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살 그때 모습만 기억하시나요?”…우리은행 김단비, FA 대거 이탈 딛고 정규리그 우승 이끌며 ‘진짜 에이스’ 우뚝

입력 : 2025.02.16 18:57
여자프로농구 아산 우리은행 김단비가 16일 청주 KB와의 정규리그 6라운드 원정 경기 승리로 리그 우승을 확정한 뒤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기뻐하고 있다. WKBL 제공

여자프로농구 아산 우리은행 김단비가 16일 청주 KB와의 정규리그 6라운드 원정 경기 승리로 리그 우승을 확정한 뒤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기뻐하고 있다. WKBL 제공

“감독님한테는 제가 아직도 18살 때 첫 모습일 거예요. 감독님은 38살, 39살쯤이셨죠. 그때 그 첫인상을 잊지 못하시는 것 같아요.”

16일 청주체육관. KB스타즈와의 경기에서 46-44로 승리하며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한 아산 우리은행의 에이스 김단비(35)는 위성우 감독(54)과의 오래된 인연을 이렇게 떠올렸다.

정규리그 한 경기를 남기고 이뤄낸 조기 우승. 그러나 시즌 초만 해도 이는 ‘불가능한 꿈’처럼 보였다. 박지현이 뉴질랜드 리그로 떠났고, 최이샘(신한은행), 나윤정(KB), 박혜진(BNK) 등 주축 선수들이 FA 시장에서 대거 이탈했다. 위성우 감독은 “선수단 보드에 김단비만 탁 보이고 아무도 없어서 어떻게 5대5를 뛰어야 하나 고민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김단비도 불안감을 숨기지 않았다. “시즌 전에는 ‘재미있을 것 같다’, ‘한번 보여드리겠다’고 말했지만, 훈련이 끝나고 집에 가면 ‘어떡하지, 연습 게임 한 번 끝나면 어떡하지, 1패하면 어떡하지’라며 혼자 속앓이를 많이 했다”고 고백했다.

최고참 주장으로서 부담감은 어느 때보다 컸다. “이 선수들을 이끌어서 시즌을 잘 치를 수 있을까 걱정도 많이 했고 무서웠다”며 “1승하면 다행이다 싶고, 1패하면 뭔가 바닥을 찍는 듯한 느낌이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우려와 달리 우리은행은 승승장구했다. BNK와 함께 시즌 초반부터 상위권을 형성했고, 6라운드에서는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김단비는 경기당 평균 36분 51초를 뛰며 22.2점, 11.1리바운드, 3.7어시스트를 기록했다. 모두 프로 데뷔 이후 최고 기록이다.

위성우 감독은 “모든 팀이 김단비를 집중적으로 마크하는 상황에서 득점 1위를 달리는 건 쉽지 않은 일”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예전의 김단비는 농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면서 “이번 시즌에는 완전히 다른 선수가 됐다”고 극찬했다.

이에 김단비는 “시즌 동안 한 번도 정규리그 우승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며 겸손해했다. “어제(15일)까지도 우승을 생각 못했다”면서 “우리가 KB를 이긴다는 보장도 없고, 하나은행을 이긴다는 보장도 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우승으로 우리은행은 정규리그 우승 횟수를 15회로 늘렸다. 이는 2위 용인 삼성생명(6회)의 2.5배에 달하는 압도적인 기록이다. 김단비는 “여기서 만족하면 안 된다”면서도 “정말 여태까지 잘해왔고, 한 경기 한 경기 열심히 했기 때문에 여기까지 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약체라는 평가를 뒤엎고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우리은행은 이제 챔피언결정전 우승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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