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미 틸리카이넨 대한항공 감독. KOVO 제공
지난 4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남자부 경기에서 5세트까지 가는 접전 끝에 승리를 거둔 팀은 대한항공이었다.
이날 대한항공은 한국전력을 세트스코어 3-2(21-25 25-23 28-30 25-22 15-10)로 꺾고 승리했다.
하지만 경기 후 토미 틸리카이넨 대한항공 감독은 물론 수훈 선수로 선정돼 인터뷰실을 방문한 요스바니, 이준 등도 크게 웃지 못했다.
어렵게 승리를 거뒀지만 내용이 좋지 않았다. 대한항공이 초반부터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상대팀인 한국전력은 외국인 선수 마테우스 없이 시즌을 치르고 있는데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는 아웃사이드 히터 서재덕까지 허리 부상으로 결장했다.
그러나 대한항공은 1세트를 내주더니 3세트에는 듀스 접전 끝에 28-30으로 한국전력에 분위기를 내주고 말았다. 결국 5세트까지 가서야 간신히 승리할 수 있었다.
이번 시즌 대한항공은 이렇게 풀세트까지 치른 경기가 적지 않다. 25경기 중 10경기나 된다. 5세트까지 경기가 이어졌을 경우의 승률도 좋지 않다. 4승6패로 진 경기가 더 많다.
지난 시즌 통합 우승을 거둔 ‘디펜딩 챔피언’이지만 올시즌에는 지난 시즌만큼의 위력이 보이지 않는다. 16승9패 승점49로 리그 2위를 기록 중인 대한항공은 1위 현대캐피탈(23승2패 승점67)과의 격차가 꽤 벌어져있다. 사실상 정규시즌 1위는 쉽지 않다.
이날 경기를 마치고 토미 감독은 풀세트 접전이 이어지는 것에 대해 “잘 못하니까, 어쩔수 없는 것 아니겠나. 그래서 5세트 경기가 많은 것”이라며 “상대팀이 대한항공을 꺾기 힘들어서 5세트가 가는 경우가 있을수도 있지만 우리가 일찍 잘했으면 짧은 경기가 될 수 있었다”라고 자평했다.
그는 “사이드 아웃 쪽의 공격을 잘 풀어나가야한다. 지난 시즌에 비해서 많이 약해졌다는 느낌이 있다”라며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추후에 말씀드리겠다”라며 말을 아꼈다.
감독으로서 책임감도 느끼고 있다. 토미 감독은 “좀 더 팀이 이기는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길을 찾아야되는데 책임이 있다. 감독으로서 득점을 낼 수 있도록 노력하고 경기를 일찍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31득점으로 양팀 최다 득점을 기록한 요스바니도 웃지 못했다. 요스바니는 5세트까지가는 경기가 많아진 것에 대해 “스타트를 느슨하게 간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느슨하게 가다가 1세트에서 잡히고 거기서부터 정신력을 다잡아 경기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선수들은 이제 남은 시즌 동안 팀워크가 중요하다고 봤다. 요스바니는 “감독님이 아쉬워하는 것도 너무 당연하다. 우리가 최고의 컨디션으로 퍼포먼스를 펼쳐야하는데 그러지 못한 모습을 보여 우리도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며 “선수들과 대화를 많이 하고 더 끈끈하고 단단해져야지만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다. 최대한 소통을 많이 하고 감독님이 지시하는 방향에 맞춰 좋은 퍼포먼스로 보답하려고 한다. 모든 선수들이 그렇게 훈련하고 있다”고 했다.
아웃사이드 히터 이준은 “이길 수있는 경기를 우리가 잡지 못하고 있다. 팀 분위기는 항상 이기든 지든 밝게 가져가려고 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한항공으로서는 사실상 플레이오프를 거쳐 챔피언결정전 진출을 노려야하는 상황이다. 5년 연속 통합우승은 어려워졌다.
요스바니는 “우리는 챔피언결정전을 가려고 하고 있다. 정규시즌을 잘 마치고 좋은 상태에서 플레이오프를 치르고 올라가야지 더 좋은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준도 “선두 현대캐피탈을 잡으면 좋겠지만 일단 우리가 연습한 플레이가 나오는게 중요하다. 그전까지 부상 없이 팀원 모두 함께 힘쓰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