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스 김단비 맹활약, 루키 이민지 성장 우리은행 정규리그 조기 우승 확정…위성우 감독 ‘마법’ 통했다

입력 : 2025.02.16 18:06 수정 : 2025.02.16 18:16
우리은행 김단비가 16일 청주 KB와의 2024~2025시즌 6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슛을 쏘고 있다. WKBL 제공

우리은행 김단비가 16일 청주 KB와의 2024~2025시즌 6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슛을 쏘고 있다. WKBL 제공

“김단비만 탁 보이고 아무도 없는 선수단 보드를 보며 어떻게 뛰어야 하나 고민했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위성우 아산 우리은행 감독이 느꼈던 절망감이다. 하지만 16일 청주체육관에서 펼쳐진 KB와의 경기에서 46-44로 승리하며 우리은행은 ‘불가능’으로 여겨졌던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했다. 정규리그 종료를 한 경기 앞두고 이뤄낸 조기 우승이자, 구단 역사상 15번째 정규리그 우승이다.

시즌 전 우리은행의 전망은 암울했다. 뉴질랜드 리그로 진출한 박지현을 필두로 최이샘(신한은행), 나윤정(KB), 박혜진(BNK) 등 주축 선수들이 대거 이탈했다. FA 시장에서 핵심 전력의 대부분을 잃은 우리은행은 시즌 전 대부분의 전문가들로부터 약체 평가를 받았다. 믿을 건 에이스 김단비와 리그에서 손꼽히는 명장 위성우 감독의 지략뿐이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달랐다. BNK와 함께 시즌 초반부터 상위권을 형성했고, 4라운드까지는 BNK에 2경기 뒤진 2위를 유지했다. 6라운드에 들어서며 BNK가 주춤한 사이 단독 선두로 올라섰고, 마침내 우승까지 거머쥐었다.

이번 우승으로 우리은행은 정규리그 우승 횟수를 15회로 늘렸다. 이는 2위 용인 삼성생명(6회)의 2.5배에 달하는 압도적인 기록이다. 역대 챔피언결정전 우승(12회)과 통합우승(10회) 기록도 다시 한번 경신할 기회를 얻었다.

우승의 중심에는 에이스 김단비가 있었다. 이번 시즌 그는 경기당 평균 36분 51초를 뛰며 22.2점, 11.1리바운드, 3.7어시스트를 기록했다. 프로 데뷔 이후 최다 출전시간, 최다 득점, 최다 리바운드라는 커리어 하이를 동시에 달성했다.

위성우 감독은 “모든 팀이 김단비를 집중 마크하는 상황에서 득점 1위를 달리는 건 쉽지 않은 일”이라며 “김단비가 정말 많이 성장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예전의 김단비는 농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며 “이번 시즌에는 완전히 다른 선수가 됐다”고 극찬했다.

루키 이민지의 깜짝 활약도 우승의 큰 동력이 됐다. 위성우 감독은 당초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 “10분 정도 기용하자”는 계획이었으나, 이민지는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쳤다. 최근 8경기에서 7차례나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리며 팀의 공격 옵션을 다변화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우리은행 이민지가 16일 청주 KB와의 원정 경기에서 골 밑 돌파를 시도하려 하고 있다. WKBL 제공

우리은행 이민지가 16일 청주 KB와의 원정 경기에서 골 밑 돌파를 시도하려 하고 있다. WKBL 제공

이날 경기 전 “김단비를 제외한 선수들은 ‘쓰리 앤 디(디펜스·수비)’로 가겠다”고 밝혔다. 과감한 3점슛과 리바운드, 수비에 집중하는 전략이었다. 위 감독은 “수비는 연습으로 변형시킬 수 있지만 공격은 타고나야 하는 부분”이라며 현실적인 접근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이 전략은 KB와의 이날 경기에서 빛을 발했다. 1쿼터에서 이명관과 스나가와 나츠키의 연속 3점슛으로 14-2까지 달아났다. 2쿼터 들어 KB의 거센 추격으로 21-23까지 쫓겼으나, 김단비의 골밑 득점으로 전반을 25-21로 마쳤다.

3쿼터 초반 KB 허예은의 3점슛으로 26-25 역전을 허용했으나, 곧바로 김단비가 재역전에 성공했다. 이후 스나가와와 박혜미의 3점슛이 이어지며 다시 리드를 가져왔고, 루키 이민지는 자유투 3개를 모두 성공시키며 38-32로 쿼터를 마쳤다.

4쿼터는 더욱 치열했다. KB는 허예은의 3점슛과 골밑 돌파로 38-37까지 추격했다. 그러나 허예은이 자유투를 놓친 직후 이명관이 연속 3점슛을 성공시키며 44-39로 달아났다. KB는 다시 43-44까지 따라붙었지만, 김단비의 스틸과 속공 득점이 승부의 분수령이 됐다. 경기 종료 49초를 남기고 44-46으로 쫓긴 상황에서 김단비의 2점슛과 KB 허예은의 마지막 공격이 모두 실패하며 경기는 우리은행의 승리로 끝났다.

위성우 감독은 “BNK나 삼성생명이 부상으로 흔들리면서 우리에게 운이 따랐다”며 겸손한 자세를 보였다. 하지만 이번 우승은 분명 치밀한 준비와 전략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성장도 좋지만 성적도 함께 가야 한다”는 그의 철학은 이번 시즌 완벽하게 실현됐다. 주축 선수들의 공백 속에서도 김단비의 성장과 이민지의 발견으로 또 한 번의 우승 신화를 써내려갔다.

위 감독은 “이번 시즌을 통해 진정한 지도자의 의미를 깨달았다”며 “한국 여자농구가 아시아에서 다시 한번 도약할 수 있다는 희망도 보았다”고 이번 시즌을 돌아봤다. 약체라는 평가에서 시작해 정규리그 우승이라는 기적을 이뤄낸 우리은행의 도전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이제 챔피언결정전에서의 우승으로 진정한 ‘통합우승’을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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