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원하지 않았다…김새론의 새드엔딩

입력 : 2025.02.18 00:10

음주운전에 셀프열애설·알바조작 등 트러블메이커 이미지로 논란 비화…여론과 언론 비정했던 잣대, 스물다섯 배우 궁지로 몰아

아무도 원하지 않았다…김새론의 새드엔딩

이러한 비극적인 결말을, 모두는 원했던 것일까. 25살 젊은 배우의 안타까운 죽음이 늦겨울 연예계에 큰 그림자를 드리웠다. 대중과 언론은 물의를 일으킨 한 연예인을 쉽게 용서하지 않았으며, 결국 막다른 곳에 내몰린 사람에게선 비보가 흘러나왔다.

배우 김새론이 지난 16일 숨진 채 발견됐다. 김새론은 이날 오후 4시 54분쯤 서울 성동구의 자택에서 발견됐다. 김새론과 만나기로 했던 친구가 경찰에 신고했고, 1차 현장감식에서 외부의 침입 흔적 등 범죄에 대한 혐의점은 확인되지 않았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17일 국가수사본부 정례 브리핑에서 “본인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변사 사건으로 처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 아산병원에는 이날부터 동료 배우, 업계 관계자들의 조문이 이어졌다.

고인을 아역 스타로 만들어준 영화 ‘아저씨’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배우 원빈을 비롯해 절친으로 알려진 배우 한소희, 김보라와 악동뮤지션 이찬혁·이수현 남매 등이 한 달음에 달려왔다. 특히 한소희는 이른 시간 빈소에 도착해 자리를 뜨지 않고 조문객들을 맞으며 자리를 지켰다.

또 배우 마동석, 고명, 가수 겸 배우 아이유, 밴드 FT아일랜드, 그룹 아스트로 멤버들도 근조화환으로 고인을 애도했다.

배우 김옥빈, 김민체, 피에스타의 엘, 헬로비너스 출신 유아라, 서예지, 서하준 등도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국화꽃 사진을 올리며 추모에 동참했다.

추모와 동시에 그를 죽음으로 몰아간 이들은 없는지에 대한 물음도 터져나왔다. 가수 미교는 자신의 SNS에 “사람이 죽어야 악플러들 손이 멈춘다”며 “악플러들은 본인이 악플을 달고 있다는 것조차 모를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디어에 대한 비판도 이어갔다. 미교는 “언론과 방송도 마찬가지. 그렇게 이슈를 찾고 어그로를 끌려고 자극적으로 기사를 내고 뭐든 만들어내서 결국 사람 한 명 죽어 나가면 언제 그랬냐는 듯 관련 없다는 식으로 세상 선한 척 역하다”고 분노했다.

또 디시인사이드 ‘여자 연예인 갤러리’는 성명문에서 “김새론은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고 반성하며 다시 일어서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 과정에서 그가 감당해야 했던 비난과 여론의 외면은 인간적인 한계를 넘는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나종호 정신의학과 교수는 자신의 SNS에 “잘못을 했다고 해서 재기의 기회도 없이 사람을 사회에서 매장시키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는 아닌 것 같다. 실수하거나 낙오된 사람을 버리고 아무 일 없었다는듯 지나가는 우리 사회의 모습이 흡사 거대한 오징어게임 같다”고 꼬집었다. 나 교수는 그러면서 “얼마나 많은 생명을 잃어야 숨쉴 틈도 없이 파괴적 수치심을 부여하는 것을 멈출까. 사회적 대화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적었다.

2000년대 초반 아역 모델로 일을 시작한 김새론은 2009년 영화 ‘여행자’를 통해 최연소 칸 영화제 초대 배우로 이름을 올렸으며 2010년 영화 ‘아저씨’ 에서 눈에 띄는 연기로 입지를 넓혔다. 그러나 2022년 5월 음주운전 사고 후 ‘트러블 메이커’로 이미지가 굳어지기 시작했다. 캐스팅됐던 드라마 ‘트롤리’에서 하차했고, 촬영을 마친 넷플릭스 ‘사냥개들’에서는 분량이 편집됐다.

이후 생활고를 호소하며 카페 아르바이트를 하던 모습은 조작논란에 휩싸였으며, 홀덤바 출입 논란, 배우 김수현과의 셀프 열애설 등이 불거지며 부정적인 반응이 끝없이 이어졌다. 미디어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그의 일거수 일투족이 ‘논란’으로 비화해 기사화됐고, 일부 유튜버의 전화 통화 시도 마저도 곧바로 기사화가 됐다. 결국 그는 복귀를 준비하던 연극 ‘동치미’에서 하차했고, 이선정 감독과 찍은 영화 ‘기타맨’이 유작이 되고 말았다.

그의 나이 이제 25세. 한 번의 실수 그리고 판단착오는 있을 법한 나이지만 여론과 언론은 그에게 비정했다. 그 뒤에는 악성댓글을 통한 카타르시스와 조회수를 하나 더하기 위한 미디어의 욕망이 자리 잡았다.

이제야 뭔가 잘못됐음을 생각하게 되는 지금의 상황은 기자 스스로에 대한 고백과도 같다. 한 스타의 잘못을 지적하는 동시에 우리는 얼마나 그에게 기회를 줬는가. 우리가 원한 것은 이러한 비극적인 결말이었는가. 차가운 국화꽃 앞에서 또다시 스스로 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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