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저스가 내놓는 반전에 반전···딱 한 달, 그 안에 다 보여줘야 하는 김혜성

입력 : 2025.02.11 14:16 수정 : 2025.02.11 15:03
지난 1일 다저스 팬 행사에 참석한 김혜성. LA 다저스 SNS

지난 1일 다저스 팬 행사에 참석한 김혜성. LA 다저스 SNS

딱 한 달 만에 상황이 또 달라졌다. 이제 앞으로 남은 한 달은 김혜성(26·LA 다저스)이 ‘빅리거’로 출발할 수 있느냐를 결정지을 승부처다.

LA 다저스가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 나갔던 엔리케 에르난데스를 다시 품에 안으면서 그 타격이 김혜성에게 향하고 있다. 김혜성이 주전으로 예상되던 자리, 2루수를 에르난데스 역시 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빅리그에서만 11년을 뛴 에르난데스는 내야 전부가 아니라 아예 내·외야 수비가 다 되는 선수다. 가장 많이 뛴 포지션은 중견수(2699이닝)지만 2루수도 그 다음으로 많은 1956.2이닝을 소화했다. 유격수(1228.2)도 1000이닝 넘게 봐 센터라인에 틈이 나면 언제든 기용할 수 있는 전천후 수비수다. 최근 8시즌 동안 2시즌을 제외하고 전부 두자릿수 홈런을 쳐 통산 120홈런도 갖고 있다.

포스팅시스템으로 미국 리그에 도전한 김혜성은 지난 1월4일 다저스와 3+2년 최대 2200만 달러에 계약했다. 역대급 계약을 쏟아내는 다저스에게는 그리 큰 계약이 아니고 당시 2루수 개빈 럭스 등 다저스 내야가 꽉 차 있어 김혜성에게는 치열한 생존 경쟁의 길이 예고됐다. 그러나 사흘 만에 다저스가 신시내티와 트레이드를 통해 럭스를 보내면서 김혜성에게 주전의 길이 열렸다. 현지 언론은 새 시즌 선발라인업을 예상하면서 일제히 김혜성을 주전 2루수로 거론했다. 그러나 FA 시장에 남아 있던 에르난데스가 지난 10일 다저스와 1년 계약으로 돌아오면서 딱 한 달 만에 김혜성의 주전 여부는 다시 장담할 수 없게 됐다.

경력으로는 빅리그에서 신인인 김혜성이 에르난데스와 상대되지 않는다. 젊은 나이와 빠른 발, 그리고 확실한 내야 수비력으로 승부해야 한다. 에르난데스도 장타자는 아니지만 클러치상황에서 결정력을 가졌다. 김혜성은 KBO에서 통산 3할을 쳤던 콘택트능력도 어느 정도 보여줘야 승부할 수 있다.

LA 다저스 엔리케 에르난데스가 지난해 월드시리즈 2차전에서 2루수로 나서 수비하며 1루로 송구하고 있다. Getty Images

LA 다저스 엔리케 에르난데스가 지난해 월드시리즈 2차전에서 2루수로 나서 수비하며 1루로 송구하고 있다. Getty Images

다저스가 어떤 계산을 갖고 스토브리그를 꾸렸는지는 밝히지 않고 있지만, 거듭 변화를 주면서 ‘틈’이 생길 여지를 지우고 있다. 자리가 확실치 않은 선수들에게는 압박이 되고 ‘신인’ 김혜성도 마찬가지다.

일단 김혜성에게 문은 열려 있는 듯 보인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는 에르난데스가 다저스와 계약한 이후인 11일 개막전 라인업을 예상하며 김혜성을 여전히 2루수에 뒀다. “당초 슈퍼유틸리티 역할을 기대받았으나 럭스의 트레이드로 2루에서 기회를 잡을 가능성이 아주 커졌다”고 평가했다. ESPN은 “에르난데스는 2루수 아니면 중견수로 뛰며 상대 선발이 좌완일 때 선발 출전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에르난데스 역시 주전 여부는 확실치 않고 포지션은 열려 있다.

또한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는 토미 에드먼, 미겔 로하스, 크리스 테일러를 벤치 및 유틸리티 자원으로 분류하며 “에드먼은 언제나처럼 내·외야 모두 준비하고 있지만 중견수로 더 많이 필요할 수 있다. 로하스는 2루수로 김혜성과 플래툰으로 뛰거나 내야 다른 자리에서 뛸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지에서 지금까지 내놨던 전망이 에르난데스의 계약으로 당장 크게 달라지지는 않지만, 김혜성이 이겨야 할 경쟁의 강도는 확실히 더 세졌다. 김혜성은 다저스와 계약하며 마이너리그 강등 거부권을 갖지 않았다. 일단 빅리그에서 출발하려면 생존 경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개막전 선발 출전 기회를 얻더라도 올시즌 플래툰시스템을 함께 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어느 자리든 다 되는 검증된 베테랑이 등장한 것은 ‘0’에서 출발해야 하는 김혜성에게는 상당한 부담이다.

다저스 야수진은 16일부터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 캐멀백랜치에서 스프링캠프를 시작한다. 개막은 3월18~19일 일본 도쿄돔에서 치르고 본토 개막전은 3월28일 열린다. 개막까지 한 달, 김혜성은 이미 다저스에서 증명된 다른 ‘유틸리티’ 선수들보다 보여줘야 할 것이 훨씬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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