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주 멜버른 스프링캠프에서 훈련 중인 김건. 한화 이글스 제공
한화 내야수 김건(25)은 입단 7년 차인 올해 처음 1군 스프링캠프를 함께 출발했다. 고졸 신인이던 2019년 캠프 도중 1군에 합류한 적은 있지만, 시작부터 함께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상상조차 못 한 일이다.
지난해 김건은 1군에서 한 경기도 뛰지 못했다. 2군 성적도 타율 0.234로 저조했다. 설렘과 걱정 등 복합적인 감정 속에 김건은 이번 캠프가 자신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일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김건은 류현진, 채은성, 안치홍 등 주축 선수들과 함께 지난달 22일 호주 멜버른으로 출국했다. 들뜬 마음도 잠시, 그는 일주일 만에 ‘육성선수’로 전환된다는 소식을 접했다. 지난해 보여준 것이 없기에 당연한 결과라고 마음을 다잡았다. 실망감을 느끼지 않았다면 그건 거짓말이다.김건은 최근 스포츠경향과 통화하며 “부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달라지는 건 없다”며 “지금보다 더 발전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건은 2023년에도 선수 등록에 앞서 육성선수로 신분이 바뀌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2군에서 담금질을 거쳐 5월 말 다시 정식선수로 등록된 그는 퓨처스(2군) 올스타에 선발되고, 1군에서도 적지만 기회를 얻는 등 이전보다 나은 시즌을 보냈다.
정식선수 등록이 5월부터 가능한 터라 김건은 개막 엔트리에 들 수 없다. 1군 선수들과 함께 훈련하는 이번 캠프를 통해 자신의 부족한 점을 보완한 뒤 5월 이후 콜업을 노려야 한다. 김건은 2루수 훈련을 함께 하는 베테랑 안치홍에게 받은 조언을 훈련에 적용하고 있다. 그는 “어떻게 하면 야구를 더 잘할 수 있는지 노하우와 방법에 관한 이야기를 해주셨다”며 “선배님처럼 매일 연습 방향성을 확실히 정한 뒤 운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화 내야 주전 라인업은 1루수 채은성, 2루수 안치홍, 3루수 노시환, 유격수 심우준 등 사실상 완성됐다. 김건이 육성선수로 출발한다는 건 당장 백업 경쟁에서도 밀렸다는 의미다. 공수에서 한 단계 혹은 그 이상 발전하지 못하면 1군의 부름을 받기 어렵다. 김건은 타격에선 자신의 장점인 콘택트를 강화하고, 수비에선 2루뿐 아니라 1루와 3루 등 내야 유틸리티로 뛸 수 있도록 준비할 예정이다. 그는 “5월까지 더 성장해서 어떤 포지션이든 안정적으로 소화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2019년 한화 유니폼을 입은 김건은 1군에서 16경기밖에 뛰지 못했고, 적지 않은 나이에 다시 육성선수가 됐다. 포기할 생각은 조금도 없다. 성실함을 무기로 한 번쯤 찾아올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각오다. ‘2023년 홈런왕’ 노시환과 경남고 동기인 김건은 “어릴 때부터 워낙 야구를 잘한 시환이를 보며 내 재능이 떨어진다고 생각했다. 부족한 것을 메우려면 더 성실하게 운동을 하는 방법밖에 없다”며 “늘 성실하게 훈련하고, 경기에 임해 1군으로 올라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