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겨 차준환이 11일 중국 하얼빈 헤이룽장 빙상훈련센터 다목적홀에서 열린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피겨 남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연기를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발목 부상도 낯선 경기 환경도 이겨냈다. 차준환(24·고려대)은 아시아 피겨 정상에 한발짝 가까워졌다.
차준환은 지난 11일 중국 하얼빈 헤이룽장 아이스트레이닝센터 다목적홀에서 열린 남자 피겨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94.09점을 받아 2위를 기록했다. 1위에 오른 일본의 카기야마 유마(103.81점)와는 9.72점, 3위인 중국의 다이다이웨이(82.89점)와는 11.2점 차이다.
피겨 싱글 종목 메달은 쇼트프로그램(쇼트)과 프리스케이팅(프리) 점수를 합산해 결정한다. 쇼트는 약 2분 40초 동안 7가지 기술을 수행해야 하는 종목이다. 프리는 약 4분간 진행되며 쇼트에 비해 자유롭게 안무를 구성할 수 있다.
차준환은 이매진 드래곤스의 곡 ‘Natural(내추럴)’에 맞춰 연기를 펼쳤다. 4회전 점프 동작인 쿼드러플 살코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으나 연기 막바지 트리플 악셀 착지 과정에서 살짝 흔들리며 감점당했다.
한국은 아직 아시안게임 남자 싱글 메달이 없다. 차준환이 최초의 피겨 ‘아시아 프린스’가 되기 위해서는 ‘피겨 강국’ 일본의 벽을 넘어야 한다. 이번 대회에서 그는 라이벌 카기야마 유마와 다시 맞붙었다. 유마는 2024 사대륙선수권대회와 2025 토리노 동계 세계대학경기에서 금메달을 차지했다. 두 대회에 모두 출전했던 차준환은 동메달을 땄다.
유마는 이번 대회 쇼트에서도 압도적인 점수로 1위에 올랐다. 배점이 높은 쿼드러플 토룹-트리플 토룹 컴비네이션 점프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난이도가 높은 트리플 악셀도 실수 없이 마무리했다. 유마는 예술점수에서도 차준환을 앞섰다. 특히 스케이팅 기술 점수를 9.20점으로 높게 받았다. 차준환은 이 부분에서 8.65점을 받았다.

피겨 차준환이 11일 중국 하얼빈 헤이룽장 빙상훈련센터 다목적홀에서 열린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피겨 남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연기를 마친 뒤 밝은 표정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면 차준환은 병역 혜택을 받는다. 차준환은 상대 점수에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의 경기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그는 전날 쇼트 경기가 끝난 뒤에도 “다른 선수의 점수는 전혀 알지 못한다”라고 말했다.
차준환은 지난 시즌 발목 부상으로 인해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시니어 그랑프리 5차 대회를 완주하지 못했다. 일찍 귀국한 그는 발목 관리에 힘을 쏟았다. 이번 대회에서도 부상 위험이 있는 고난도의 기술을 마음껏 수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차준환은 “발목 때문에 시즌 중반에 쉰 기간이 있어서 그 영향을 조금 받았다”라며 “이번 대회에서는 짧은 기간 계속 경기가 있어서 높은 난도의 구성을 하는 게 무리일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는 “도전을 갈구하지만 이런 큰 경기에서는 그런 도전 자체가 여태까지 준비한 모든 것을 망칠 수 있어서 1등과의 점수 차이를 신경 쓰기보다는 제가 준비한 걸 우선 보여드리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서 쇼트트랙과 피겨 경기가 열리는 빙상장은 다른 경기장에 비해 크기가 작다. 날씨가 예상보다 따뜻한 탓에 얼음도 충분히 단단하지 않다. 차준환이 이번 대회에서 극복해야 하는 변수다.
김현겸(19·한광고)은 혹독한 시니어 국제무대 데뷔전을 치렀다. 그는 쇼트 경기 도중 쿼드러플 토룹과 트리플 악셀을 시도하다가 두 번이나 넘어졌다. 착지 과정에서 발목이 꺾여 경기 후 아이싱 치료를 받았다. 쇼트 점수는 58.22점으로 16명 중 10위였다. 그의 선배이자 롤 모델인 차준환은 “김현겸 선수가 항상 열심히 연습하는 걸 알기에 믿고 있다”라며 “실수는 중요한 게 아니다. 큰 경기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멋지다고 생각한다”라고 격려의 말을 전했다.
북한의 로영명은 북한의 노동가인 ‘풀무 타령’에 맞춰 안무를 선보였다. 그는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룹 컴비네이션 점프르 소화하다가 넘어져 감점을 받았고 68.51점으로 6위에 올랐다.
남자 피겨는 오는 13일 프리스케이팅 경기를 치른다. 이후 쇼트와 프리 점수를 합산해 최종 순위를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