿼터별 득실점 기록에 고스란히 나타난다. SK의 1쿼터 평균 득점은 19.3점으로 리그 꼴찌다. 그러나 3쿼터에는 평균 20.8점으로 리그 최고 득점을 하고 있다. 반대로 평균 실점은 경기 후반부로 갈수록 낮아진다. 3쿼터 실점이 17.2점으로 리그에서 두 번째로 낮고 4쿼터 실점은 리그에서 가장 낮은 16.0점이다.
지난 3일 창원 LG와의 경기에서도 SK는 1쿼터를 지고 들어갔다. LG가 1쿼터에 22점을 넣는 동안 SK는 16점에 그쳤다. 전성현에게 1쿼터에만 3개의 3점 슛을 허용했다. 수비 위치를 찾지 못해 어수선했던 SK는 2쿼터가 되자마자 감을 찾았다. 수비 과정에서 공을 빼앗아 빠르게 역습하는 SK 특유의 속공 농구를 보여주며 전세를 역전하는 데에 성공했다.
전희철 SK 감독은 ‘전략적인 체력 안배’를 1쿼터 부진의 원인으로 꼽았다. 3점 슛 성공률이 30.4%로 리그 평균(31.7%) 이하인 SK는 속공과 골 밑 돌파로 승부를 보는 팀인데 1쿼터에는 체력 소모가 덜한 슈팅 위주로 공격을 전개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전 감독은 “상대 전적에서 우리가 앞서 있는 팀과 붙을 땐 1쿼터에 림 어택이 아닌 슈팅 위주 공격을 한다. 그렇게 하면 체력을 아낄 수 있다”라며 “그런데 SK는 림 어택 위주의 농구를 주로 하는 팀이라서 슈팅 위주로 하면 힘든 경기를 하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전 감독은 “자밀 워니도 1·2쿼터에서는 리바운드 참여를 덜 들어가면서 슈팅 위주로 한다”라고 말했다.
후반전 역전이 SK의 상수가 돼가고 있지만 선수들은 여전히 ‘마의 1쿼터’가 신경 쓰인다. 김선형은 “1쿼터부터 계속 이기고 싶은데 그게 저희 의지로 되는 게 아닌 것 같다”라며 “1쿼터에 0-6, 0-8로 지면서 시작하면 슬슬 감독님 눈치를 보게 된다. 여유는 1도 없다”라고 말했다.
1쿼터 부진의 원인을 재빠르게 짚어 2쿼터부터 반격하는 유연함은 SK의 큰 무기다. 시작이 어떻든 결국에는 스틸과 속공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SK의 농구’로 경기를 이끌어 간다. SK가 평균 득점 2위(80.1점)를 유지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전 감독은 전날 LG와의 경기에서 이긴 뒤 “그동안 1위 팀인데도 경기력이 1위 팀답지 않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선수들도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것 같은데 오늘은 어떤 팀과 상대해도 이겨낼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것 같다”라고 의미를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