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 장성우가 호주 질롱 베이스볼 센터에서 고영표와 불펜 피칭 중 의견을 나누고 있다. KT 위즈 제공
2025시즌 KT 새 주장은 장성우다. 프로 2번째 FA 계약을 앞둔 중요한 시즌이지만, 장성우는 크게 고민하지 않았다. 장성우에게 직접 주장을 맡아달라고 요청한 이강철 감독도 “성우는 그런 거 별로 신경 안 써”라며 껄껄 웃었다.
다만 한가지 부담이 됐다면, 유한준과 박경수의 뒤를 잇는다는 거였다. 호주 질롱 스프링캠프에서 훈련 중인 장성우는 “경수 형이나, 그 전에 (유)한준이 형이나 그 전 주장들이 알아주는 좋은 사람들 아니냐. 그동안 성적도 계속 잘 나왔다. 저뿐 아니라 누구도 그 형들 뒤를 잇는 건 부담이 됐을 것”이라고 했다.
이 감독은 그런 박경수의 후임자로 장성우가 가장 어울린다고 판단했다. 장성우는 “한준이 형, 경수 형이 주장할 때 제가 나이도 그렇고 포수이기도 하니까 중간에서 형들을 많이 도왔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후배들도 제가 주장을 하는 게 이질감이 좀 덜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부담은 됐지만, 한편으로 유한준, 박경수 같은 선배들을 뒤이어 주장을 한다는 것 자체가 복이다. 창단 초기부터 그런 선배들이 팀 문화를 워낙 잘 만들어놨다. KT가 이른 시간 안에 강팀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이기도 하다.
장성우는 “새로 온 친구들도 ‘저렇게 야구 잘하는 선수도 운동 정말 열심히 하는구나’ 자연스럽게 느끼니까 그런 게 좋은 것 같다”고 했다. 그래서 주장이 되고 나서도 야구로는 크게 할 일이 없다고 했다. 대신 전에 신경 쓰지 못했던 새로운 일들이 많이 생겼다.
장성우는 “그냥 ‘잡일’이 많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했다. 간식은 어떤지, 밥맛은 괜찮은지부터 주장이 신경을 써야 한다. 포수조 훈련장까지 가는 카트 핸들도 장성우가 잡는다. 혹시라도 운전하다 카트가 넘어지거나 할지도 모르는데, 후배들보다야 자기가 핸들을 잡는 게 낫다는 이야기다.
장성우는 KT 1군 진입 첫해인 2015년 트레이드로 팀에 넘어왔다. 사실상 창단 멤버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났다. KT의 역사를 온전히 함께한 셈이다. 장성우는 “코칭스태프나 선수들은 많이 바뀌었는데, 직원들은 다들 그대로다. (나도현) 단장님도 제가 처음 왔을 때는 운영팀장이셨다. 다들 오래 봐왔던 사람들”이라고 했다. 장성우에게 KT는 제 2의 야구인생을 열어준 팀이고, 가족 같은 팀이다. 올 시즌만 마치면 FA 자격을 얻지만,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것도 그래서다. 팀만 붙잡아 준다면 ‘종신 KT’로 남겠다고, 장성우는 진작부터 여러 차례 말해왔다.
KT 이적 10년 차에 주장까지 맡아 여러모로 의미가 큰 시즌. 어느 때보다 팀 성적에 대한 기대가 크다. 엔마누엘 데 헤이수스, 오원석, 허경민 등 새로 합류한 자원도 많다. 장성우는 “팀에 주축이 될 만한 선수들이 새로 들어오는 경우가 최근에는 많이 없었는데, 확실히 느낌이 다르다. 기대가 많이 된다”고 웃었다.

KT 장성우가 12일 호주 질롱 베이스볼 센터에서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