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마지막해, 이승엽 감독의 구상

두산 이승엽 감독의 목표 ‘한국시리즈 우승’은 ‘젊은 두산’에 달렸다. 이 감독이 호주 시드니 블랙타운 구장에서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왼쪽부터 김민석, 이유찬과 김대한, 홍민규. 두산 베어스 제공
세대교체 진행 중인 두산 전력 미지수
박준순·김택연 등 부임 중 젊은 선수 가장 많은 캠프
김민석·추재현·김대한 등 써볼 만한 자원 다수지만
남는 외야 한 자리 도드라진 1명 나타나길 기대
미야자키 2차 캠프 앞 치열한 오디션
한낮 뜨거운 시드니 햇빛 아래 두산 선수들의 기합 소리가 연신 울려 퍼졌다. 젊은 야수들의 오후 타격훈련을 지켜보던 이승엽 감독은 “젊은 선수들이 더 해줘야 한다. 더 미쳐야 한다”고 말했다.
두산 선수진은 세대별로 크게 양분된다. 양의지, 김재환, 양석환 등 검증된 베테랑 선수들이 한 축이라면, 나머지 또 한 축은 아직 1군 무대에서 보여준 것 없는 신예들이 맡고 있다. 2025시즌 두산의 성적을 가를 ‘X-팩터’ 또한 이들 신예다.
시드니 스프링캠프 명단만 봐도 이번 시즌 두산의 지향점이 눈에 들어온다. 올해 신인으로 박준순과 홍민규 2명이 시드니에서 훈련 중이고, 그 전해 지명자들도 김택연을 포함해 7명이나 캠프에 참가했다. 이 감독 부임 3년 중 가장 젊은 선수들로 전훈 멤버를 꾸렸다. I 관련기사 2면
그러나 이들 중 몇 명이나 시즌 개막 때 살아남을지는 알 수 없다. 당장 18일부터 시작하는 일본 미야자키 2차 캠프부터 고비다. 4일 이 감독은 “지금 선수들이 다 남으면 좋겠지만 엔트리는 한정돼 있다. 한국에서 몸을 만들고 있는 김인태나 박계범, 장승현 같은 선수들이 미야자키 캠프에 들어올 수도 있다”며 “젊은 선수들은 정말 미친 듯이 해줘야 한다. 감독이나 코치 눈에 띌 만한 특기를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진 능력만 확실히 보여준다면, 활약할 여지는 충분하다. 당장 내야 2자리, 외야 1자리가 공석이다. 주전 2루수 강승호가 3루로 이동했고, 유격수 김재호가 은퇴했다. 지금도 내야 키스톤을 누구로 꾸릴지가 이 감독의 최대 고민이다.
정수빈과 외국인 타자 제이크 케이브 외에 외야 1자리도 오디션을 진행 중이다. 김재환이 지명타자로 들어갈 때 남는 외야 1자리를 맡아줄 선수도 찾아야 한다. 지난해 도루왕 조수행조차 주전 보장을 받지 못했다. 이 감독은 “수행이한테도 지난 시즌 마치고 경쟁을 해야 한다고 이미 말을 했다”면서 “롯데에서 온 김민석하고 추재현이 잘하고 있다. 전다민도 굉장히 좋아졌다”고 했다. 김재환과 함께 ‘킹캉 스쿨’을 다녀온 김대한 역시 기대를 거두지 않았다.
써볼 만한 자원은 많은데 아직 확실히 도드라지는 1명이 없다는 게 야수 쪽 고민이다. 내·외야 모두 사정이 비슷하다. 투수진은 한결 사정이 낫다. 외국인 원투펀치에 곽빈까지 1~3선발은 고정이고, 4선발은 좌완 최승용이 맡을 공산이 크다. 5선발은 경쟁이 치열하다. 최원준, 최준호에 김유성, 김민규까지 가세했다. 불펜은 마무리 김택연만 확정했다. 이병헌, 이영하, 홍건희에 김명신, 박치국, 최종인, 박지호 등 여러 자원을 놓고 불펜에서 쓰임새를 고민 중이다. 5선발 경쟁에서 누군가 탈락한다면, 그 선수를 롱릴리프로 돌릴 수도 있다.
새로 뽑은 외국인 3인방에 대한 외부의 기대치는 어느 때보다 높지만, 정작 이 감독 본인은 아직 신중한 태도다. 당장 지난 시즌 검증된 원투 펀치로 의심하지 않았던 라울 알칸타라와 브랜든 와델이 부상으로 전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던 탓에 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입장이기도 하다.
이 감독은 호주에 캠프를 차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외국인 선수들을 모아 함께 저녁 식사를 했다. ‘전력의 반’이라는 외국인 선수들이 어떤 활약을 하느냐에 따라 KBO 각 구단의 희비가 갈린다. 빠르게 팀에 녹아들고 있다는 점은 그래도 반가운 부분이다.
시드니 캠프를 시작한 지 이제 열흘 정도가 지났다. 더운 날씨 속에서 선수들은 오전부터 야간까지 착실히 강훈련을 소화 중이다. 이 감독은 올 시즌 두산의 전력을 ‘미지수’라고 했다. 세대교체를 진행 중인 만큼 장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을 수밖에 없다. 사령탑의 기대처럼 젊은 선수들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져주고, 변수를 상수로 만들 때 두산의 올해 목표 또한 현실로 다가올 수 있다. 올해로 3년 차, 계약 마지막 해를 맞는 이 감독의 목표는 한국시리즈 우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