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잭 로그가 호주 시드니 블랙타운 구장에서 불펜 투구를 하고 있다. 두산 베어스 제공
두산 새 외국인 투수 잭 로그는 사실 국내 팬들의 귀에 이미 익숙한 이름이다. 지난 시즌 중반 KIA, LG 등 대체 선수를 찾던 복수 구단이 그를 영입하려 했다. 당시엔 갑작스러운 빅리그 콜업으로 한국행이 불발됐는데, 올 시즌을 앞두고 두산과 계약하면서 결국 KBO와 인연이 맺어졌다. 로그가 두산 유니폼을 입게 된 과정도 평범하지 않았다. 당초 두산은 콜 어빈과 토마스 해치로 외인 투수 구성을 마쳤는데, 메디컬 이슈로 해치 계약이 틀어졌다. 다른 선수가 필요했고, 그렇게 로그와 계약을 맺었다. 생각하면 공교롭고 질긴 인연이다.
호주 시드니 스프링캠프에서 취재진과 만난 로그는 “지난여름에 KBO 여러 팀과 접촉이 있었던 건 맞다. 그런데 소속 구단(애틀랜타)이 이적을 허락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애틀랜타는 7월 말 더블헤더를 앞두고 로그를 빅리그로 불러올렸다. 그런데 하필 경기가 취소되면서 경기에 나서지는 못했다. 로그는 “콜업이 되고 내 가치를 인정받은 것 같아 기분은 좋았지만, 한편으론 그때도 KBO에 갈 의지가 있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쉽기도 했다”고 당시를 돌이켰다.
로그는 6일까지 시드니 캠프에서 3차례 불펜 투구를 소화했다. 직구, 스위퍼에 싱커, 커터, 체인지업 등 다양한 구종을 구사한다. 크게 휘어나가는 스위퍼와 몸쪽으로 바짝 파고드는 커터의 조합은 상대 좌타자들에게 악몽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로그의 공을 받아본 양의지는 “좌타자들 얘기가 타석에 서 있으면 공 날아오는 게 정말 무섭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로그는 우타 상대로는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말에도 고개를 가로저었다. 주무기 스위퍼 자체가 좌우를 가리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로그는 “우타 상대로도 스위퍼를 충분히 잘 쓸 수 있다. 스위퍼 외에도 여러 구종을 섞어서 상대할 수 있다. 우타 상대는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자신감을 표했다.
KBO 공인구에 대한 기대도 크다. KBO 공인구는 메이저리그 공보다 실밥이 두툼하고 표면도 덜 미끄러워 던지기 편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간 여러 외국인 투수들도 만족스러워했다. 로그도 마찬가지다. 로그는 KBO 공인구에 대해 “원래 쓰던 공보다 좀 작은 느낌”이라며 “실밥이 더 강하게 느껴진다. 변화구나 유인구를 던질때 손에 훨씬 더 잘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시즌 두산은 외국인 투수 대흉작에 울었다. 1선발 어빈은 물론이고 뒤를 받칠 로그를 향한 기대도 대단히 크다. 지난 수년 간 KBO 외국인 영입 리스트 최상단에 있던 선수다. 두산 역시 로그를 꾸준히 지켜봐 왔다. 해치와 계약을 맺은 당시까지 로그와도 꾸준히 교감을 이어가던 중이었다. 해치 대신 영입한 로그가 해치보다 더 나을 수 있다는 기대가 꾸준히 나온다. 메디컬 이슈라는 돌발 상황으로 맺어진 로그와의 인연이 어떤 결말로 이어지느냐는 올 시즌 두산의 성적을 가를 중대 변수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