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겨 김채연이 13일 중국 하얼빈 헤이룽장 빙상훈련센터 다목적홀에서 열린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피겨 여자 싱글 프리 스케이팅에서 연기를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피겨 신성’ 김채연(19·수리고)이 하얼빈에서 금빛 날개를 펼쳤다.
김채연은 13일 중국 하얼빈 헤이룽장 아이스트레이닝센터 다목적홀에서 열린 2025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여자 피겨 프리스케이팅에서 기술점수(TES) 79.07점, 예술점수(PCS) 68.49점을 합해 147.56점을 받았다. 전날 열린 쇼트프로그램에서 71.88점으로 2위에 오른 김채연은 쇼트와 피겨 총점 219.44점으로 최종 1위를 기록했다. 김채연은 이번 대회에서 자신의 역대 쇼트와 프리, 종합 최고점을 모두 경신했다.
김채연은 여자 피겨 세계 최강자로 꼽히는 일본의 사카모토 카오리를 제치고 아시아 정상에 우뚝 섰다. 사카모토는 쇼트에서 1위를 차지했으나 이날 프리 경기 도중 착지에 실패해 넘어지며 감점당해 211.90으로 2위를 기록했다.
프리 경기는 쇼트 순위의 역순으로 진행됐다. 마지막에서 두 번째로 연기를 펼친 김채연은 은메달을 확정한 상태에서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 들어왔다. 취재진과 인터뷰 도중 마지막 순서인 사카모토의 점수를 TV 화면으로 확인한 김채연은 환한 웃음으로 금메달을 자축했다.
김채연은 “금메달에 대해서는 생각을 안 하고 편하게 사카모토 선수의 경기를 보고 있었는데 제가 금메달이라고 해서 믿기지 않았다”라면서도 “한편으로는 제가 금메달을 많이 따고 싶었던 것 같다. 행복하다”라고 말했다.
김채연은 “사카모토 선수는 너무 잘하는 선수여서 딱히 이길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많이 못 해봤다”라며 한 번쯤은 이겨보고 싶었는데 이렇게 큰 아시안게임에서 이길 수 있어서 영광이다“라고 새로운 최강자가 된 기분을 밝혔다.
이날 김채연은 칼 휴고의 ‘내면의 속삭임’에 맞춰 연기를 펼쳤다. 평소 긴장을 많이 하는 성격이지만 은반 위에 올라 음악이 시작되면 표정이 돌변한다. 김채연이 온전히 연기에 집중하며 스케이트화에 자신을 맡기는 시간이다.
김채연은 “긴장한 걸 최대한 티 내지 않으려 노력한다”라며 “음악이 시작되면 무대에 집중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오늘 경기에서는) 빙상장이 조금 덥기도 했고 긴장도 많이 해서 음악이 끝났을 때 ‘아, 힘들다’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라며 “무대를 마치고 키스 앤 크라이 존에 앉아서야 ‘아, 해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웃었다.
김채연은 “이번 대회에 온 것만으로도 너무 뿌듯했는데 메달을 따서 행복한 기억이 됐다”라며 “이번 대회의 기운을 받아 다음 주에 열리는 사대륙선수권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라고 담담한 소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