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 승격·인천 강등으로
36·032 등 더비 구도 재편

지난해 11월 FC안양의 K리그2 우승 퍼레이드 행사 당시 안양종합운동장 풍경(위)과 지난해 7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FC서울 캡틴 제시 린가드가 대전 하나시티즌전 승리 후 팬들 앞에서 피리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2025시즌 K리그는 FC안양의 창단 후 첫 K리그1 승격과 인천 유나이티드의 K리그2 강등으로 구도가 재편됐다.
가장 주목받는 더비는 단연 FC서울과 FC안양의 첫 K리그1 맞대결이다. 2004년 안양 LG 치타스가 서울로 연고지를 이전하면서 FC서울이 탄생했고, 이후 안양은 시민구단으로 재창단하며 독자적인 길을 걸어왔다. 그러던 중 안양이 2024시즌 K리그2 우승으로 1부로 승격하면서 21년 만에 두 팀이 같은 리그에서 맞붙게 됐다.
기업구단과 시민구단의 철학적 대립 또한 더비의 배경이 된다. FC서울은 안정적인 투자와 스타 플레이어 영입을 통해 리그 강호로 자리 잡았고, FC안양은 지역 기반의 팬층을 결집하며 독자적인 색깔을 유지해왔다.
첫 맞대결은 2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다. FC안양 팬들은 ‘36더비’라는 더비 명칭을 붙이며 경쟁의식을 불태우고 있다. FC안양의 구단주인 최대호 안양 시장은 “과거 서울은 안양을 버리고 36계 줄행랑을 쳤다. 도망간 서울을 우리가 잡아와 박살 내야 한이 풀린다”는 강한 발언으로 더비의 열기를 고조시켰다.
K리그2에서는 인천 유나이티드와 부천FC 1995가 맞붙으면서 ‘032 더비’가 부활한다. 032 더비는 인천과 부천이 과거 같은 유선전화 지역 번호를 사용한 데서 유래했다. 2003년 인천 유나이티드 창단 이후로 인천과 당시 부천 SK(현 제주 유나이티드)의 대결을 지칭하기도 했다. 이제 인천과 부천FC 1995의 대결로 이어진다.
인천과 부천은 수도권 전철 1호선, 인천 도시철도 1호선, 서울 지하철 7호선으로 연결되어 있어 생활권이 겹친다. 밀접한 관계가 더비에 특별한 의미를 더한다.
2003년 인천 창단 당시에는 기존 부천 SK를 응원하던 인천 거주 팬들의 이탈로 갈등이 시작됐다. 이후 부천 SK가 제주로 연고지를 이전하고, 시민구단인 부천FC 1995로 다시 태어나면서 새로운 라이벌 구도가 형성됐다.
두 팬덤 간 경쟁은 일상적인 영역까지 확대됐다. 송내역에서는 양 팀 팬들이 경기 홍보 포스터 부착을 두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 2011년에는 인천 유나이티드가 부천 지역에서 유소년 축구교실을 운영하려다 부천 팬들의 강한 반발로 무산되는 사건도 있었다. 이후 인천이 부천 도심에 경기 홍보물을 게시하자 부천도 맞대응으로 7호선을 타고 부평구청역까지 진출해 홍보 현수막을 설치하기도 했다.
지난 시즌까지 인천은 1부에 있었고 부천은 2부에만 머물러 그동안 양 팀 대결은 컵대회에서만 볼 수 있었지만 이제 리그에서 만난다. 첫 맞대결은 4월26일 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다.
지난 시즌 수원 삼성의 2부 강등에 이번 시즌 인천까지 K리그2로 내려오면서 ‘수인선 더비’도 다시 등장했다. ‘수인선 더비’는 수원과 인천을 잇는 철도 노선에서 따 왔다.
연고지 이전의 앙금, 행정구역의 변천사, 그리고 승격을 향한 야망이 뒤섞인 2025시즌 K리그의 더비들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명승부를 예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