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11일 서울 종로구 포니정재단 빌딩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신임 회장 선거 관련 입장을 발표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징계 리스크’를 안고 대한축구협회 회장 4선 도전에 나선 정몽규 후보가 법원 덕에 한숨 돌렸다.
그동안 ‘야권 후보’인 허정무 전 대표팀 감독과 신문선 명지대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스포츠기록분석학과 초빙교수는 정 후보의 ‘후보 자격’이 인정되면 안 된다고 주장해왔다. 정 후보가 ‘중징계 대상자’라는 이유에서였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해 11월 축구협회 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정 후보 등 주요 인사들에 대해 자격정지 이상의 중징계를 요구했다. 그리고 축구협회가 이 요구를 실행에 옮기지 않은 상태에서 차기 회장 선거가 시작됐다.
축구협회 정관은 자격정지 이상의 징계처분을 받은 사람은 축구협회 임원이 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 후보는 정부의 요구에 따라 중징계받았어야 하는 만큼, 선거에 출마할 자격이 없다는 것이 허 후보와 신 후보의 주장이었다.
허 후보 측이 제기한 선거 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인용해 지난달 8일로 예정됐던 선거일이 미뤄지면서 ‘중징계 리스크’는 정 후보를 더욱 옥죄었다.

정몽규 ,허정무, 신문선 후보. 연합뉴스
당초 문체부가 축구협회에 제시한 징계 시한은 2월3일까지였는데, 중징계받지 않고 그 시한까지 넘긴 채로 선거전에 임하는 건 상대 후보들로부터 공격받을 빌미가 될 게 뻔했다. 실제로 이 부분을 지적하는 상대 후보들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시한이 다가오자 축구협회는 결국 지난달 21일 정 후보 등 임직원에 대한 문체부의 징계 요구 처분에 대해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와 함께 해당 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도 냈다.
또 축구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는 이 행정소송의 결과가 나올 때까지 정 후보 징계 여부에 대한 판단을 유보하기로 결정했다.
결과적으로 축구협회의 행정소송 제기는 정 후보에게 ‘신의 한 수’가 됐다. 법원은 일단 집행정지 신청에 대해 11일 인용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처분으로 신청인에게 생길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한 긴급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된다”며 축구협회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따라 적어도 본안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축구협회가 정 회장에게 중징계를 내릴 행정적 근거가 사라졌다. 정 회장이 연기된 선거일인 26일까지 후보 자격을 유지하는 데에 걸림돌이 제거된 것이다.
이번 결정으로 앞선 가처분 인용 등으로 힘을 받는 듯했던 야권 후보들의 공세도 설득력이 반감될 것으로 예상된다. 축구계에선 법원의 이번 판결이 표심의 향방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선거일 전에 본안소송이 각하될 수도 있다. 문체부는 축구협회가 제기한 이번 소송은 성립이 되지 않아 각하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선거일을 보름 앞둔 현재 본안소송의 다음 기일이 잡히지 않았다. 지금으로서는 선거일 전에 각하 결정이 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11일 서울 종로구 포니정재단 빌딩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혼란을 거듭하고 있는 차기 축구협회장 선거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