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 코디 폰세가 9일 호주 멜버른 볼파크에서 불펜 피칭을 하고 있다. 한화 이글스 제공

한화 코디 폰세. 한화 이글스 제공
한화 새 외국인 투수 코디 폰세(31)는 ‘문신왕’이다. 왼팔과 왼쪽 가슴, 왼쪽 허벅지에 어머니와 아버지, 할아버지를 의미하는 문신을 각각 새겼다. 오른팔은 일본에서 3년간 뛰면서 새긴 문신으로 가득하다. 일본 시절 별명을 따서 ‘곰 웅’자를 손목에 새겼고, 그 위에는 두 자루 칼을 든 미야모토 무사시 문신을 새겼다. 지금은 오른팔 남는 자리에 새길 새 문신을 생각 중이다. 여권 도장 찍듯 머물렀던 나라의 흔적을 남기고 싶다는 것이다.
그러나 폰세가 정말로 새기고 싶은 문신은 따로 있다. 숫자 99. 류현진의 등 번호다. 빈자리가 크게 남은 등판에다가 99를 새기고, 그 아래 류현진의 사인을 받고 싶다고 폰세는 크게 웃었다. KBO는 물론 빅리그를 주름잡은 위대한 팀 동료 투수에 대한 존경심이 그만큼 크다.

코디 폰세가 일본에서 활약하며 새긴 문신을 보이며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폰세는 “다저스, 토론토 때 류현진 유니폼을 이미 다 사놨다. 2019년 평균자책 2.32로 1등을 하지 않았나. 정말 대단한 투수”라고 했다. 실력뿐만 아니다. 낯선 땅에서 외국인으로 야구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그 자신이 잘 알기 때문에 더욱 류현진의 커리어를 무겁게 받아들인다. 폰세는 “나 역시 지금 한국에서 외국인으로 뛰고 있지만, 류현진 선수도 미국에서 뛸 때는 외국인이지 않았나. 언어 문제를 시작해서 여러 힘든 일이 있었을 텐데 그런 걸 다 이겨냈다는 점이 특히 대단하다”고 했다.
호주 멜버른 스프링캠프에서 훈련 중인 폰세는 9일 류현진과 나란히 서서 공을 던졌다. 3번째 불펜 피칭을 소화했다. 전체적으로 몸 상태가 좋았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공 하나를 던질 때마다 트랙맨 데이터를 살폈다. 양상문 투수코치에게 데이터를 너무 신경 쓰지 말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렇게 꼼꼼한 성격이 마운드만 내려오면 정반대가 된다. 쾌활하고 에너지가 넘친다. 취재진 질문에 한참 답을 하더니 “이제부터 내가 인터뷰를 진행하고 싶다”며 오히려 자기가 질문 공세를 퍼부었다. 전례 드문 유형이다.
폰세는 일본에서 3년간 활약을 했다. 다른 외국인 투수들보다 아시아 야구에 대한 이해가 높은 편이다. 그런데도 한국과 KBO리그에 궁금한 게 많다. 취재진을 향해 “한국에서 제일 조심해야 할 점이 뭐냐”고 물었다. 술 먹고 운전하면 큰일 난다고 했더니 “아내가 운전할 거라서 걱정 안 해도 된다”고 크게 웃었다. 앞으로 뛰게 될 대전이 어떤 곳인지도 궁금해했다. ‘빵집이 유명하다’는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데이브 로버츠 LA 다저스 감독도 만족한 곳’이라고 했더니 기대감을 표시했다. 한국에서 기타를 배우고 싶다며 대전에서 기타를 사려면 어디로 가야 하는 지, 커피가 맛있는 곳은 어디인지 폰세의 질문은 끝도 없이 이어졌다. 대전 인근에 미군 기지가 있느냐는 질문은 의외였다. 폰세는 “나라를 위해 헌신하는 군인들에게 감사를 표시하고 싶다. 근처에 기지가 있다면 야구장 티켓이라도 선물하고 싶다”고 말했다.
폰세는 처음 만난 팀 동료들을 향해서도 쉴 새 없이 농담을 던진다. 워낙 장난치는 걸 좋아하고, 사람 사귀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다. 한국말도 이미 많이 배웠다. 제일 빨리 배운 말이 뭐냐는 말에는 ‘기사로 내보내기 부적절하다’며 웃었다.
폰세는 일본프로야구(NPB)에서 3년간 활약하며 실력을 검증받은 선수다. 제 기량만 발휘한다면 KBO리그에서도 충분히 성적을 낼 수 있다는 평가다.
최근 많은 외국인 투수들이 메이저리그 컴백을 노리고 한국을 찾는 게 사실이다. 폰세는 다른 이야기를 했다. “여기서 잘해서 메이저리그로 가야 하겠다는 생각보다는, 지금 이곳에서 주어진 임무를 잘 수행하는 게 먼저다. 가을 야구를 하고 싶고, 우승까지 바라보는 그런 팀이 될 수 있도록 내가 더 노력하겠다”고 했다. 폰세는 올 시즌 한화의 개막전 선발 후보다. 폰세가 다짐대로 자기 실력을 발휘해준다면 5강 진출이라는 한화의 목표는 한층 더 현실에 가까워진다.

한화 코디 폰세가 9일 호주 멜버른 볼파크에서 활짝 웃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