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지희(왼쪽)와 신유빈이 14일 서울 JW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에서 열린 KTTA AWARDS 2025를 앞두고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대한탁구협회 제공
“(신)유빈아 아프지 않고 행복하게 탁구를 치렴.”(전지희)
“언니의 행복만 바랄게요”(신유빈)
띠동갑 언니와 동생은 서로를 안으며 환하게 웃었다. 2020년대 한국 여자탁구를 빛냈던 환상의 복식조의 아름다운 마지막이었다.
전지희(33)는 14일 서울 JW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에서 열린 KTTA AWARDS 2025에서 공식 은퇴했다. 10년간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 무대를 누볐던 그는 대한탁구협회가 준비한 감사패를 받았다. 신유빈(21·대한항공) 역시 이날 행사에서 2년 연속 최우수선수(MVP)로 뽑히면서 두 선수가 한 자리에서 이별의 소회를 털어놓는 기자회견이 마련됐다.
단짝이라는 표현처럼 의상까지 맞춘 두 사람은 이별이 아쉬운 듯 말을 꺼내지 못했다. 전지희는 단짝인 신유빈을 바라보면서 “은퇴를 결심한지는 오래 됐다. 파리 올림픽이 끝나면 그만두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유빈이에게 어떻게 말을 꺼내야할지 고민했다”고 운을 뗐다.
신유빈은 “언니가 지난해 11월 중국 청두에서 열린 혼성단체 월드컵이 끝나고 날 안고 울었다. 전부터 느낌은 있었는데 ‘아 진짜 언니가 은퇴하려나’라고 생각했다. 언니와 더 오래하고 싶었지만, 그 말을 하면 언니가 편하게 못 지낼 수도 있기에 참았다”고 고개를 저었다.
전지희와 신유빈은 서로의 이별을 아쉬워할 만큼 빼어난 활약을 펼쳤다. 2019년 처음 복식으로 호흡을 맞추면서 하락세에 빠졌던 한국 탁구를 살려냈다. 두 선수는 2023년 5월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 여자복식 결승에 올라 은메달을 합작했다. 그해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선 여자복식 정상까지 올랐다. 그리고 지난해 8월 파리 올림픽에선 여자 단체전 동메달까지 합작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복식 금메달을 목에 걸은 전지희(왼쪽)와 신유빈. 황저우 | 황민국 기자
전지희는 탁구 선수로 자신이 가장 빛난 순간을 손꼽을 때 신유빈과 함께한 순간을 빼놓지 못했다. 2019년 신유빈과 첫 만남을 떠올린 그는 “15살이던 유빈이와 처음 복식을 하면서 ‘왜 이렇게 잘 맞는지?’라고 신기했다. 내 탁구 인생에선 처음 트로피에 가까웠던 순간이 유빈이와 세계선수권대회 결승전이었다. 우승은 못했지만 결승 무대로 가던 그 느낌을 아직 잊지 못한다.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는 순간은 지금도 잠이 오지 않을 때 영상으로 본다”고 웃었다. 신유빈은 “난 거꾸로 언니와 같은 공간에 있을 때부터 신기했다. (국가대표에 발탁돼) 전지희라는 위대한 선수와 훈련하더니, 복식까지 같이 했다. 언니와 마지막까지 계속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어서 모든 순간이 감사했다”고 말했다.
언니는 은퇴하는 자리에서도 동생이 눈에 밟히는 듯 했다. 자신이 탁구채를 놓으면서 동생의 새 파트너가 누가 될지 걱정하는 눈치였다. 전지희는 “사실 유빈이와 탁구를 더 하고 싶었지만 부상도 있고, 나이가 나이라 도움이 안 될 것이라 생각했다. 앞으로 누가 유빈이와 호흡을 맞출지는 모르겠지만 유빈이가 큰 심장을 갖고 있다는 걸 알아줬으면 한다. 큰 대회에서 믿을 수 있는 파트너였다. 유빈이만 믿으면 큰 대회에서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 말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전지희와 신유빈은 이제 복식조로 인연은 마침표를 찍었지만 서로를 응원하는 마음에는 변함이 없다.
전지희는 “유빈이가 어린 나이에 주목을 받으면서 자기 감정을 숨기는 것 같다. 운동 선수는 감정을 숨기면 힘들다는 걸 알기에 가슴이 아프다. 유빈이가 앞으로 아프지 않고 행복하게 탁구를 쳤으면 한다”고 말했다. 신유빈도 “언니와 지금까지 함께 탁구를 쳤기에 영광스럽다. 언니처럼 대단한 선수에게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어 감사했다. 앞으로는 언니의 행복만 바라겠다”고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