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이준혁. SBS ‘완벽한 나의 비서’ 스틸컷
이토록 완벽한 아저씨가 또 있을까. 배우 이준혁이 탄탄히 쌓아 올린 연기력과 변함없이 수려한 미모로 세대를 아우르는 사랑을 받고 있다.
이준혁은 2007년 데뷔해 SBS ‘조강지처 클럽’, KBS2 ‘수상한 삼형제’ 등에 출연, 조각 같은 외모로 금세 눈도장을 찍었다. 이후 2010년부터 주연 배우로서 커리어를 이어갔으나, 작품들 속 가장 빛나는 것은 그의 외모였다.
그러나 2025년의 이준혁은 다르다. 비주얼은 물론 18년간 쉬지 않고 다져온 연기 내공, 반전매력을 보여주는 일상 모습까지, 다 갖춘 ‘완벽한’ 모습으로, 기존 팬층은 물론 젊은 세대에도 흡족함을 안기며 전성기를 맞고 있다.
■ 소문난 악역 맛집

tvN ‘비밀의 숲 2’ 스틸컷.
지금의 이준혁을 있게 한 건 주로 악역으로서다. 처음 악역을 맡았던 2012년 KBS2 ‘적도의 남자’에서 소시오패스적 캐릭터 이장일 역을 강렬하게 소화해내 호평을 받았고, 영화 ‘신과함께-죄와 벌’(2017) ‘신과함께-인과 연’(2018)에서는 엘리트 군인 박무신이 잘못된 선택으로 악인이 되는 과정 속 감정 변화를 섬헤하게 그려내 시선을 모았다.
연기 인생의 전환점이 된 악역은 2017년 tvN ‘비밀의 숲’의 서동재 역이다. 이준혁은 열등감으로 뭉친 비리 검사 서동재를 온전한 악역도 선역도 아닌 입체적인 인물로 그려냈다. 빌런과 인간적인 모습을 오가는 연기는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었고, 미워할 수만은 없는 악역에 ‘느그동재’ ‘얄밉재’ 등 별명이 붙으며 메인 캐릭터를 넘어서는 화제성을 이끌었다.
그 인기는 ‘비밀의 숲 2’(2020년)로 이어졌다. 해당 시즌에서는 서동재가 극의 중심이 된 에피소드가 꾸려져, ‘서동재 찾기’라는 타이틀이 붙기도 했다. 시청자들은 실종된 서동재의 안위를 걱정하며 응원을 보냈고, 어느새 ‘우리동재’로 부르며 동화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얄미우면서도 짠한 캐릭터가 시청자들의 마음을 단단히 사로잡은 것.

티빙 ‘좋거나 나쁜 동재’ 스틸컷
결국 ‘느그동재’와 ‘우리 동재’는 ‘좋거나 나쁜 동재’로 태어났다. 지난해 공개된 티빙 ‘좋거나 나쁜 동재’는 ‘비밀의 숲’ 시리즈의 스핀 오프 드라마다. 국내에서는 스핀 오프 드라마 제작이 흔치 않은 일로, 서동재 캐릭터의 인기를 가늠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준혁은 ‘스폰 검사’ 낙인에 청주지검으로 내려가게 된 서동재가 서울지검으로 복귀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흡인력 있게 그려냈다. 비겁함과 정의로움을 오가는 서동재의 매력 포인트를 제대로 보여줬고, 여기에 망가짐을 불사하는 코믹 연기까지 더하며 그 맛을 배로 살렸다.
이에 ‘좋거나 나쁜 동재’는 공개 2주 만에 높은 반복 시청률을 기록하며 사랑받았고, 마지막엔 새로운 변신을 택한 서동재의 모습으로 시즌2 또한 기대하게 했다.
■ 로맨스에 예능까지, 못하는 게 뭐야?

SBS ‘완벽한 나의 비서’ 스틸컷
출중한 비주얼에도 불구하고, 이준혁의 필모그래피에는 장르물이 주를 이룬다. 이로 인해 비주얼을 잡아먹는 연기력을 증명해냈지만, 아쉬움을 남기기도 한다. 그래서일까, 이준혁이 ‘좋거나 나쁜 동재’ 후속작으로 택한 것은 SBS 금토극 ‘나의 완벽한 비서’였다.
이준혁은 극 중 일과 육아, 매너까지 완벽한 비서 유은호 역을 맡아 시청자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오랜만에 선보이는 로맨틱 코미디물임에도 전작과는 180도 다른 선하고 부드러운 캐릭터를 완벽히 소화해냈다. 특히 ‘싱글대디’로서 아이에게 헌신하는 모습이나 CEO 강지윤(한지민)에게 자신의 상사로서도 여자친구로서 깊은 배려와 지지를 보내는 모습에서 ‘어른 로맨스’의 정석이라는 평을 얻었고, 지난 1월 2주 차와 3주 차 드라마 출연자 화제성 조사(굿데이터코퍼레이션)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유튜브 채널 ‘카더정원’ 영상 캡처
이에 ‘나의 완벽한 비서’는 1회 시청률 5.2%에서 상승 곡선을 그려 최고 시청률 11.8%를 달성하는 인기를 자랑했다. 보통 해피엔딩이 예정된 이야기는 결말에 대한 기대감이 떨어지는 법이지만, 이준혁의 로맨스는 여러 고비를 넘겨 행복에 안착할, 오는 14일 방송될 마지막 회까지 시선이 집중된다.
이준혁의 매력은 드라마 밖에서도 이어졌다. ‘나의 완벽한 비서’ 홍보차 출연한 여러 지상파 및 웹 예능에서 반전매력을 선사하며 인지도를 더 높였다. 그간 악역으로 화제가 됐던 것과 달리 이준혁은 ‘순둥미’를 뽐내며 새로운 팬층을 유입시키고 있다. 그러면서도 적재적소에서 예능감을 발휘해 웃음을 주며 예능 블루칩으로도 주가를 올리는 중이다.
이준혁의 전성기는 현재진행형이다. 넷플릭스 ‘레이디 두아’와 tvN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를 차기작으로 점찍어둔 가운데, 또 어떤 매력으로 ‘완벽한’ 이준혁을 어필할지 기대가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