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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를 포함해)클린스포츠라는 말을 더이상 믿기 어렵게 됐다.”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메이저대회 단식 3회 우승 경력이 있는 스탄 바브링카(스위스)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개탄의 목소리를 냈다. 2025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호주오픈에서 정상에 오른 세계 랭킹 1위 얀니크 신네르(이탈리아)가 도핑 양성 반응에 따른 3개월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아들였다.
AP통신은 16일 “세계반도핑기구(WADA)가 신네르의 도핑 양성 반응에 따른 징계를 5월5일까지 3개월 출전 정지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신네르는 지난해 3월 두 차례 도핑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왔다. 그러나 국제테니스청렴기구(ITIA)는 금지 약물을 의도적으로 사용한 것이 아니라는 신네르의 해명을 받아들이면서 출전 정지 징계 없이 도핑 검사 기간에 신네르가 참가했던 대회에서 받은 상금과 랭킹 포인트만 무효로 하는 비교적 가벼운 징계를 내렸다.
공교롭게도 신네르는 2024년 단 6패만 당하는 등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신네르는 지난 1월 끝난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호주오픈에서도 2연패를 달성하며 개인 통산 세 번째 메이저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지난해 US오픈에 이은 2개 대회 연속 우승으로 메이저 대회 14연승 행진도 이어갔다.
신네르가 중징계를 받을 가능성도 남아 있었다. 호주오픈을 앞두고 세계반도핑기구(WADA)의 항소로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가 신네르의 상황을 4월 중순 청문회를 다시 들여다 보기로 했다. 여기에서 신네르의 잘못이 인정되면, 적게는 수개월, 많게는 1~2년의 출전·자격 정지 징계를 받을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그러나 이날 WADA와 신네르가 3개월 출전 정지 징계에 합의하면서 4월 CAS 청문회는 열리지 않개 됐다.
WADA는 신네르가 금지 약물을 사용할 의도가 없었고, 스태프의 실수를 알 수 없었다는 점을 인정했다. 또 이 약물이 경기력 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CAS의 규정과 선례에 따라 스태프의 실수에 대해서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이유로 3개월 정지 처분이 내렸고, 신네르는 받아들였다. 신네르는 자신의 변호인을 통해 “나는 항상 우리 스태프의 실수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해왔고, WADA의 엄격함이 내가 사랑하는 스포츠를 보호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3개월 출전 정지를 기반으로 하는 WADA의 징계를 수락하게 됐다”고 밝혔다.
신네르는 이날 징계로 인디언웰스, 마이애미 등 미국 하드코트 시즌 대회에 출전할 수 없게 됐다. 공식적으로 4월13일까지 훈련도 할 수 없다.
그러나 ‘솜방망이’ 징계라는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전 세계 랭킹 1위 영국의 팀 헨먼은 “호주오픈에서 우승하고 3개월간 투어를 쉬지만 프랑스오픈에 출전 자격을 얻는건 신네르에게는 더할 나위없이 좋은 타이밍이지만, 씁쓸한 여운을 남기는 결정”이라고 했다. 2021년 US오픈 남자 단식 챔피언 다닐 메드베데프(러시아)는 프랑스 대회를 마친 뒤 인터뷰에서 “이제 앞으로 (도핑 양성 반응이 나온 선수는) 누구라도 신네르처럼 WADA에 해명하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닉 키리오스(호주) 역시 SNS에 “WADA는 1~2년의 출전 정지될 것이라고 얘기했는데 (3개월은)유죄인가, 무죄인가”라며 “테니스에 슬픈 날이다. 테니스에는 공정함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영국의 리엄 브로디는 “도핑 금지에 대한 징계를 합의할 수 있다는 걸 몰랐다”고 비꼬았다. 프로테니스선수협회(PTPA)도 “투명성과 프로세스, 일관성이 없다”고 ITIA를 저격했다. 그러자 ITIA는 “선수들의 이름값과 상관없이 우리가 금지 약물 선수를 대하는 방식은 변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WADA 역시 공정함을 강조하며 “신네르에 적용된 조항은 2021년부터 도입된 내용으로 규칙 보다는 예외에 가깝지만 선례는 많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