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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다른 인연’ 보스턴으로 가게 된 알렉스 브레그먼

입력 : 2025.02.13 19:24
알렉스 브레그먼.  게티이미지코리아

알렉스 브레그먼. 게티이미지코리아

“12-0으로 이기고 있는데도 1루로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했다. 난 그 장면을 절대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이후 항상 그처럼 되길 원했다.”

10살 때 알렉스 브레그먼은 뉴멕시코 대학의 배트 보이였다. 배트 보이로 있으면서 선수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지켜봤던 어린 브레그먼은 어느날 뉴멕시코 대학이 애리조나 주립대와 가진 홈경기에서, 상대팀의 한 ‘작은’ 선수가 열정적으로 플레이하는 것에 매료됐다. 그 선수는 바로 더스틴 페드로이아였다. 이후 페드로이아는 브레그먼의 우상이 됐다.

이번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의 ‘3루수 최대어’였던 브레그먼이 자신의 우상이 뛰었던 팀에서 새 출발에 나서게 됐다. MLB닷컴은 13일 브레그먼이 보스턴과 계약에 합의했다고 전했다. MLB닷컴은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브레그먼은 보스턴과 3년 1억2000만 달러(약 1737억원)에 계약했다. 그리고 매 시즌 후 옵트아웃을 행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신의 우상인 페드로이아 때문인 것도 있지만, 그를 제외하더라도 브레그먼과 보스턴은 남다른 인연으로 얽혀 있다.

브레그먼은 고교 졸업반이었던 2012년 뉴멕시코주 최고 선수라는 타이틀과 함께 신인드래프트에 등장했다. 당시 브레그먼이 가고 싶어했던 팀은 보스턴이었다. 당시 고교 선수였음에도 브레그먼은 1라운드 지명이 유력했다. 여기에 뉴멕시코주에서 함께 야구를 하고 자랐던 ‘절친’ 블레이크 스와이하트가 2011년 신인드래프트에서 보스턴에 지명되면서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

알렉스 브레그먼.  게티이미지코리아

알렉스 브레그먼. 게티이미지코리아

브레그먼은 그해 신인드래프트에서 결국 보스턴의 지명을 받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1라운드가 아닌 29라운드였다. 하필 그 시즌 손가락 골절상을 당해 시즌을 망친 여파가 컸다. 결국 브레그먼은 보스턴이 아닌 루이지애나 주립대(LSU)로 가는 것을 택했다. 그리고 1라운드에서 자신을 지나친 30개 팀을 잊지 않겠다는 의미로 등번호 30번을 달았다.

브레그먼은 LSU에서의 3년간 196경기에서 타율 0.337, OPS(출루율+장타율) 0.923, 21홈런, 148타점의 불방망이를 휘둘렀고 3학년이었던 2015년에는 최고의 아마추어 선수에게 주는 골든 스파이크상 결선에도 올랐다.

결국 브레그먼은 2015년 신인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지명을 받으며 프로에 입성했다. 당시 브레그먼에 앞서 전체 1순위의 영광을 안은 선수는 댄스비 스완슨(애리조나 지명·현 시카고 컵스)이었다. 브레그먼은 휴스턴에 입단하면서 등번호 2번을 골랐는데, 당초 ‘데릭 지터를 기리기 위해서’라고 알려져 있었으나 그의 아버지가 피터 개몬스와 인터뷰에서 “전체 1순위가 아닌 2순위였다는 것을 기억하기 위해서”라고 정정했다.

브레그먼의 휴스턴 입단 후, 보스턴은 브레그먼으로 인해 고생을 해야 했다. 브레그먼의 통산 보스턴전 성적은 41경기 타율 0.325, 출루율 0.436, 장타율 0.578, OPS 1.013, 9홈런, 25타점에 달한다. 특히 극단적인 당겨치기를 즐겨하는 타격 스타일상 좌측 담장과의 거리가 짧은 보스턴의 홈구장 펜웨이파크와 궁합이 최상인데, 펜웨이파크에서의 통산 성적은 타율 0.375, OPS 1.240, 7홈런, 15타점이나 된다.

알렉스 브레그먼의 우상이었던 더스틴 페드로이아.  게티이미지코리아

알렉스 브레그먼의 우상이었던 더스틴 페드로이아. 게티이미지코리아

<펜웨이파크를 사랑하는 브레그먼>

2016 : 전적 없음

2017 : 0.267/0.313/0.733/1.046 2홈런 5타점 5삼진 1볼넷

2018 : 0.364/0.500/0.818/1.318 1홈런 1타점 2삼진 3볼넷

2019 : 0.250/0.539/0.375/0.914 0홈런 0타점 1삼진 5볼넷

2020 : 전적 없음

2021 : 0.462/0.533/0.846/1.380 1홈런 2타점 3삼진 2볼넷

2022 : 0.143/0.333/0.143/0.476 0홈런 0타점 2삼진 2볼넷

2023 : 0.429/0.500/0.714/1.214 1홈런 3타점 4삼진 0볼넷

2024 : 0.583/0.667/1.250/1.917 2홈런 4타점 0삼진 3볼넷

통산 41경기 0.375/0.490/0.750/1.240 7홈런 15타점 17삼진 16볼넷

포스트시즌에서도 브레그먼은 보스턴의 ‘악몽’이었다. 2017년 보스턴과 아메리칸리그 디비전시리즈(ALDS)에서 브레그먼은 타율 0.222에 그쳤다. 하지만 홈런 2개를 쏘아올렸는데, 하나는 1차전에서 뽑아낸 선제 솔로홈런이었고 나머지 하나는 4차전에서 3-3 동점을 만드는 귀중한 동점 솔로포였다. 둘 모두 당시 보스턴의 에이스였던 크리스 세일로부터 뽑아냈다. 휴스턴과 보스턴은 2018년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ALCS)에서도 다시 격돌했는데, 보스턴은 브레그먼을 상대하지 않는 전략을 택했다. 이에 브레그먼은 1차전에서 볼넷 3개와 몸맞는공 1개, 2차전에서 볼넷 3개를 얻어내는 등 집요한 견제를 당했고, 결국 휴스턴은 보스턴에 1승4패로 패퇴했다.

브레그먼은 2021년 ALCS에서도 보스턴을 만났는데, 타격감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1승2패로 끌려가던 4차전에서 선제 솔로포를 뽑아내는 등 분전했고, 승부가 갈린 최종 6차전에서도 1회 2사 후 안타를 치고 출루한 뒤 요르단 알바레스의 2루타에 전력질주로 홈까지 파고들어 선취점을 안기며 팀이 월드시리즈로 향하는데 큰 힘이 됐다.

알렉스 브레그먼.  게티이미지코리아

알렉스 브레그먼. 게티이미지코리아

관건은 브레그먼의 포지션이다. 지난해까지 보스턴의 주전 3루수는 라파엘 데버스였다. 하지만 브레그먼의 영입으로 포지션 조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스포팅뉴스’는 데버스가 3루수로 그대로 뛰고 브레그먼이 2루수로 출발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보스턴 최대 유망주 크리스티안 캠벨이 MLB에 올라올 경우 2루수로 뛸 것으로 보인다. 그럴 경우 브레그먼이 3루수로, 데버스가 지명타자로 갈 것으로 예상되며, 요시다 마사타카는 벤치로 밀려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이와 함께 “1루수 트리스턴 카사스를 트레이드하고 데버스를 1루수로 옮길 가능성도 있다. 다만 현 시점에서는 캠벨이 마이너리그에서 좀 더 시간을 보낼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시작은 2루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페드로이아가 그랬던 것처럼, 지금 보스턴에 가장 필요한 것은 선수들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뛰어난 ‘리더십’이다. 페드로이아의 정신을 충실히 이어받은 브레그먼의 가장 큰 장점이기도 하다. 지금 보스턴에는 자신이 우상으로 삼았던 선수도, 그리고 자신의 절친도 모두 없다. 그래도 야구에 늘 진심인 브레그먼은 새 팀과 함께 묵묵히 시즌을 준비한다.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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