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호의 가르침, 백호의 깨달음

입력 : 2025.02.14 08:50

‘예비FA’ KT 강백호, 한 번 더 업그레이드

KT 강백호가 스프링캠프에서 수비 훈련을 하고 있다. KT 위즈 제공

KT 강백호가 스프링캠프에서 수비 훈련을 하고 있다. KT 위즈 제공

최근 대호형 조언에 무릎 ‘탁’
직구 대처법 바꾸려 맹연습중
포수 훈련도 처음부터 제대로
5타석도 끄덕없는 체력이 숙제

전반기 불방망이 못 이어가고
후반기, 정타 막히자 ‘와르르’
올해는 부상 없이, 슬럼프 짧게
FA 의식하면 부담만 되겠죠

지난해 4월의 강백호(25·KT)는 아무도 막을 수 없는 타자였다. 한 달 동안 타율 0.336 9홈런 25타점을 올렸다. OPS도 1.002였다. 이후로도 꾸준히 페이스를 유지했다. 그러나 후반기 들어 강백호는 크게 흔들렸다. 전빈기 타율 0.315, 22홈런을 쳤던 타자가 후반기는 타율 0.248, 4홈런에 그쳤다.

호주 질롱 스프링캠프에서 훈련 중인 강백호는 “올해는 심적으로 좀 더 단단해 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후반기 슬럼프는 결국 마음의 문제였다는 판단이다.

호주 질롱 베이스볼 센터 스프링캠프 훈련장에서 파이팅 포즈를 취하는 강백호. 심진용 기자

호주 질롱 베이스볼 센터 스프링캠프 훈련장에서 파이팅 포즈를 취하는 강백호. 심진용 기자

지난해 한창 좋았을 때 강백호는 타석에서 망설이지 않고 방망이를 휘둘렀다. 강백호는 “그게 원래 제 스타일”이라고 했다. ‘나가면 치고, 안 치면 볼’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후반기 슬럼프 기간에는 그게 반대로 됐다. 강백호는 “좋을 때는 2구 안에 승부를 본다. 공격적으로 친다. 그런데 안 좋을 때는 존 안으로 들어오는 공에 방망이가 안 나가고, 오히려 빠지는 공에 스윙이 되더라”고 했다.

강백호는 “후반기 시작하고 한 10경기 가까이 계속 정타가 잡히더라. 그러면서 페이스가 떨어지기 시작했다”고 했다. 안타가 돼야 할 공이 계속 야수 정면으로 향하면서 아웃이 되다 보니 자기도 모르게 흔들렸다는 얘기다. 다른 문제는 없었다. 강백호는 “데이터팀과 미팅할 때도 타구속도는 후반기에도 그대로더라. 체력 문제는 아니었다는 거다. 문제점은 결국 심리적인 부분 하나였다”고 말했다.

전반기가 워낙 뜨거웠기 때문에 후반기 부진이 더 아쉬웠다. 강백호는 “작년 전반기 같은 페이스를 한 번 더 경험해보고 싶다. 스스로도 너무 신기할 정도였다”고 했다. 올해는 슬럼프가 와도 최대한 빠르게 떨쳐내고, 시즌 끝까지 지난해 전반기 같은 페이스를 유지하고 싶다고 했다. 강백호는 “제대로 한번 해보겠다. 잘 안되는 것처럼 보이면 ‘백호 선수, 이건 아닌 것 같아요’하고 말을 해달라”고 웃었다.

강백호는 연봉 7억원에 계약했다. 올 시즌을 마치면 첫 FA 자격도 얻는다. 강백호는 “FA 의식하다가 못하면 내 커리어에 손해다. 계약조건보다도 벌써 두 시즌(2022, 2023년)이나 못 했다. 이제는 안 그러고 싶다”고 말했다.

슬럼프나 부상 없이 안 다치고 야구 잘 하는 게 우선 목표다. 새로 시도해보고 싶은 것도 생겼다. 강백호는 얼마 전 유튜브 방송에서 이대호에게 ‘직구는 받쳐놓고 치는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빠른 공을 보고 치느냐, 노리고 치느냐’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뜻밖의 대답에 처음에는 ‘다른 세상 이야기’라고 느꼈지만, 지금은 조금씩 감을 잡아가고 있다.

강백호는 “직구를 앞으로 나가서 치는 것과 안쪽에 놓고 받아친다는 건 느낌이 너무 다르다”며 “오른쪽 어깨가 열리는 습관이 있었는데 받아치는 연습을 해보니까 잘 안 열리더라. 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자칫 타이밍이 늦어질 수 있다는 게 고민이지만 지금까지 연습한 대로면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강백호는 질롱에서 포수 훈련을 병행하고 있다. 올 시즌 지명타자와 백업 포수로 번갈아 나갈 예정이다. 할 일이 두 배로 많아진 셈이지만 그만큼 재미도 커졌다. 포수조에서 온종일 강백호와 함께 훈련 중인 주장 장성우는 “백호가 포수 훈련을 정말 즐거워하는 게 눈에 보인다. 내가 생각도 안 했던 디테일한 질문들까지 많이 한다”고 했다.

지난해에는 갑자기 포수 마스크를 썼다면 올해는 스프링캠프부터 제대로 포수 준비를 하고 있다. 포수로 선발 출장하는 경기도 지난해(19경기)보다 많이 더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 시즌 강백호는 포수로 나섰을 때 타격성적이 지명타자로 나섰을 때보다 더 좋았다.

강백호는 “지난해 포수 타격은 너무 데이터가 적다”며 “몸을 많이 움직이니까 도움이 되는 면도 있지만 체력적으로는 많이 힘들었다. 선발 포수로 나간 날 5번째 타석쯤 되니까 엄청 힘들었다”고 말했다. 포수 마스크를 쓴 날도 마지막까지 체력을 유지하는 건 전지훈련에서 해결해야 할 또 다른 과제다.

FA를 앞둔 중요한 한 해다. 해야 할 것도, 하고 싶은 것도 많다. 강백호는 어느 때보다 의욕적으로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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